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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다이어리]한 시간 앞당겨진 시계, 마지막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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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미국 일상 속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3월 둘째 주 일요일. 시계를 한 시간 앞당기면서 '이건 대체 언제 마지막이 될까'라는 생각을 했다. 미국에서 일조시간이 긴 여름을 앞두고 표준시를 한 시간 앞당기는 이른바 '일광절약시간제(Daylight Saving Time, 서머타임)'가 적용되는 날이었다. 이후 며칠간 유독 피곤한 상태로 생활했다. 묘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는 나 뿐만이 아니었다. 단 한 시간 앞당겼을 뿐인데도 깨진 생체리듬이 돌아오기까지는 상당 시일이 걸렸다. 이제 오는 11월 첫 번째 일요일에는 다시 시계를 한 시간 늦춰야 할 것이다.

일광절약시간제에 따라 매년 3월 둘째주 일요일 새벽2시를 기해 새벽 3시로 시간이 바뀐다.

일광절약시간제에 따라 매년 3월 둘째주 일요일 새벽2시를 기해 새벽 3시로 시간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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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100년 이상 이어진 일광절약시간제를 두고 오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당장 매년 두 차례 시계를 조정하는 불편함을 굳이 왜 반복해야 하느냐는 불만이 곳곳에서 쏟아진다. 일종의 조삼모사라는 것이다. 반복되는 인위적 시간 조정이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는 우려도 크다. 미국 내에선 이미 일광절약시간제 실시와 해제 직후 몇 주간 교통사고가 늘어나고, 심장마비, 사망 등 보고가 증가한다는 통계가 확인되기도 했다.


불합리하고 불편만 주는 제도라면 과감히 고쳐서 시정할 필요가 있다. 미국 내에서도 이대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꽤 힘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연방상원이 '일광보호법안(Sunshine Protection Act)'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면서 앞으로 한 시간 당겨진 일광절약시간이 영구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결국 하원에서 발목이 잡혔다.

당시 법안을 발의한 공화당 소속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이달 초 해당 법안을 재상정한 상태다. 루비오 의원은 "1년에 두 번 시간을 바꾸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며 "이 법안은 압도적인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하원 내에서는 여전히 회의적 반응을 보이는 의원들이 확인된다.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것인가, 현 표준시간을 연중 적용할 것인가, 일광절약시간을 연중 적용할 것인가 등을 두고 추가적인 연구와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의견이다.


특히 현 표준시간과 일광절약시간 중 어느 시간을 택하느냐에 대한 논란이 크다. 루비오 상원의원을 비롯한 일광절약시간파들은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다. 해가 길어진 만큼 경제 생산성이 확대될 것이고 범죄, 자동차 사고 등도 줄어들 것이란 주장이다. 퇴근 후 개인 취미생활, 가족 중심의 생활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어 좋다는 의견도 나온다. 뉴욕 브루클린에서 맨해튼으로 평일 6시께 출근하는 30대 직장인 헤더 씨는 "아무래도 조금이라도 더 밝을 때 출퇴근하는 것이 좋다. 퇴근 후에 여유시간도 더 길어진 기분"이라며 일광절약시간제 영구화를 지지했다.


반면 현 표준시간으로 고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인간의 생체리듬에 무게를 둔다. 24시간 주기의 생체 리듬에 현 표준시간이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인위적으로 1시간 앞당긴 일광절약시간을 연중 적용할 경우 생체리듬이 깨져 건강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들이 쏟아진다. 아울러 일광절약시간제의 초기 도입 의도와 달리 일광을 활용한 에너지 절약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도 있다.

일광절약시간제의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루비오 의원이 법안을 재발의했지만 이번엔 하원을 통과할지, 또 한 번 발목 잡힐지 알 수 없다. 현재 플로리다, 조지아, 메인, 사우스캐롤라이나, 유타 등 19개 주가 주의회에서 일광절약시간제 영구화 법안을 통과시킨 후 연방의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뉴욕주에도 관련 법안이 상정됐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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