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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깊은 중앙은행…韓은 中경제·美는 고용·유럽은 에너지

최종수정 2023.01.26 08:07 기사입력 2023.01.26 06:10

각자도생 나선 주요국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언론회관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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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문제원 기자] 올해 글로벌 경기침체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주요국 중앙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잇단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각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가 유지되고는 있지만, 국가별로 변수가 상이하게 존재하면서 경기와 물가 사이 정교한 줄타기 묘수가 필요해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데다 국제유가 등 에너지가격 변동성으로 경제여건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고용·날씨 등 물가 외 고려해야 할 요소가 부상하면서 각 중앙은행의 셈법도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중국 경제 따라 울고 웃고…한은, 초미의 관심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흐름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중국의 경제회복 속도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중국의 리오프닝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에 주목하는 이유다. 중국의 리오프닝은 우선 대중수출 회복, 중국인 국내여행 확대 등을 통해 우리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글로벌 차원에서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고 유럽 에너지 문제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 속도도 더뎌질 수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8일 서울외신기자클럽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희망적인 3가지 중 하나로 중국 경제 정상화 가능성을 꼽으면서도 동시에 우려를 표명했다. 이 총재는 "중국 경제회복이 빨라질 경우 유가를 상승시킬 우려가 있고, 국지적 정치 분쟁이 악화해 수출에 타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중 갈등 여파로 중국의 경제적 보복이 본격화되면 오히려 수출 감소세가 더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중국의 리오프닝으로 소비가 본격적으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고, 생산·물류 차질이 해소되며 제조업 경기도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 경제가 보다 내수서비스 중심으로 재개될 경우 우리 수출에 대한 영향을 일부 제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은 김웅 조사국장은 최근 블로그에서 "향후 우리 경제의 성장흐름은 중국경제 회복 속도, 미국·유럽 경기둔화 정도와 국내 소비회복세 등의 영향을 주로 받을 것"이라며 "중국 경제가 2분기부터 빠르게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변이 발생, 부동산경기 회복 지연 등 하방리스크도 상존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한은은 중국의 리오프닝 이후 경제활동이 점차 정상화될 경우 올해 중국 성장률이 4%대 중반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으며, 경제활동 정상화 시기·경제주체들의 행태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커 상황에 따라 3%대 후반~5%대 중반의 성장률을 나타낼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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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고용, 유럽은 에너지가 통화정책 주요 변수

미국의 경우 노동시장이 통화정책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미 물가 오름세가 다소 둔화되면서 통화 긴축 속도가 조절되고 있으나 타이트한 노동시장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향후 Fed의 최종금리 수준, 지속 기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현재 미국 고용시장은 이례적으로 뜨겁다. 이달 초 발표된 고용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는 22만3000개 증가했다. 실업률은 3.5%로 전월(3.6%)보다 0.1%포인트 하락해 1960년대 후반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실업률이 낮고 노동공급이 줄면서 구인난이 계속되고 있다. 민간 고용 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Fed의 통화긴축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은 양석준 외자운용원장은 "Fed가 올해 상반기 중 정책금리를 추가 인상해 최종정책금리가 5%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인상될 것"이라며 "이후에는 인플레이션이 안정될 때까지 제약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올해 말까지 정책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은 외자운용원 이현호 투자운용부장은 "미 노동시장이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노동수요 감소로 수요-공급 미스매치가 다소 완화되는 가운데 실업률이 올해 말 4%대 중반까지 상승할 전망"이라며 "다만 높은 인플레이션이 오래 지속될 경우 Fed의 최종금리가 상향되면서 실업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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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중앙은행(ECB)은 최근 따뜻한 날씨 영향으로 물가상승률이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중국 경제 회복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금리인상을 둘러싼 고민이 이어질 전망이다. 유럽연합(EU)의 통계청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유로존의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9.2% 상승해 두 달 연속 오름폭이 줄었다. 예상보다 따뜻한 날씨로 난방 수요가 감소해 에너지 가격 상승률이 지난해 10월 41.5%에서 25.7%로 둔화된 영향이다. 물가상승세가 약해지고, 올해 유로존의 경제 성장률도 크게 악화할 것으로 보여 ECB 입장에선 금리인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ECB는 이미 지난해 7월 이후 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2.5%포인트 올려 경제적 부담이 상당하다.


하지만 에너지를 제외한 식료품·주류·담배 물가상승률은 13.8%로 여전히 전월보다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어 물가안정을 위한 긴축적 통화정책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더 길어져 천연가스를 비롯한 유럽 에너지 위기가 확산하거나, 중국 경제 회복으로 국제유가가 다시 오를 경우 유럽 내 물가가 더욱 치솟을 수 있다. 중국의 코로나 봉쇄기간 중에는 러시아산을 대체하는 에너지를 쉽게 확보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 중국 수요가 크게 늘면 이마저도 쉽지 않다.


현재 9.2%에 달하는 물가상승률 역시 ECB의 물가 목표인 2%에 비하면 과도하게 높은 수준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최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여전히 물가 상승률이 높다"며 "우리는 기존 경로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오는 3월 ECB 통화정책회의까지는 0.5%포인트씩의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일본은 완화적 통화정책 전환 여부 '관건'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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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BOJ)도 올해 완화적 통화정책 전환 여부와 시점을 두고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일본은행은 2013년 아베 신조 전 총리 시절부터 경기부양을 위해 초저금리와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펼쳐왔으나 최근 과도한 엔저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해 이를 더이상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다. 일본은행은 무제한 국채 매입을 통해 10년물 국채 금리를 0% 부근으로 유도하는 수익률곡선통제(YCC) 정책을 펴고 있는데, 여기엔 막대한 국고가 소요된다. 일본은행은 이달에도 국채 10년물 금리가 상한선인 0.5%를 웃돌자 수조엔을 들여 국채 매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같은 일본은행의 과도한 개입으로 채권시장의 왜곡이 커져 10년물 국채 금리가 경제 지표로서의 능력을 상실하고, 일부 회사채 발행이 취소돼 오히려 자금조달을 방해하는 등 부작용이 상당하다. 특히 과도한 엔저로 수입물가가 올라 일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지난해 무역수지 적자도 19조엔을 넘기는 등 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에 시장에선 일본은행이 지난달 10년물 국채 금리 상한을 0.25%에서 0.5%로 인상한 데 이어, 0.75%로 추가 상향 조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선 YCC 정책의 폐기 가능성도 거론된다.


오는 4월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퇴임하는 만큼 그 이후 정책 전환이 유력하다. 다만 일본 국채 잔액이 1000조엔을 넘어 섣불리 금리인상에 나서기도 쉽지 않다. 일본의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국채 이자비용만 2025년까지 무려 6조6000억엔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 관계자는 "일본은행의 정책 변경이 이뤄지더라도 급격한 긴축 전환이나 국채 매입의 포기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지평 한국외대 특임교수는 "기조적으로 투자자들의 국채 매도 압력이 너무 세기 때문에 일본은행이 어느 정도는 금리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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