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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섭의 금융라이트]행동주의 펀드는 어떻게 SM을 흔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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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권한으로 수익 올리는 '행동주의 펀드'
요지부동 SM을 압박해낸 얼라인파트너스
이수만, 경영권 방어 위해 하이브 '백기사'로
웃돈 얹어 주식 사들이는 '공개매수'도 실시

편집자주금융은 어렵습니다. 알쏭달쏭한 용어와 복잡한 뒷이야기들이 마구 얽혀있습니다. 하나의 단어를 알기 위해 수십개의 개념을 익혀야 할 때도 있죠. 그런데도 금융은 중요합니다. 자금 운용의 철학을 이해하고, 돈의 흐름을 꾸준히 따라가려면 금융 상식이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합니다. 이에 아시아경제가 매주 하나씩 금융이슈를 선정해 아주 쉬운 말로 풀어 전달합니다. 금융을 전혀 몰라도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로 금융에 환한 ‘불’을 켜드립니다.

[송승섭의 금융라이트]행동주의 펀드는 어떻게 SM을 흔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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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세종=송승섭 기자]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전 총괄프로듀서와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간의 경영권 다툼이 치열합니다. SM이라는 회사를 손에 넣기 위해 또 다른 대형 연예기획사인 빅히트와 엔터 시장 진출을 노리는 카카오그룹까지 참전을 선언했습니다. 이수만이 공고히 다져온 SM 지배구조를 행동주의 펀드는 어떻게 흔들 수 있었을까요?


100년전 시작한 행동주의…시선은 '극과극'

행동주의 펀드는 ‘헤지펀드’의 일종입니다. 헤지펀드는 100명 미만의 소수 투자자로부터 거액을 모아 고수익을 노리는 금융투자상품입니다. 높은 수익을 올리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죠? 그중 하나가 바로 ‘주주 행동주의’ 입니다. 회사 지분을 사들인 뒤 경영진이나 오너에게 주주가 유리한 방향으로 경영을 펼치라고 압력을 넣는 거죠. 배당률을 높이라거나, 기업의 부적절한 관행을 고치거나, 구조조정을 실시하라는 식으로요. 이를 통해 주가가 오르면 보유한 지분을 팔고 수익을 올리는 게 행동주의 펀드입니다.

벤저민 그레이엄 교수

벤저민 그레이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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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펀드의 역사는 약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가치투자’ 개념을 처음 제시했으며 워런 버핏의 스승이기도 했던 벤저민 그레이엄이 1926년 처음 시도했죠. 그는 미국 송유관회사였던 ‘노던 파일프라인’가 철도채권 등 주식 수백만주를 보유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파일프라인의 주주였던 그레이엄은 불필요한 주식을 팔고 이윤을 주주들에게 배당하라고 주장했습니다. 회사는 제안을 거절했지만 그레이엄은 100주 이상 보유주주를 만나가며 소액주주를 설득했고, 배당을 받는데 성공하죠.


행동주의 펀드를 보는 시각은 엇갈립니다. 특히 한국은 1990년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졌습니다. 1999년에는 미국의 ‘타이거펀드’가 SK텔레콤 지분을 사들인 뒤 경영진을 교체하고 사외이사제도를 도입하라고 요구했죠. 타이거펀드는 수천억원의 차익을 남겼고요. 2003년에는 소버린 자산운용이 SK그룹을, 2015년에는 엘리엇 펀드가 삼성전자를 공격하며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행동주의 펀드들이 지나치게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고 있으며, 국내 기업이 공격을 막기 위해 손해를 봤다는 우려가 컸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행동주의 펀드를 바라보는 인식이 묘하게 달라졌습니다. 힘이 없는 소액주주들을 대신해 세력을 결집하고 주가에 부정적인 기업의 문제점을 강력하게 성토해주기 때문입니다. 2018년 부상한 ‘강성부펀드(KCGL)’가 대표적이죠. 강성부펀드는 ‘땅콩회항’ 사건과 ‘물컵 갑질’ 사건 등 총수 일가의 부적절한 행태를 지적하며 한진그룹 지배구조와 재무구조 개선을 주장했었습니다. 경영권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경영권을 방어하면서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거듭 밝혔고요.

SM 경영 지적한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자산운용 대표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자산운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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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 역시 이수만 전 프로듀서의 경영방식과 SM엔터테인먼트의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 때문에 SM이라는 회사가 적절한 매출을 내지 못하고 주가도 오르지 않는다는 겁니다. 즉 기업가치를 훼손시키는 SM 경영진들 때문에 주주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게 공격의 명분인 거죠. 얼라인은 잘못된 경영 관행을 바로잡고 주가를 높이는 게 자신들의 목표라고 주장합니다.


얼라인이 이러한 주장을 하는 배경에는 ‘라이크기획’이 있습니다. 라이크기획은 이 전 프로듀서가 지분 100%를 확보한 회사입니다. SM은 2015년부터 매출의 최대 6%를 라이크기획에 제공했습니다. 얼라인에 따르면 이 전 프로듀서는 기존 발매음원 수익의 로열티 6%를 2092년까지 받게 돼 있었고요. 1000억원이 넘는 막대한 회삿돈을 이 전 프로듀서가 부당하게 받고 있다는 게 얼라인의 요지였습니다.


얼라인의 공격은 어떻게 이뤄졌을까요? 얼라인이 보유한 SM 지분은 1.1%뿐입니다. 이 전 프로듀서는 18.46%를 보유하고 있었고요. 얼라인은 먼저 ‘주주서한’을 이용해 소액주주들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주주서한은 회사 주식을 보유한 사람이 경영진에게 보내는 편지를 말합니다. 얼라인은 2022년 3월 SM 측에게 ‘라이크기획과의 프로듀서 용역계약을 종료하라’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SM에서는 해당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요.


소액주주 결집시킨 얼라인, 우군으로 '카카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전 총괄 프로듀서가 지난 14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한·몽 경제인 만찬' 기조연설 후 빠져나가는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전 총괄 프로듀서가 지난 14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한·몽 경제인 만찬' 기조연설 후 빠져나가는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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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얼라인은 같은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을 결집시켰습니다. 주주총회장에서 얼라인이 추천한 감사인을 SM이사회에 선임하라는 요구를 했고 표대결에서 승리합니다. 그해 8월에는 ‘라이크기획과의 계약을 얼마나 개선했는지 발표하라’는 두 번째 주주서한을 공개적으로 발송합니다. 10월에는 SM의 회계장부와 이사회 의사록을 달라며 압박을 가했습니다. 주주들 사이에서 SM에 대한 비판 여론도 거세졌고요. 결국 SM은 라이크기획과의 계약을 조기 종료한다고 공시합니다.


이후 얼라인은 ‘주주대표소송제기권’을 행사합니다. 주주대표소송제기권은 회사의 지분 1% 이상을 가진 주주가 행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회사의 경영진이나 이사회 구성원이 잘못된 행동을 해서 회사가 손해를 봤는데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면 이사들에게 소송을 제기할 수 있거든요. 이 전 프로듀서가 라이크 기획을 통해 부당한 이익을 벌어들이는 걸 SM 이사들이 사실상 묵인했다는 게 얼라인 측의 주장입니다.


이후 얼라인은 경영진을 교체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합니다. 하지만 지분을 확보하려면 돈이 있어야겠죠? 그래서 우호세력을 영입하는데 바로 카카오 그룹입니다. 구체적인 과정은 이렇습니다. 얼라인은 SM 이사회를 통해 주식 123만주를 발행하게 합니다. 이 주식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발행했는데 쉽게 말해 카카오를 콕 집어 주식을 팔았다는 뜻입니다. 카카오는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전환사채)을 통해 114만주도 확보했죠. 카카오는 지분 9.05%를 가진 2대 주주가 됐고요.


이수만 '백기사'된 하이브, 공개매수로 방어나서
서울 용산구 하이브 건물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하이브 건물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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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프로듀서도 대응에 나섰습니다. 경영권을 뺏으려는 공격에 맞서기 위해 방어책을 세우는 거죠. 바로 ‘백기사’ 전략입니다. 백기사는 기업에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가 이뤄질 때 경영진이 우호 세력을 찾아 자신의 지분을 넘겨버리는 방법을 말합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찾은 백기사는 다름 아닌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입니다. 방 의장은 이 전 프로듀서로부터 SM 지분 14%를 넘겨받습니다. 이제 얼라인과 카카오는 이 전 프로듀서 개인이 아닌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백기사 하이브와 대결하게 된 거죠.


다음 수순은 ‘공개매수’였습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대주주가 지분율을 높이는 방법으로 쓰는 전략입니다. 주식시장에서 일정한 가격으로 주식을 사들이겠다고 공표하는 거죠. 가격은 현재 시장가보다 프리미엄을 붙여 높게 설정하고요. 하이브가 밝힌 단가는 주당 12만원으로 다음 달 1일까지 공개매수를 진행합니다. 목표는 전체 SM 발행주식의 25%(595만1826주)입니다. 확보에 성공한다면 하이브의 지분은 39.8%가 됩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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