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신 변호사가 신임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지 하루 만에 낙마하면서 수사 경찰을 대표하는 본부장 자리는 당분간 공석으로 남게 됐다. 직무대행 체제에 들어갔다고는 하지만 국수본부장이 직접 방향을 잡아야 할 수사 전반에 대한 정책 수립과 총괄 업무는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경찰 등에 따르면 남구준 초대 본부장 임기가 지난 25일 끝나면서 국가수사본부는 본부장 직무대행 체제에 들어갔다. 본부장 직무는 김병우 국수본 수사기획조정관이 대신하고 있다. 당초 남 본부장 후임으로 낙점된 정 변호사는 전날 윤석열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은 뒤 본격 업무에 들어갈 계획이었으나, 자녀 학교 폭력 문제로 물러나면서 예기치 못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국수본은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한편 관련 정책을 다루는 곳이다. 올해도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안팎으로 꾸준히 제기된 수사역량 강화 방안 등 여러 정책을 살피고 있다. 이 중에서도 ▲수사 인력·예산 확보 및 조직구조 개편 ▲수사 책임성 강화를 위한 시스템 정비 ▲뉴노멀 수사인권 시스템 구축 등은 핵심 정책과제로 꼽힌다. 모두 총괄 책임자 없이 섣불리 추진했다가는 향후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는 정책과제들이다.
경찰 내부에서도 국수본부장 공백 속에 이들 정책과제를 추진하는 데 부담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국수본 소속 관계자는 "과제별로 계획이 세워져 있지만, 곧이곧대로 추진할 수도 없는 일"이라며 "신임 국수본부장이 와서 계획을 번복하거나 내용을 수정하게 되면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수장 공백이 메워져야지만 본격적인 정책과제의 추진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경찰이 맡고 있는 사건 수사에 대한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되지만, 국수본부장 부재로 인한 수사 공백은 크지 않을 것이란 게 경찰 내부의 중론이다. 서울경찰청 수사 관계자는 "경찰 수사는 국수본 지휘를 받지만 개별 사안에 대한 구체적 수사는 해당 시도경찰청에서 주도적으로 해 나간다"며 "본부장이 없다고 해도 진행 중인 사건 수사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전날 새 국수본부장 인선 절차와 관련해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해서 공백 우려가 없도록 하겠다"며 "앞선 공모 절차에 50여일 정도 걸렸는데 그보다는 좀 빨리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외부 공모가 실패한 만큼 이번에는 내부 선발에 무게를 두고 인선 절차를 밟을 수 있는 만큼 이르면 내달 중 새 국수본부장 임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수본부장 외부 공모는 '필요가 있을 때'에만 하도록 규정한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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