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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경제안보·가치교역 다자체계 구축 '중국의 덫'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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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수 한은 경제연구원장
中 리오프닝 한국엔 긍정적
인플레이션에는 위험 요소
중국시장 수출 유지하면서
원자재 도입국 다변화 필요
금리인하 논할 단계 아냐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장이 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소공별관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장이 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소공별관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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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글로벌 분절화 강화 흐름 속에서 한국 경제가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선택이 중요하다. 현재 한국 경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제안보와 가치기반 교역의 다자체계 구축에 다층적으로 접근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장은 코로나19 팬데믹과 미국·중국 무역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글로벌 경제의 분절화가 가속하면서 에너지, 원자재, 기술 부문의 경제안보가 중요시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한국 경제는 '중국의 덫'에 빠진 상황이다. 그동안 한국 경제는 중국의 급속한 성장에 따른 수혜를 입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대중 수출이 크게 흔들리면서 수출 전선에 비상등이 켜졌다. 미·중 갈등 심화 속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은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는 데다 러·우 전쟁으로 촉발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은 아직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아시아경제는 박 원장을 만나 현 경제 위기를 진단하고, 한국 경제가 지속 성장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해봤다.


-대중수출이 크게 줄면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어떤 돌파구가 필요할까.

▲최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투트랙으로 진행된다. 첫째는 경제 또는 기술안보 쪽을 중시하며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품목 중심의 협력체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생산과정을 문제 삼으며 가치기반 통상을 강화하는 흐름이다. 중국과의 교역도 이런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의 고성장으로 한국 경제가 수출 증가 수혜를 입었지만, 수출입 의존도 역시 매우 높아졌다. 2021년 기준 중국에 대한 중간재 수입의존도는 23%로 대만 다음으로 높다. 또 제조업 위주의 경제구조 전환을 지연시키는 부작용도 있었다. 앞으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전략적인 선택이 더욱 중요하다. 중국과의 교역에 있어서도 수출시장으로서 중국시장을 가능한 한 유지하면서 원자재 도입국을 아세안이나 호주, 남미 등으로 다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동시에 인도 등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국가를 새로운 수출시장으로 개척하는 노력도 배가돼야 한다.


-올해 한국 경제는 중국 경제 회복 속도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방역조치 완화에 따른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로 올해 2분기부터 경제활동이 점차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되며, 국제기구와 투자은행들이 중국의 올해 성장률을 속속 상향 조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과 교역규모가 매우 큰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중국 경제의 기술적 반등이 중간재 수출 개선과 소비재 수출 증가로 이어져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또 반도체 부문도 글로벌 공급과잉이 완화되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중국의 생산차질 완화와 IT기기 소비 개선은 우리 수출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중국인 해외여행 급증으로 우리나라 서비스 수출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의 경제활동 정상화가 원자재 수요 회복을 통해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하고 유럽의 에너지 문제를 심화시킬 우려도 있다. 결국 중국의 경제활동 정상화는 우리나라 성장에는 긍정적, 인플레이션에는 위험요소가 될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지난달 금통위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전망치인 1.7%보다 하향 조정될 것이라 언급했는데 최근 중국 성장률이 상향 조정되면서 일부 변화가 있었을 것 같다.

▲지난 11월 한은 조사국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7%로 발표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치가 중국 코로나19 상황 악화, 반도체 경기 위축 심화, 소비 부진 등으로 예상보다 더 좋지 않았던 데 따른 베이스 쉬프트 효과(base shift·실적치 변화에 따른 전망치 조정)로 하회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하지만 이후 미국, 유럽, 중국 경제상황에 대한 전망이 상향 수정되는 등 많은 여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한은 조사국에서 오는 23일 새로운 경제성장률 수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장이 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소공별관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장이 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소공별관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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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6.4% 올라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다.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가 되살아나고 있는데.

▲최근 시장과 Fed 간 괴리가 컸는데 1월 CPI가 예상치를 웃돌면서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오래 고착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늘고 있다. 시장에서는 물가지표의 상승세가 진정되고, 그간 고강도 긴축이 앞으로 경기를 침체로 몰아갈 수 있다고 여기면서 Fed가 올해 안에 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다는 기대를 키웠지만 이번 발표로 Fed가 당초 예상보다 더 많이 금리를 올리고, 고금리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Fed는 상품가격이 디스인플레이션(상승세 둔화) 과정에 있으나 주택과 비주택서비스 부문의 고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한다. 특히 경제성장세의 둔화에도 불구하고 미 노동시장은 여전히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Fed 입장에서는 1980년대 초 과소 긴축(doing too little)으로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하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Fed와 시장 간 괴리로 인해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는 상황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지만 그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파월 의장이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의 하락속도에 대한 시장과의 견해 차이를 인식하고 있으며 과도하게 긴축할 생각이 없고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하락하는 경우 적절한 대응수단을 갖고 있다는 점을 언급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의 금리인하 시점을 앞당기는 시각이 늘고 있다. 우리가 미국보다 먼저 금리인하에 돌입할 수 있을까.

▲파월 의장은 지난 FOMC에서 경제가 전망대로 진행되는 경우 올해 중에는 금리인하가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데이터가 다른 방향으로 나타난다면 데이터 의존적인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되고 현재 금리차가 1.25%포인트까지 확대됐지만 현재 환율은 대체로 하향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환율의 결정에서 내외금리차가 영향을 미치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님을 의미하며, 각국 중앙은행이 경제상황에 따라 독자적으로 정책금리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다만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아직 5%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그간의 비용상승 누적으로 하락속도가 완만할 것으로 예상돼 우리나라 역시 아직은 금리인하를 논할 단계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팬데믹을 기점으로 지난 40년 동안 지속됐던 물가안정과 장기금리 하락 시대가 종료됐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우선 글로벌 분절화 현상으로 공급망 복원력 확보를 위한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친환경 경제로의 전환(green transformation) 과정에서 앞으로는 신기술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야 한다. 또 소득재분배 정책이 보다 적극적으로 시행돼야 한다. 각국의 정부부채가 크게 증가하며 실질금리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글로벌 분절화 강화와 친환경 에너지 생산 등으로 생산비용이 높아지는 점은 인플레이션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이 같은 변화가 팬데믹 이전과 같은 구조적 장기침체 우려를 완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주장들이 많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글로벌 상황과 조금 다르지만 소규모 개방경제 특성상 글로벌 현상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지난해 취업자수가 82만명으로 22년만에 최대폭을 나타냈지만 올해는 한파가 예상된다. 한은은 올해 취업자수 증가가 9만명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는데 고용절벽이 우려된다.

▲코로나19 이전인 2015~2019년 중 연평균 25만명 정도 늘어나던 취업자수가 코로나로 크게 줄었다가 지난해에는 리오프닝 효과로 82만명이나 늘었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현상으로 올해부터는 장기추세에 접근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추세는 인구구조에 따라 결정되는데 최근에는 15세 이상 인구증가율이 하락하고 은퇴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60세 이상 고령층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상승하는 추세이지만 고령화와 출산율 하락의 영향을 상쇄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장기추세 선상의 취업자수 증감은 크게 낮아질 것이다. 따라서 취업자 증가세의 빠른 축소를 고용절벽, 즉 고용창출이 안된다고 해석하기보다 향후 인구감소가 잠재성장률 등에 미치는 영향을 여성경제활동 참가율 제고, 외국인 인력 활용 등을 통해 완화하는 방안에 초점을 두고 고민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인플레이션으로 기대인플레가 상승하면서 임금-물가 상호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데.

▲최근 기대인플레이션은 지난해 7월 정점(4.7%)을 찍고 점차 하향 안정화(1월 3.9%)되는 상황이다. 또 기대인플레이션이 임금-물가 상호작용을 강화하는 정도가 미국 등에 비해서는 낮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인구고령화, 이민자수 감소 등으로 노동공급이 줄어들고 높은 빈일자리율 등 타이트한 노동시장 상황으로 인해 임금상승세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비주택서비스 인플레이션도 아직 높은 수준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인건비 비중이 큰 외식물가에서 지난해 10월 이후 오름세 둔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다만, 임금-물가 간 상호작용은 고인플레이션 시기에 강화되는 경향이 있고 특히 기대인플레이션이 안정화되지 않는 경우 임금-물가 상호작용이 커지게 되므로 앞으로 상당기간은 기대인플레이션의 하향 안정화를 위해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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