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용 초대 부산근현대역사관장의 꿈
1929 동양척식회사→ ‘복합문화살롱’

"박물관은 시민에게 손짓하며 꿈틀거려야 합니다. 관람객이 오기를 기다리는 전시장으로는 안 돼요."


김기용 부산근현대역사관 초대 관장은 "박물관은 화석(化石)이나 유물 진열장이 아니라, 사람이 모여드는 사랑방이어야 한다"며 "부산근현대역사관을 과거와 현재가 소통하고 현재가 다시 미래에 메시지를 전하는 숨 쉬는 박물관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펼쳤다.

김 관장의 진두지휘로 지난 3월 문을 연 부산근현대역사관은 아직은 ‘절반의 개관’ 상태이다. 별관을 먼저 선보였고 올해 말쯤 본관까지 완전히 개관한다. 김 관장은 부산 가야고 출신으로 경희대 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국가기록원, 대통령실 연설기록비서관실을 거쳐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실장으로 근무했다. 한국 중세사를 전공한 역사가이기도 하다.


김기용 부산근현대역사관 초대 관장이 시민의 책탑 앞에서 얘기하고 있다.

김기용 부산근현대역사관 초대 관장이 시민의 책탑 앞에서 얘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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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근현대역사관은 부산근대역사관(옛 부산미문화원)과 한국은행 부산본부(옛 조선은행 부산지점)를 통합한 전체면적 9061㎡ 규모이다. 이 박물관은 원래 1929년 일제 강점기 동양척식회사가 지은 부산지점 건물이었다. 1945년 광복과 함께 일본이 떠나자 미군이 주둔지로 사용했고, 3년 뒤 미국문화원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6·25전쟁 기간인 1950년부터 3년간은 미국 대사관으로 사용됐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2003년 부산근대역사관이 여기에 문을 열었고 올해 이름을 부산근현대역사관으로 바꾸면서 재출발했다. 미국문화원 시절에는 대학생들이 불을 지르기도 했다. 간판만 바꿔 달며 부산의 근·현대를 지켜오며 많은 사연을 간직한 건물이다.


김 관장은 "본관은 복합문화공간, 별관은 인문학 거점 공간으로 나누어서, 부산의 새로운 역사문화 거점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특화된 역사박물관은 전국에서 이곳 하나뿐이다. 지난 1월 시범 운영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2만명이 넘는 부산시민이 방문했다. 인기 비결에 대해 김 관장은 "책과 전시,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라키비움 콘셉트로 꾸며 시민이 스스럼없이 방문해 문화 경험과 휴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부산시민들이 문화 공간에 대한 갈증을 이곳에서 푸는 듯하다"고 말했다.


역사관 일대는 6·25 전쟁 피란 임시수도로 급성장했다가 지금은 침체 일로에 빠진 부산의 원도심을 놓고 개발과 보존을 바라는 두 시선이 충돌하는 곳이다. 김 관장은 부산항 1부두와 비석마을 등 근방 9곳의 근현대 문화유산을 묶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신청을 하려는 복안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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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근현대역사관은 올해 말 문을 여는 본관 1층에 카페·뮤지엄 숍·야외광장을 조성한다. 한국은행 금고가 있던 지하 1층은 투어 프로그램이 운영과 함께 청년 작가를 위한 실험 공간으로 탄생한다. 김 관장은 "부산과 관련한 유물을 수집·관리·전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옛 부산 도심에 산재한 역사문화자원을 끌어내 근현대 1세기의 여정을 선물하겠다"고 말했다.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kimpro77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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