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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농부는 굶어 죽을지언정 종자는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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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세대 위한 연금개혁
정부, 강력한 의지로 주도해야

[아시아경제 ]農夫餓死枕厥種子(농부아사침궐종자). 농부는 아무리 배가 고파 굶어 죽을지언정 농사를 위해 종자는 남겨둔다는 뜻이다. 다산 정약용의 속담집 이담속찬(耳談續纂)에 나오는 구절이다. 우리 조상들에게 씨앗은 곧 미래이며, 자신은 굶어 죽을지언정 미래세대를 위해 먹을 것을 남기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이는 속담이다.

 [논단]농부는 굶어 죽을지언정 종자는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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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현실은 어떠한가? 오늘날 대한민국은 가까운 미래와 현세대에 대해서는 많은 관심과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러나 중장기 미래에 대한 준비와 미래세대를 위한 관심과 배려는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특히 저출산·고령화의 급진전 속에서 세대 간 부양의 원리를 기반으로 하는 현행 연금제도는 미래세대에 막대한 재정적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현세대의 이익을 위해 현세대가 미래세대의 권익과 복지를 잠식한다면, 이는 세대 간 형평성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미래의 지속가능한 발전도 담보할 수 없다.


이러한 배경에서 윤석열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연금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노동 개혁·교육개혁·연금개혁은 인기가 없더라도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또 미래세대를 위해서 반드시 해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여야도 지난해 7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구성에 합의했다. 그러나 최근 들리는 소식에 따르면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개혁안을 정부의 몫으로 넘기고 공적연금 전반의 구조개혁을 선행하기로 결론 내렸다고 한다. 이는 ‘예고된 파행’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권으로서는 내년 4월 총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주식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정치인들에게 ‘다음 세대’보다는 ‘다음 선거’가 더 중요하다는 말을 남긴 적이 있다. 결국 미래세대에 대한 무관심은 현재 우리가 유지하고 있는 정치적·제도적 구조적 한계에 기인한다. 오늘날 대한민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의 공식적 제도들은 현세대의 요구에 우선 반응하도록 구조화되어 있고, 이를 기초로 통치행위의 정당성을 부여받도록 제도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체제 내에서 대부분의 제도 개혁과 관련한 시도는 규범적,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인 측면에서 하나 이상의 심각한 저항에 직면한다. 특히 연금개혁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존재하고, 다양성에 영향을 주는 정당 간 경쟁 구조, 이념적인 양극화 수준, 사회적 신뢰와 호혜성 수준 등 상황적 요인이 존재한다. 사회가 이념적으로 깊이 분열되어 있거나, 정당 간 경쟁구조가 심하거나,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낮을수록 합의를 도출하기가 어렵다. 연금개혁처럼 개혁의 효과가 시공간적으로 분산되어있을 때 더욱 그렇다.


결국 연금개혁에 대한 ‘공’이 다시 정부로 넘어왔다. 정부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강력한 의지와 리더십을 갖고 개혁을 주도해 나가야 할 것이다. 프랑스도 정부가 연금개혁을 주도했고, 우리나라의 역대 연금개혁도 정부가 주도했다. 비록 현세대의 강한 저항과 반발이 있겠지만 미래세대는 정부를 응원할 것이다. 여기서 미래세대란 현세대의 결정과 행동에 직접적 영향을 받지만, 아직 미성년이거나 태어나지 않은 관계로 그들의 목소리를 현실 정치에 반영할 수 없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만약 이번 정부가 성공적인 연금개혁을 이루어 낼 수 있다면, 미래세대는 역대 가장 성공한 정부로 역사에 기록할 것이다. 미래세대를 위해 씨앗을 남겨놓는 우리 조상들의 DNA가 우리 몸속에는 남아있다!

서용석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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