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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다이어리] 하나의 중국, 두 개의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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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하나 됨’을 향한 중국의 집착은 전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대만해협을 둘러싸고 미국과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키운 표면적 이유도 이 ‘하나의 중국(一個中國)’ 원칙을 침해당했다고 여겨서다. 중국 대륙과 홍콩, 마카오, 타이완은 결코 나뉠 수 없는 하나이며, 합법적 정부 역시 오직 하나뿐이라는 게 이 원칙의 골자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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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중국은 대만 독립이라는 역린만을 겨냥하지 않는다. 습성과 생김새, 언어까지도 다양한 56개 민족을 하나로 묶기 위해서도 중국은 ‘하나’라는 감각과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소수민족의 고유한 문화나 삶의 방식을 보호하는 것 같으면서도, 구(舊)소련과 같은 해체·분열을 우려해 중국 정부는 항상 ‘하나의 공동체’라는 가치를 금과옥조로 여겨왔다. 공동부유라는 가치 위에서 인민의 삶이 지나치게 괴리를 겪거나 분리돼선 안 된다는 것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생각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중국인들의 삶이 둘로 쪼개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한다. 젊은층과 노년층이,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를 사이에 두고서다. 재개방에 대한 환호와 죽음에 대한 공포는 각각의 갈래를 압도하고 있다.


중국의 노년층은 주변인들의 사망 소식, 일부 언론의 보도를 겪으며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사시사철 밤낮으로 어느 공원에서나(심지어 그간 제로코로나 국면에서도) 춤을 추던 ‘광장무’ 무리들도 사라졌다. 60대 이상의 중년 여성들이 주축인 이들은, 오랜 기간 중국의 ‘명물’로도 소개돼왔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모습과 이들에 대한 사회의 관대함은 하나의 문화로 존중받아왔지만, 위드코로나 전환 이후로는 자취를 감췄다.


화장장에 사망자 시신이 몰려, 아파트 단지 한쪽에서 시신을 태우고 있다는 내용의 동영상은 전국적으로 퍼지며 긴장감에 불을 지폈다. 정부는 "시신이 아니라 옷을 태운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한 두 다리 건너 아는 지인들의 사망 소식이 실제로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중국의 관변 논객으로 잘 알려진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장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직접 아는 동료가 지난 이틀간 두 명이나 사망했다. 한 사람은 88살, 한 사람은 89살이다. (중략) 요즘 나쁜 소식들을 접하면서 중국 사회가 복잡한 국면을 헤쳐나가고 있음을 느낀다. 노인을 포함한 모든 생명을 구하기 위해 나라가 최선을 다하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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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중국의 젊은층은 중국의 재개방 소식에 환호하며 밖으로 뛰쳐나가고 있다. 베이징의 스차하이, 난뤄구샹, 싼리툰 등 유명 관광지나 번화가에는 한껏 멋을 낸 젊은 무리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거리를 활보한다. 확진 후 면역력을 갖췄다는 자신감과 그간 억눌렸던 외부활동에 대한 열망이 폭발한 것일 테다. 지난 연말, 베이징 시내 주점과 식당 등에서 마련한 새해맞이 카운트다운 행사장들은 발 디딜 틈이 없어 가게 안으로 들어가지 못할 만큼 붐볐다. 하이난 싼야, 안후이 황산, 윈난 리장 등 중국의 인기 관광지를 오가는 항공편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빈 숙소를 찾기도 어려울 정도다.


둘로 나뉜 중국인들은 민족 최대의 명절 춘제(春節·중국의 설)를 앞두고 있다. 그 이후 ‘하나의 중국’이 어떤 모습일지 우려된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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