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실적 앞세워 배당 늘리는 유통업계
‘깜깜이 배당’ 개선 요구에는 대부분 침묵
이마트, 배당절차 개선 첫 테이프
유통업계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앞세워 배당금을 늘리며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고 있지만, 배당금이 얼마인지도 모른 채 투자하는 ‘깜깜이 배당’ 개선 요구에는 대부분 침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마트 가 이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기준일과 배당기일을 분리하는 정관개정에 나서는 만큼 향후 배당절차 개선에 나서는 기업들도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지난해 결산 배당금은 보통주 1주당 3300원으로 1년 전(2800원)보다 17.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배당금 총액도 792억원에서 933억원으로 늘었고, 시가배당률도 3.1%에서 3.7%로 0.6%포인트 상승했다. 시가배당률은 배당기준일 주가 대비 배당금액을 나타내는 지표다. 시가배당률은 기준 주가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주가가 내리면 시가배당률은 높아지고, 시가배당률이 높을수록 해당 회사의 배당 성향이 높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주식시장에서는 시가배당률이 5% 이상인 기업을 고배당주로 분류한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고물가와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하락에도 영업이익을 지켜내며 선방한 실적을 내놓았다. 백화점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고 마트도 흑자로 전환하며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특히 백화점이 매출과 영업이익을 모두 키우며 배당금 마련의 밑바탕이 됐다. 지난해 백화점은 매출액이 3조2320억원으로 11.9%, 영업이익은 4980억원으로 42.9% 증가했는데, 백화점 연간 매출이 3조원을 넘은 것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롯데쇼핑 외에도 주요 유통업체들은 지난해 최대 실적 등을 토대로 배당금 상향 정책을 시행하며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는 모습이다. 신세계는 2021년 보통주 1주당 3000원이었던 배당금을 지난해 3750원으로 25.0% 늘렸고, 현대백화점도 1100원에서 1300원으로 18.2% 인상했다. 신세계백화점은 2021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2년 연속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현대백화점도 지난해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한 매출 5조141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편의점 업계의 배당 정책은 다소 엇갈리는 모습이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지난해 주당 배당금으로 4100원을 책정해 1년 전(3000원)보다 36.7% 인상했지만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2021년 1200원이었던 주당 배당금을 430원으로 낮췄다. 시가배당률도 3.9%에서 1.5%로 2.4%포인트 하락했고, 배당금 총액도 1226억원에서 439억원으로 줄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지배지분연결 당기순이익의 40%를 배당하는 정책을 갖고 있는데, 배당정책의 기준이 되는 금액이 줄어 절대 금액은 부득이하게 줄어들었다"면서도 "배당 성향은 100% 수준으로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배당금을 확대하며 주주 친화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유통업계이지만 이른바 깜깜이 배당 개선에는 여전히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이다. 그동안 국내 상장사들은 연말에 배당받을 주주를 먼저 정한 뒤 다음 해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배당금을 확정해 깜깜이 배당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금융당국도 지난 1월 투자자들이 배당금을 먼저 확인하고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배당 절차를 개선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권리 주주를 확정하는 일자인 배당기준일을 배당액 확정 이후로 옮기는 내용이다. 하지만 유통 대기업 대부분은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 의결권 기준일과 배당기일을 분리하는 정관개정 안건을 올리지 않았다.
다만 이마트는 배당 절차 개선에 나서며 유통업계의 깜깜이 배당 해소 선봉에 나섰다. 이마트는 이달 29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배당 기준일 관련 정관 개정을 안건으로 상정한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배당액 확정일 이후에 배당 기준일을 설정하도록 이사회에서 배당 기준일을 정하도록 정관을 바꾸는 게 골자다. 이번 주총에서 바뀐 정관은 다음 배당부터 적용된다.
이마트는 지난달 기존 별도 기준 연간 영업이익의 15%였던 배당 재원을 20%로 조정한다는 내용의 주주환원 정책도 발표했다. 또한 환원 재원이 미달하더라도 주당 최저 배당금도 2000원으로 고정해 주주들의 안정적인 배당금 확보를 가능하게 했다. 이마트는 3년마다 배당정책을 재검토하는데 이번 정책은 2025년까지 3년간 지속되며, 이후 정책을 재검토할 예정이다. 이마트 측은 "이번 환원 정책은 주주의 수익률에 대한 장기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안정적인 배당을 위해 수립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마트의 지난해 배당금은 1년 전과 2000원으로 동일했지만, 시가배당률은 1.32%에서 1.95%로 0.63%포인트 상승했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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