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품명가]①구광모號 LG, 가전명가에서 신부품명가로 '우뚝'
소재·부품 키워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
전자 매출, 소재·부품 분야에 추월 당해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LG그룹이 대표적인 글로벌 가전명가에서 신(新)부품명가로 변신 중이다. 소재·부품 분야 매출이 TV·에어컨·냉장고 등 기존 LG를 대표했던 가전, 전자 완제품 분야 매출을 앞질렀다.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 가전제품이 팔리지 않는다는 아우성이 들려온다. 과거 가전명가 시절 LG라면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전기차 등 미래 성장 사업 부품 공급으로 전체 그룹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놓았기 때문이다. 균형 잡힌 전체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예전과 달리 안정감이 느껴진다.
LG그룹의 지난해 주요 계열사별 매출은 LG전자 자동차부품(VS·전장)사업과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LG에너지솔루션을 합친 소재·부품부문이 79조9930억원을 기록했다. 그룹 내 핵심인 LG전자(VS 제외) 매출 56조600억원을 크게 뛰어 넘었다.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구광모 회장이 경영 바통을 이어받은 2018년 당시만 해도 전자 매출은 50조1080억원으로 소재·부품부문 43조1260억원보다 많았다. 그룹사 전체 분위기를 LG전자가 좌지우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기였다.
구 회장이 B2B(기업 간 거래) 육성에 힘을 실으면서 LG의 소재·부품 사업도 커지기 시작했다. LG전자 내 B2B를 전담하는 BS사업본부는 구 회장이 취임한 첫 해에 신설됐다. 2018~2022년 4년간 전자 매출이 6조원가량 늘어날 동안 소재·부품 부문은 36조원 넘게 성장했다. 화학 사업까지 포함하면 지난해 소재·부품 부문 전체 매출은 106조2590억원으로 전자 매출의 두 배에 달한다. 특히 LG전자 내 VS사업부문 매출이 4조원대에서 8조원대로, 전자 부품 사업을 하는 LG이노텍이 7조원대에서 19조원대로, 배터리 사업을 하는 LG에너지솔루션이 6조원대에서 25조원대로 급성장한 영향이 컸다.
업계에서는 올해 세계 경제 둔화 흐름 속에 전자부문 매출 성장이 녹록지 않아 소재·부품 부문과의 매출 격차가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 포트폴리오가 전자에만 치중되지 않도록 기회의 장이 열리고 있는 소재·부품으로 균형 있게 확장한 구 회장의 결단이 결실을 본 셈이다. 구 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LG㈜는 2003년 3월 국내 최초로 출범한 지주회사로 전사적 차원의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 인재 육성, 브랜드 관리 등이 주요 역할이다.
실제로 미래 비전이 높은 분야로 LG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한 것은 구 회장의 주요 성과 중 하나로 손꼽힌다. 구 회장은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적자를 지속했던 스마트폰 사업 등을 과감히 접었다. LG는 애플에 디스플레이를 공급한다. 스마트폰 사업을 접을 때는 뼈가 아팠다. 하지만 그 결과 세계 최고 스마트폰 업체 애플을 충성 고객으로 만들 수 있었다.
LG는 삼성과 더불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생산 1~2위를 다툰다. 삼성은 애플에게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면서 애플과 스마트폰 판매 전쟁을 벌이고 있다. 애플 입장에선 같은 값이면 LG 디스플레이를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만 파운드리 1위 업체 TSMC는 창업 이후 줄곧 지켜온 경영원칙이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라고 삼성전자를 공격한다. 말하자면 LG도 비핵심·부진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면서 고객과 경쟁하는 않는 부품 공급자 모양새를 갖췄다.
또 LG는 전기차 충전·배터리·부품(전장)을 수직계열화 하면서 전자 쏠림이 있던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맞췄다. 2020년 말 LG화학 전기차 배터리부문을 분사해 배터리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을 키운 게 대표적인 사례다. LG가 전기차를 만들지는 않지만 정작 LG가 없으면 전기차가 달리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구 회장은 지난해 11월에 단행한 '2023년 임원 인사'에서도 배터리와 전장 등 미래먹거리가 달린 사업에서 승진 폭을 확대해 미래 설계에 힘을 줬다. 또 신기술 개발과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연구개발(R&D) 분야 신규 임원을 31명 추가해 R&D 임원 수를 역대 최대 규모인 196명으로 늘렸다. LG는 미래성장 분야를 중심으로 2026년까지 향후 5년 동안 국내에만 106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국내투자 가운데 약 40%인 43조원을 미래성장 분야에 집행한다. 그 중 절반에 가까운 21조원을 배터리·배터리소재, 전장, 차세대 디스플레이, AI·데이타, 바이오, 친환경 클린테크 분야의 R&D에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모두 전자의 '세트' 제품이 아닌 소재·부품에 해당하는 부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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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회장의 글로벌 현장 행보도 소재·부품 분야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구 회장은 지난해 10월 코로나19 발생 이후 처음으로 단행한 해외출장에서 배터리를 챙겼다.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있는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과 미국 오하이오주에 있는 LG에너지솔루션·제너럴모터스(GM)의 배터리 합작사 얼티엄셀즈 1공장을 방문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전기차의 핵심부품 '배터리' 사업에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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