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던 사실 이번에 알았다"
"문서 삭제 지시 안 해"… 기존 입장 유지
유족 측 문재인 전 대통령 고소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1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허영한 기자 younghan@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1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허영한 기자 young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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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첩보 보고서 등을 무단으로 삭제한 혐의로 고발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14일 12시간 30분에 걸친 검찰 조사를 마치고 나와 '조사 과정에서 국정원 문서 삭제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박 전 원장은 이날 오후 10시 32분께 검찰 조사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전부터 국정원에는 '삭제'라는 게 원천적으로 존재하지 못한다고 얘기했었는데, 오늘 수사를 하면서 보니까 삭제가 되더라"라며 "중대한 사실을 이번에 알았다"고 말했다.

국정원의 모든 문건은 메인 서버에 기록이 남아 완전히 삭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자신의 기존 주장이 틀렸음을 이날 수사를 통해 알게 됐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하지만 박 전 원장은 '사건 당시 실제로 삭제된 문서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답변을 하지 않겠다"며 답변을 피했다.

박 전 원장은 다만 국정원 직원들에게 사건 관련 문서나 보고서를 지우라는 지시를 내린 사실이 없다는 기존 주장은 그대로 유지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삭제 지시를 하지 않았고, (당시에는) 삭제라는 것을 알지도 못했다"며 "문재인 전 대통령이나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삭제 지시를 받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박 전 원장은 이날 자정께 자신의 페이스북에 "12시간 30분 간 검찰조사를 강도 높게 받고 나왔습니다"라며 "정중하게 조사해주신 검사님, 수사관님께 감사 드리며, 부장 검사님께도 감사드립니다"라고 적었다.


그는 "저는 있는 그대로, 사실대로 진술했습니다. 저는 국정원을 개혁했지 그 누구로부터도 삭제 지시를 받지도 않았고, 지시하지도 않았다고 밝혔습니다"라며 "저는 지금까지 국정원 자료는 삭제 불가능하다고 알고 있었기에 어떤 보고서도 수정 삭제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는 것을 진술하니 국정원 직원들도 그렇게 진술했다고 하셨습니다"라고 밝혔다.


박 전 원장은 2020년 9월22일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가 북한군에 피살된 이후 이 사실을 은폐할 목적으로 관련 첩보 보고서 등을 무단 삭제한 혐의(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 등)로 올해 7월 국정원으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국정원은 이씨 피격 다음 날인 23일 새벽 1시 관계 장관회의가 열린 뒤 첩보 보고서 등 46건의 자료를 무단 삭제했다.


검찰은 박 전 원장이 이 회의에 참석한 뒤 서훈 전 실장(구속 기소)에게 보안 유지 지시를 받고 보고서 삭제를 지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 30분까지 약 12시간 30분에 걸쳐 박 전 원장을 조사했다.


이날 오전 9시50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한 그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어떠한 삭제지시도 받지 않았다"며 "원장으로서 직원들에게 무엇도 삭제하라고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저를 조사함으로써 개혁된 국정원을 더는 정치의 장으로 끌어들이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오후 이씨의 유족 측은 서울중앙지검에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유족 측은 고소장에서 문 전 대통령에게 이씨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됐다는 사실을 알고도 적극적으로 구조하지 않은 직무유기 혐의, 자진 월북이라는 수사 결과 발표를 최종 승인해 이씨를 월북자로 몰아간 허위공문서 작성 및 사자명예훼손 등 혐의가 인정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친형 이래진씨는 이날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은폐와 조작의 최고 책임자였던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고소장을 오늘 제출한다"며 "권력을 이용한 은폐와 조작 내용을 힘없는 국민은 도저히 알 수 없어 헌법의 판단에 맡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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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일 자신이 서해 피격 사건 보고의 최종 승인자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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