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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넘게 지켜온 가톨릭 교회 '사제 독신주의' 바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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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독신주의는 일시적 처방…규율일뿐"
독일 주교회의도 교황에 사제 독신 폐지 요청

천년 넘게 '사제 독신주의'를 철저히 고수하고 있는 로마 가톨릭교회가 조만간 입장을 바꿀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 더타임스 등 외신들은 최근 즉위 10주년을 맞은 전 세계 13억 가톨릭 신자의 수장 프란치스코 교황(98)이 "사제의 독신 규정은 일시적인 처방"이라고 밝혀 독신주의를 재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교황의 이러한 발언은 지난 10일 교황의 모국인 아르헨티나의 인터넷 매체 인포바에에 실린 인터뷰에서 비롯한 것이다. 이 인터뷰에서 교황은 "사제가 결혼하는 데 있어 모순은 존재하지 않는다. 서양 교회에서 독신주의는 일시적인 처방"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황은 "그것(독신주의)은 영속적인 사제 서품처럼 영원한 것이 아니다"라며 "(사제가 교회를) 떠나고 말고는 또 다른 문제이지만, 그것(사제 서품)은 영원하다. 반면, 독신주의는 규율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출처=AP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출처=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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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 독신주의'는 '여성 사제서품'과 함께 가톨릭 교계의 대표적인 논쟁거리다.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사제가 결혼하지 않는 풍습은 약 4세기쯤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성직자의 독신주의가 교회법으로 규정된 것은 1123년 제1차 라테라노 공의회에서다.


교황청은 2019년 10월부터 한 달간 이어진 '아마존 시노드(Synod·교리, 규율, 전례 등의 문제를 토의해 결정하고자 여는 가톨릭교회의 대의원 회의)'를 계기로 사제 부족 문제가 심각한 아마존 지역에 한해 기혼 남성에게도 사제품을 허용하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해 오래도록 이어온 사제 독신주의에 변화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나왔다.


그러나 이런 예측에도 불구하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노드 이후 2020년 2월 발표한 '친애하는 아마존'이라는 교황 권고문에서 이 문제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앞서 교황은 2019년 사제독신제를 '주님의 선물'이라며 적극적으로 옹호하면서도 이는 '교리(doctrine)'가 아닌 '전통(tradition)'이라며 특수한 사정이나 필요에 따라 수정이 가능할 수 있다는 여지를 보였다. 이에 반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전임자인 베네딕토 16세 교황과 요한 바오로 2세 등 가톨릭 보수파들은 사제가 절대 결혼해서는 안 된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었다.

텔레그래프는 "현재 교황청은 예수의 모범을 따라 사제들에게 독신을 강제하고 있으나, 세계 곳곳에서 불거진 성직자들의 아동 성 학대 문제 해결을 위해 사제 독신 규정을 폐지하라는 요구 또한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이 매체는 사제들의 결혼을 허용하는 동방 정교회의 경우 로마 가톨릭교회에 비해 사제들이 저지른 성 학대 사례가 훨씬 적게 보고됐다는 사실도 함께 전했다.

독일 주교회의 '여성 부제 임명' 개혁안 통과

한편 독일 가톨릭 주교회의도 11일 열린 '시노드의 길(Synodal Path)'에서 사제의 독신 의무를 폐지할 것을 교황에게 요청하는 결의안 및 여성 부제 임명, 동성애 결혼 축복 등의 내용을 포함한 파격적인 개혁안을 통과시켰다. '시노드의 길'은 2019년 독일 천주교 주교회의가 1679명의 사제가 1946~2014년에 걸쳐 미성년자 성폭력 범죄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했으며 피해자만 3677명에 달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것을 계기로 독일 천주교회의 전반적 개혁을 위해 구성됐다.


독일 가톨릭교회의 주교와 사제, 수녀, 평신도 대표 등 200여명이 참여한 개혁 논의 기구인 '시노드의 길'은 9~11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지막 회의를 열어 15개 개혁안을 투표로 채택했다. 이 회의에서 여성 사제 허용은 통과되지 못했으며, 여성 부제 임명 허용에 대한 최종 결정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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