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 미국의 금리 인상도 막판에 가까워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너무 높은’ 수준이라고 하지만 지난 12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6.5%로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낮았다. 달러 가치는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떨어지고 있다. 달러 가치 하락은 미국의 금리 인상도 머지않아 마무리될 것임을 시사한다.
상황은 우리도 비슷하다. 한국은행은 2021년 8월부터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국고채 3년 수익률은 지난해 10월 이후 낮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금리 인상도 마지막 단계로 보인다. 물론 미국이나 우리나 물가상승률이 아직 목표 수준까지 떨어진 건 아니다. 그러나 정점은 지났고 과잉 유동성과 에너지 쇼크에 따른 인플레이션은 가라앉기 시작했다. 이제 인플레이션 걱정은 접어둬도 되는 걸까.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세계 경제에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공급망 재편 문제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우호적인 국가들끼리 공급망을 재구축하려는 ‘프렌드 쇼어링’이 시작되면서 효율성만큼이나 안정성이 강조되고 있다. 지난 20여 년에 걸쳐 중국에 생산 기반을 구축해 놓은 다국적 기업들은 이제 이를 다른 지역에 다시 만들어야 한다. 공급망 재구축은 그만큼 비용을 높여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된다. 에너지 전환 역시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는 데도 탄소 중립 정책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은 특히 신흥국들에는 사실상 새로운 형태의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유럽의 탄소 국경세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고 재생에너지 100%를 요구하는 ‘RE100’도 생산비용을 높인다.
가장 큰 충격이 예상되는 변수는 인구문제다. 세계적으로 고령화로 인해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줄고 있다. 특히 중국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치명적이다. 1990년대 이후 세계 경제에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의 산업화대열 진입이었다. 중국 한 나라만으로 제조업 생산에 투입 가능한 노동 공급이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하지만 중국의 인구 증가가 끝났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작년 말 기준 인구가 14억 1180만명으로 전년보다 85만명 감소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인구 감소는 고령화의 효과까지 고려하면 해마다 500만명에서 1000만명 정도가 세계의 노동시장에서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곳이 없지는 않다. 인도가 대표적이다. 중국 인구는 감소하고 인도 인구는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어 올해 안에 인도 인구가 중국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 비하면 젊기도 하다. 인도 인구의 절반이 30세 미만이다. 인도의 중위연령은 28.4세로 중국보다 10세 이상 낮다. 그러나 사람이 많다고 무조건 제조업 생산기지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정보기술(IT) 강국이라고는 하지만 인도의 제조업 기반은 취약하다. 무엇보다 인프라가 너무 부족하다. 규제는 복잡하고 의사 결정속도는 느리다. 인종적, 종교적 갈등도 심각하다. 중국과 달리 인적 자본을 경제성장에 동원할 수 있는 정부의 능력도 부족하다. 인도의 경제력은 아직 중국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인도가 ‘세계의 공장’으로서 중국을 대체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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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은 정점을 지났고 금리도 오를 만큼 올랐다. 하지만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이 에너지 전환, 중국의 인구 감소와 겹치고 있다. 아무래도 저물가 시대의 재연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김상철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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