당 쇄신 첫 단추 꿰기도 전에
또다시 당내 갈등
더불어민주당 혁신기구 위원장에 위촉된 이래경 사단법인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조기 낙마하면서 당내 후폭풍이 거세다. 이재명 대표가 강력한 당 쇄신 의지를 담아 이 위원장을 임명했지만, 불과 9시간 만에 과거 발언 논란으로 자진사퇴, 부실검증 논란과 함께 이 대표에 퇴진론이 공식화했다.
비명계 핵심인 이상민 의원은 7일 오전 KBS라디오에서 "이런 의사결정에 이르게 된 이재명 대표한테 책임이 크다"면서 "이 대표의 결함과 한계를 제거하려면 이 대표 스스로 퇴진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대표 스스로 사법 리스크에 휩싸인데 이어 송영길 전 대표 등이 연루된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남국 의원의 코인 사태에 대해 부적절한 대응을 거론하며 퇴진을 촉구한 것이다.
이 의원은 "이 대표가 아무리 혁신위를 구성한다고 해도, 이번에 드러났듯이 자기 쪽에 기운 사람을 하지 않았나. 그렇게 되면 혁신인가"라고 반문했다. 친정 체제만 강화할 뿐이며 이 대표의 리더십 위기를 증폭시키고 당에 부담을 준다는 설명이다.
또다른 비명계 김종민 의원도 이날 SBS라디오에서 "혁신위원장을 인선한 것을 보면 (이 대표가 당 혁신에 대해) 팬덤 지지층의 방향을 강화시키는 것이 혁신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것은 황교안 미래통합당이 걸어갔던 길"이라며 "황교안의 길을 이재명 대표가 가서는 안된다"고 했다. 강성 지지층은 강화할 수 있지만, 국민 일반 여론과 중도층의 지지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어 "근본적으로 친이재명 인사를 혁신위원장으로 내정했다는 것은 '이재명의 민주당'을 더 강화하겠다는 의지라는 점에서 상당히 심각하게 본다"고 덧붙였다.
반면 친명계에서는 이 이사장의 사퇴와 이 대표의 리더십 문제를 별도로 판단해 온도차를 나타냈다. 이날 최고위원인 장경태 의원은 CBS라디오에 나와 이 이사장의 낙마와 관련한 이 대표의 사퇴론에 대해 "연관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장 의원은 "뜬금없는 소리"라며 "이 대표 사퇴가 (이상민 의원) 본인의 목표"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발언들은 지양하시는 게(좋겠다). 당내 단합과 여러 국민들의 신뢰를 다시 얻어오는 민주당이 되기 위한 과정에서 불필요한 발언"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이날 이 위원장의 사퇴와 관련해 공식 언급을 피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도 공석이 된 혁신기구 위원장직과 향후 인선 방향·대책 등에 대해서는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회의 후 강선우 대변인은 '혁신위 구성방안과 관련해 추가 논의가 있었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추가 논의는 없었다"고 답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5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이사장이 당 혁신기구를 맡아 이끌 책임자로 임명했다. 그러나 이후 이 이사장의 과거 '천안함 자폭설', '코로나 미국 기원설' 등의 음모론 발언이 문제가 되면서 이 이사장은 임명된 당일 저녁 자진사퇴했다. 이 이사장은 이날 오전 자신의 과거 발언 문제에 대해 조목조목 해명했지만,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당 쇄신을 이끌어야하는 자리에 검증이 소홀했다는 지적은 물론 이 대표의 인선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이 이사장이 과거 이 대표를 공개 지지했던 것이 알려지면서 혁신기구마저 계파성을 갖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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