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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에서 등산을…아파트 14층 높이 LNG선 타보니[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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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국내 최초로 LNG선 건조
총 95척 인도…현 수주량 34% LNG선
"中 아직 멀어…저탄소·연료저감 기술 격차"

"마음 단단히 먹고 올라가야 합니다. 등산하는 것 같을 겁니다."


22일 오후 세계 최대 규모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전체 공정의 87%를 끝낸 17만4000m³급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선이 부두에 정박해 있었다. "와…." 고개를 들어 올려 아파트 14층 높이(35.5m) 선박을 보면서 연신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말을 잊을 정도의 웅장함이었다.

길이는 299m. 배를 수직으로 세우면 63빌딩(249.6m)보다 50m 더 길다. 선박 너비는 46.4m다. 함께 현장에 간 한국조선해양 서울 직원은 "울산에 올 때마다 (큰 배를) 많이 보지만, 이 거대한 선박을 사람이 만들었단 생각에 매번 놀란다"고 말했다.


17만4000m³급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선 [사진제공=현대중공업]

17만4000m³급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선 [사진제공=현대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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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 은 이 선박을 2020년 12월 수주, 설계 작업을 거쳐 2021년 12월 생산 현장에서 건조를 시작했다. 건조의 첫 번째 공정은 철판 절단. 철판 두께는 16mm에서 30mm에 이른다. 철판을 설계에 맞게 용접한 것을 블록이라 한다. 블록들을 붙여 대형 블록을 만든다. 선박 크기에 따라 적게는 250개 많게는 400개의 블록이 필요하다.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도크 전경. 현대중공업은 총 11개의 도크를 보유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도크 전경. 현대중공업은 총 11개의 도크를 보유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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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블록들을 특수차량인 트랜스포터에 실어 도크 옆으로 운반한다. 트랜스포터 바퀴 한 개가 수십t의 무게를 견딘다. 이제 '골리앗 크레인'으로 불리는 대형 크레인 차례다. 힘이 세서 붙은 이름이다. 대형 블록들을 들어 올려 도크 안으로 옮긴다.

도크에선 선박 바닥부터 차례대로 용접해 배의 외형을 만든다. 선박의 심장인 엔진과 거주구 공간 등을 탑재하면 건조가 끝난다. 그 다음 도크에 물을 넣어 배를 띄우고 도크 끝부분 수문을 열어 예인선으로 선박을 끌어낸다. 이 과정을 '진수'라고 한다.


17만4000m³급 초대형 LNG선 [사진제공=현대중공업]

17만4000m³급 초대형 LNG선 [사진제공=현대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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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공정을 마친 선박이 눈앞에 있었다. 부두에 배를 띄워 놓은 채 내부 전기시설, 통신장비 설치 등 마무리 작업 중이었다. 선주 감독관과 함께 시운전하며 최종 성능 시험을 통과하면 명명식을 거쳐 선주사에 보낸다.


이 배는 오는 6월 유럽 소재 선사에 인도될 예정이다. 울산 본사에는 해외감독관들이 근무하는 감독관실이 따로 있다. 선주사들은 선박을 주문하면 공정을 살피기 위해 감독관들을 파견한다.


현대중공업에는 다양한 국적의 감독관이 근무 중이며, 회사는 이들 가족을 위해 외국인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이 선박 외부에 임시로 설치한 엘리베이터를 탔다. 지상에서 갑판까지 올라가는 데 1분이 걸렸다. 배의 앞부분인 선두로 걸어갔다. 나사처럼 생긴 거대한 철조물 십여개가 흩어져 있었다. 앵커링 장치다.


김영석 현대중공업 프로젝트매니저(PM·부장)는 "선박이 항구에 접안하려면 도선사가 오기 전에 먼저 항구에서 1마일(1.6㎞) 정도 떨어져서 대기해야 한다"며 "이때 앵커(닻)를 바닷속으로 내려 박아 배를 고정한다"고 설명했다. 앵커 체인은 배 양쪽에 1개씩 총 2개 달려있다.


막바지 작업 중인 17만4000m³급 LNG선 조타실 [사진제공=현대중공업]

막바지 작업 중인 17만4000m³급 LNG선 조타실 [사진제공=현대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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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요원을 따라 좁은 통로에 설치된 계단 수백 개를 올랐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정신없이 오르다 보니 조타실이 나왔다. 포장 비닐을 채 뜯지 않은 각종 계기판으로 꽉 차 있었다.


배 맨 아랫부분에는 천연가스와 디젤(벙커C유)을 번갈아 연소하는 이중연료 엔진 2기가 탑재돼 있다. 높이 16m, 폭 18m의 이 대형엔진은 마력으로 따지면 말 2만2000마리가 당기는 힘을 낸다. 친환경 설비인 황산화물 저감장치(Scrubber),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를 갖췄다. 배 바닥엔 연료를 다른 선박에 비해 10~15% 줄일 수 있는 공기 분사 장치도 있다. 공기 방울을 만들어 선체 표면의 마찰력을 줄여 연료를 저감한다.‘LNG선의 꽃’ 화물창은 총 4개다.


화물창은 LNG를 영하 162도로 유지·보관하는 저장창고다. 극저온 기술이 집약돼 있다. 승선 인원은 보통 선장, 항해사 등 사관 10여명과 갑판에서 일하는 일반 선원 등 30명 정도다.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밀폐형 구명정(Life Boat)을 배 양 측면에 하나씩 설치해놨다. 구명정 1개에 34명이 승선할 수 있다. 김영석 PM은 "배가 한쪽으로 기울더라도 다른 쪽으로 탈출할 수 있도록 포트(배의 왼쪽)와 스타보드(배의 오른쪽)에 설치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전경 [사진제공=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전경 [사진제공=현대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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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은 1994년 국내 최초로 LNG선을 건조하기 시작해 현재까지 95척의 LNG선을 인도했다. 현재 현대중공업 전체 수주잔량 155척 중 53척(34%)이 LNG선이다. 고도의 건조 기술이 필요한 LNG선은 대표적인 고부가 친환경 선박이다. 이만수 현대중공업 PM은 "중국은 우리가 현재 거의 만들지 않는 저가의 벌크선 등을 만든다"고 말했다.


아직 중국과는 기술격차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우리는 세계적인 친환경 선박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계속해서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기술력 자체가 곧 돈"이라고 했다. 지난달 17만4000m³ 이상 LNG운반선 가격은 1척당 2억5000만달러(약 3300억원)를 기록했다. 2년 새 34% 올랐다. 조선업계는 긴 불황을 벗어나 2021년부터 수주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3년 치 일감을 확보한 상태다.





울산=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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