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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주현 산업연구원장 "당분간 무역적자 피할 수 없어...상황 더 나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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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주현 산업연구원장 "당분간 무역적자 피할 수 없어...상황 더 나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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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무역수지 적자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전망 때 올해 266억달러 무역수지 적자를 예상했는데 이후 경기가 악화한 지난해 11~12월 상황을 반영할 경우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경기부진을 낳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의 전개 상황과 주요국들의 통화정책 기조 전환 여부, 특히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인한 성장세 회복에 따라 1%대 한국경제 성장률의 진폭이 결정될 것이다."

주현 산업연구원(KIET) 원장은 최근 서울 중구 아시아경제 사옥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올해 세계경제는 인플레이션 심화와 공급망 붕괴, 지정학적 리스크 등 실물경제 부문에서 복합적인 위협요인으로 인해 경기 부진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주요국들의 지속적인 금융긴축과 코로나19 관련한 불확실성 등이 성장세를 제한하는 매우 중대한 하방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 원장은 "국내 경제는 대내적으로는 통화 긴축 영향의 본격화에 따른 소비 둔화가, 대외적으로 글로벌 경기부진과 교역량 둔화가 성장률을 1%대에 머물게 하는 지배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 금리가 오른다는 건 전세계 경제가 둔화하는 효과를 가지며 경기가 둔화되면 세계 교역량이 줄고, 교역량이 줄면 우리나라의 수출 역시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하나의 고리와 같다"고 설명했다.

주현 산업연구원장.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주현 산업연구원장.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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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수지 적자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12개월째 지속 중이다. 올해 우리 산업 수출 전망을 어떻게 보나.


▲금융위기 이후 안정적 흑자기조를 유지하던 무역수지가 최근 지속적으로 적자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수입 측면에서 에너지 원자재 가격상승에 따른 수입액 급증세에 기인한 것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일본, 독일 등 비(非)자원국이 공통적으로 당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여기에 중국의 경기둔화에 따른 수출 둔화와 작년 하반기부터 우리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경기 부진이 무역수지의 적자 흐름에 주요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올해 국내 경기둔화와 글로벌 경기침체로 원자재 가격이 안정화할 것으로 예상돼 수입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되지만 문제는 동일한 이유로 반도체와 기타 주요 수출 품목의 해외수요가 줄어들어 수출 감소가 더 크게 나타나 당분간 무역수지 적자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반도체, 철강, 화학 등 우리 주력산업의 수출에도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는 사이클이 큰 중후장대 산업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이는 한번 가격이 오르면 몇 년 동안 호황을 유지했다가 전세계 시장에 공급과잉되면 가격이 떨어지는 구조다. 메모리 반도체가 대표적이다. 부품공급망이 정상화된 자동차, 2021년 수주물량을 인도하는 조선과 이차전지, 바이오 등은 수출이 다소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코로나국면에서 수출증가를 견인했던 반도체, 정보통신기기, 일반기계 등은 수요 위축에 따라 수출 감소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철강, 화학 등 소재산업, 메모리반도체 등은 수요둔화 외에도 큰 폭의 단가하락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즉 철강, 화학 품목의 경우 수출 물량은 늘어나도 금액 기준 수출으로 10% 이상 감소할 수 있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266억달러 무역수지 적자를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11월에 발표한 수치다. 산업 환경이 지난해 10월 중순 이후 크게 나빠졌다. 경기가 악화한 지난해 11~12월 상황을 포함할 경우 경기는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큰 시기가 과거 수십년 동안 거의 없었다. 불확실성 요인도 크게 원유값 급등이나 금융위기 등 한정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 원자재 갈등 등 어느 쪽에서 어떤 요인으로 문제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미중 패권 경쟁으로 수출통제 범위가 확대하고 있다.


▲지난 오바마 행정부 이후 정파와 관계없이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일관되게,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력하게 진행하고 있는 추세다. 이를 고려하면 미중 간 첨단기술을 둘러싼 패권경쟁은 향후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 즉 미중 간의 경쟁은 이제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미 반도체, 통신장비, 인공지능(AI) 등 향후 산업패권 뿐만 아니라 국방 및 안보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첨단전략산업에 대(對)중국 포위망을 촘촘하게 짜고 있다. 화웨이, SMIC 사례에서 보듯이 첨단전략산업의 글로벌 생태계에서 중국의 증요도와 비중을 상당히 낮추고 있다. 최근 미국은 일본·네덜란드와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에 합의를 이끌었다. 이로 인해 우리 기업은 미국으로부터 1년간 유예 조치를 받기는 했지만 중국 내 반도체 장비 반입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갈등 격화로 중국에 크게 의존했던 첨단산업의 글로벌 가치사슬(GVC) 전략은 상당 부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우리 수출 구조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이미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우리 중간재 수출은 중국에서 베트남 등 신남방 지역으로 이전했다. 미중 갈등은 더 가속화 할 것이다.


-경제안보로 인해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세계 경제가 분절화하고 있다.


▲누구나 동의하는 부분이다. 세계 경제 분절화는 단기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분절화가 어떤 지역간에서, 어떤 부문에까지 이뤄질 것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미중 패권 전쟁에도 불구하고 되레 미중 양국의 교역량은 더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현재 분절화는 핵심 전략자산에 대한 분절화로 교육, 소비재 부분의 교역은 해당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국제사회 전체의 산업구조 가운데 꼭 필요한 분야를 전략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상대국이 공급을 중단할 경우 막을 수 있는 카드를 의미한다.


-세계적으로 각국이 다시 산업정책을 강화하는 추세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리나라처럼 산업정책을 시행한 나라는 과거에도 지금도 없다. 우리는 보조금뿐만 아니라 교육 등 모든 시스템을 산업발전에 맞췄다. 전문인력이 필요하면 공과대학을 늘리는 등 정부가 직접적으로 산업 지원 정책을 취했다. 이러한 구조가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후 변화했다. 외환위기 이후 연구개발(R&D)를 제외한 대기업에 대한 직접 지원은 사실상 거의 없어졌다. 이러던 게 최근 전세계 경제안보 개념이 확산하면서 변화를 맞았다. 경제안보의 핵심은 우리나라가 핵심산업 역량을 국내에 보유하면서 이를 전세계를 상대로 한국경제의 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렸다. 가령 이차전지의 경우 해외에 보조금을 받고 배터리 생산공장을 설립하는 만큼 국내 공장 증설에도 신경쓸 수 있도록 전략적인 관점이 필요하다.


-중국 경제가 정점을 지나 하강국면을 맞이할 것이라는 '피크차이나' 우려가 나온다. 대중국 수출 중심의 성장공식은 문제 없나.


▲중국의 성장모델 전환은 우리나라 성장전략에 중요한 도전인 것은 분명하다. 중국의 산업구조가 변화하는 데 맞춰 우리나라 산업과 경제의 성장전략이나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최근 중국의 성장모델의 변화 방향은 수출보다는 내수 주도 성장, 부품·소재 등 중간재의 수입 대체, 기술 자립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상대적 기술 우위에 기반한 중간재 수출에 초점을 둔 우리나라에게 불리해진 변화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 세계 시장의 생산기지로서 생산역량을 집중하던 시대가 더 이상 아니다. 북미도, 유럽도, 중국도 주요 제품이나 산업에 관한 한 역내 생산과 공급망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산업 생태계의 다극화가 진행될 것이다. 이들 시장에 대한 접근 방법으로 수출보다는 직접 투자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 셈이다. 필요한 경우 글로벌 거대 시장별로 준 독자적인 공급망을 분리해 구축할 필요도 늘어날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역 초점으로 인구구조상 우리나라와 보완성이 높은 동남아시아, 인도 등 청년 아시아(Youthful Asia)에 주목해야한다. 장기적으로 글로벌 생산기지로서 중국의 역할을 대체할 것이며, 수출시장 다변화와 공급망 재편의 주요 프런티어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후 에너지·광물 등 공급망도 빠르게 전략자산화 추세다.


▲원론적이지만 공급망 다변화는 물론 (주요 광물 자산의) 비축과 국내 생산기반의 전략적 확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다. 이를 위해선 우리 공급망 구조를 면밀하게 파악하는 것이 선결조건이다. 우리 산업과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 강도, 발생 가능성, 발생 시 조기 회복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우선순위를 정해 시급한 순서부터 다변화와 비축을 진행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국내 생산기반 확충 등 플랜B를 만들어 놓을 필요도 있다. 다행히 재작년 요소수 사태를 겪은 이후 우리 정부는 3000여개에 달하는 공급망 위험 품목을 조사했다. 이 중 집중 관리가 필요한 200대 품목에 대해 경제안보품목으로 지정하고 리스크를 집중 관리 중이다. 공급망관리기본법, 자원안보특별법 제정과 소부장특별법 개정 등 3법의 입법을 준비 중이다. 해당안이 통과될 경우,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정부의 체계적인 대응이 비로소 가능해질 것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비해 정부가 발 빠르게 핵심광물 동맹을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전망을 어떻게 보나.


▲올해 테슬라, 포드 등 주요 완성차업체는 전기차 가격 인하를 잇달아 발표하면서 전기차 시장도 가격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IRA 가이던스 조정으로 렌트카 등 상업용 차량은 보조금 대상이 됐지만 이들 차량이 미국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 전후에 그치고 있다. 미국은 우리 전기차 수출에서 3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IRA 시행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온전히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단기적으로 구독 서비스, 렌트카와 같은 판매 채널을 다변화시켜 전기차 판매를 확대해야 한다. 미국 내 전기차 생산을 본격화하는 시기를 앞당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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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정재형 경제금융에디터 jjh@asiae.co.kr
정리=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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