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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워서 못 타겠다"…급발진 의심사고 책임은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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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왜 안 돼" 다급히 외친 할머니
함께 탄 10대 손자 숨져 형사 입건
"제조사에 책임 더 지우는 방향으로 가야"

지난해 12월 강원도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로 12세 손자를 잃은 60대 운전자 A씨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지난 20일 경찰 조사를 받았다. A씨는 사고 당시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음에도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당시 블랙박스 영상에는 "이게 왜 안 돼"라고 하는 A씨의 당황한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겼다.


차량 브레이크가 먹히지 않는 상황으로 의심되지만 실제 급발진 사고로 인정된 사례는 사실상 전무하다. 급발진의 원인이나 차량 결함이 무엇인지 밝혀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은 '제조사가 차랑 결함을 증명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로 경찰에 입건된 60대 할머니가 20일 경찰조사를 마치고 경찰서를 떠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로 경찰에 입건된 60대 할머니가 20일 경찰조사를 마치고 경찰서를 떠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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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A씨가 손자 이모군을 태우고 몰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갑자기 굉음과 연기를 내며 질주하기 시작했다. A씨 차량은 신호 대기 중이던 앞차를 들이받은 후 600m를 더 달리다 왕복 4차로 도로를 넘어 지하통로에 추락한 뒤에야 멈춰 섰다. 이 사고로 손자는 숨졌고, A씨 역시 크게 다쳤다.


사고 당시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A씨는 당황한 목소리로 "이게 왜 안돼"라고 소리치며 손자의 이름을 다급하게 부른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고 당시 브레이크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실시한 차량 정밀 감식 결과 차체 결함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변호인은 경찰 조사에 들어가기 전 "국과수가 반드시 해야 할 소프트웨어 결함은 분석하지 않고 하드웨어만 검사하는 부실 조사를 통해서 할머니에게 누명을 씌우고, 자동차 제조사에는 면죄부를 주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 차량./강릉소방서 제공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 차량./강릉소방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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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급발진 사고는 자동차의 주 컴퓨터인, 사람의 두뇌에 해당하는 전자제어장치(ECU) 소프트웨어의 결함에 의해 발생하는데 국과수에서는 이를 전혀 분석하지 않고, 사고기록장치(EDR)만 분석했다"며 "다시 소프트웨어를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CU가 오작동해 가속 명령을 내리면 하부에 연결된 EDR은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음에도 '전혀 밟지 않은 것'으로 잘못 기록된다는 것이다.


목숨을 잃을 수도 있을 만큼 위험한 급발진 의심 사고는 한해에도 몇차례씩 발생한다.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리콜센터 급발진 신고현황에 따르면, 2017년부터 최근 6년간 급발진 의심 사고 접수 건수는 201건이나 된다. 그러나 차량 결함이 인정된 사례는 단 한건도 없었다. 급발진 의심 사고는 대부분은 운전자 과실로 결론이 난다.


급발진 사고 인정이 어려운 건 급발진이라는 현상 자체를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디자인학과 교수는 YTN 더뉴스 인터뷰에서 "(사고 입증은)급발진이 일어났다는 그 현상 자체가 재현돼야 한다. 그런데 아직 과학적으로 그 원인을 알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법원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법원도 (급발진이라는) 증거가 없어 인정이 쉽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차량 결함을 소비자가 입증하도록 한 현행법도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 제조물 책임법(제3조2)은 제조물의 결함과 결함으로 인한 손해를 피해자가 증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권 교수는 "미국 같은 경우는 그 원인의 책임을 제조사에게 보다 많이 지우는데 한국은 제조사의 결함을 덜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며 "소비자보호조치 차원에서 제조사에 책임을 더 지우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 동시에 제조사도 아직 원인 파악을 못 하니, 정부가 나서서 원인 파악에 많은 연구와 시간을 들여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고 덧붙였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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