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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다이어리]중국인들은 행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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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글로벌 전문기관이 내놓은 한 조사 결과가 중국 내에서 화제를 모았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32개국 성인남녀 2만2508명을 대상으로 설문해 발표한 '세계 행복 2023' 보고서로,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로 꼽힌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모든 상황을 고려할 때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중국인의 91%는 행복하다고 답했다. 사우디아라비아(86%)와 네덜란드(85%), 인도(84%), 브라질(83%) 등이 뒤를 이었다.


이 소식은 중국 외교부의 브리핑에도 등장했다. 22일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에 대해 "행복은 거울과 같아서 국가의 가치 선택과 통치 수준을 반영한다"면서 "중국은 인민 중심의 발전 이념을 철저히 구현해 인민의 성취감, 행복감, 안전감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켰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진핑 총서기가 지적한 바와 같이 중국의 꿈은 결국 서민의 행복"이라면서 "중국인의 성취감, 행복감, 안전감이 지속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역설했다. 틀에 박힌 정치·외교적 질답이 반복되는 공식 회견에서 '행복'이라는 주제가 등장한 것은 다소 이례적인 일이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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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비슷한 시기에 유엔 산하 지속가능 발전 해법 네트워크(SDSN)가 공개한 '2023 세계행복보고서'는 다른 결과를 보여줬다. 이 조사에서 중국은 64위를 기록해, 조사국(137개국)의 중간 순위에 머물렀다. 두 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중국이 행복한지 불행한지 아리송하다.


많은 한국인이 중국인들은 불행할 것이라고 여긴다. 자본주의가 아닌 공산주의, 민주주의가 아닌 사회주의, 자유가 아닌 통제의 나라이기 때문이다. 유튜브와 넷플릭스 시청은 물론이고, 게임도 높은 강도로 제한받는다. 통치자에 대한 투표권이 없을 뿐 아니라, 지도부에 대해 노골적으로 문제점을 언급하거나 비판할 수도 없다. 하지만 현지에서 체감한 중국 사회의 시스템은 공산당의 요구인 동시에 중국 인민들의 선택이기도 했다. 국가의 지독한 감시와 검열은 안전과 행복을 위해 인민들이 스스로 담보처럼 내놓은 것에 가깝게 느껴진다. 이 같은 중국 내 풍조에 대해 일본의 가지타니 가이 고베대 경제학과 교수는 '행복한 감시국가'라는 표현(행복한 감시국가 중국, 2021)을 쓰기도 했다. '제로코로나' 방역 정책의 끝물을 경험하면서, '중국인들은 행복을 위해 자유를 내려놨다'는 저자의 평가가 새삼 수긍됐다.


물론 중국인들의 행복감을 공리주의 세뇌의 결과물이라고만 보긴 어렵다. 입소스가 조사에 사용한 설문을 자세히 살펴보면 '행복의 주요 원동력'으로 '내 삶에 의미가 있다', '삶을 스스로 통제하고 영위하고 있다', '정신적으로 건강하다', '사회적 교제와 활동을 한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 등이 제시됐다. 어찌 됐건 이에 대해 중국인 열에 아홉이 '그렇다'고 대답한 셈이다.

이웃국의 행복 여부를 예단하기 전에,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중국이 1위를 차지한 입소스의 세계 행복도 조사에서 한국은 뒤에서 2위를 했다. 조사 대상 중 한국보다 행복 수준이 낮은 국가는 헝가리 한 곳뿐이었다. 유엔의 보고서에서는 57위였다. 중국보다는 7계단 위지만 큰 의미는 없는 차이다. 어느 쪽 조사에서도 한국인들은 행복하지 않아 보인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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