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자금난…CVC 규제 풀고 정책금융·무담보대출 확대해야"
올3분기 벤처캐피탈투자 전년比 40.1%↓
정부지원금·은행대출 의존도 높아
'외부자금 출자비중 40% 제한' 풀고
정책금융 지원 강화·무담보 대출 확대해야
[아시아경제 최서윤 기자] 국내 벤처기업들이 긴축적 통화정책 등으로 자금난에 봉착했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외부자금 출자비중 40% 제한' 해제 등 규제 개선과 정부 지원 및 무담보 대출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벤처기업들은 자금의 60%이상을 정책지원금, 약 30%를 은행대출로 조달하는 등 정부와 은행 의존도가 높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14일 발표한 ‘벤처기업의 자금조달 건 점검 및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벤처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을 평가하고 향후 원활한 자금조달를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벤처기업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벤처기업의 신규자금 중 64.1%는 정책지원금으로, 28.2%는 은행대출을 통해 조달됐다. 벤처투자 시장의 주요 자금원으로 자리잡고 있는 벤처캐피탈의 투자재원을 살펴보면, 2021년 기준 벤처투자조합의 출자자 중 정책금융의 비중이 29.5%를 차지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지원금 축소, 긴축적 통화정책 등으로 벤처기업의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2023년 정부의 정책자금과 모태펀드 예산이 각각 19.6%와 39.7% 감소하며 자금 지원 규모가 2년 연속 줄었다.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시중 유동성도 축소되고 있다. 은행의 보수적인 대출 성향이 강화되고, 높아진 시중금리에 따라 벤처자금 시장의 주요 투자자인 금융기관이 예금, 회사채 등으로 자금투자를 전환할 것이기 때문이다.
벤처기업은 외부자금에 대한 만성적인 초과수요 상태인 경우가 많아 자금공급이 줄어들면 벤처기업의 자금난은 빠른 속도로 어려워지게 된다. 실제로 2022년 3분기 벤처캐피탈투자는 경기불확실성과 고금리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전년동기대비 40.1%나 감소하였다.
이에 SGI는 벤처기업의 자금난을 완화하기 위해 ▲정책금융의 경기역행적 운영 ▲벤처기업에 대한 무담보 대출 공급 확대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등을 제시했다.
◆벤처 민간투자자금, 경기둔화 직격탄…정책금융 지원 강화해야= SGI는 정책금융을 경기역행적으로 운영해 민간 투자자금의 경기순응적 성향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 순응성은 경기둔화 국면에서 유동성이 줄어들고 경기상승 국면에서는 유동성이 늘어나면서 경기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김경훈 SGI 연구위원은 “은행 대출, 벤처캐피탈 등 벤처기업에 대한 민간 투자자금은 경기 순응성이 강해 경기둔화 국면에서 벤처기업의 자금난은 더욱 악화하는 것으로 평가돼 왔다”고 했다.
SGI는 경기 여건을 반영해 모태펀드 예산을 늘리거나 한국은행 금융중개지원 대출을 확대하는 등 벤처기업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모태펀드는 민간자금에 대한 유인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으로 설계된 것으로, 경기둔화 국면에서는 지원 규모를 늘려 민간 투자자금 경기 순응성을 완화해 벤처투자 시장 위축을 해소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향후 추경을 통해 자금 지원 규모를 올해 수준 이상으로 늘리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무담보 대출 공급 확대, 정책금융기관·벤처캐피탈 전략적 제휴 필요 = SGI는 담보물이 부족한 벤처기업에 무담보 대출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내 시중은행들은 벤처기업에 담보 대출을 주로 시행한다. 창업 초기의 담보물이 부족한 벤처기업은 은행 대출을 통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경훈 연구위원은 “지적재산권을 바탕으로 역량 있는 벤처기업에 무담보 대출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담보가 없더라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벤처기업을 선별하고 이들에게 대출자금을 공급하는 것은 추후 은행의 수익성 제고에도 기여하기 때문이다.
다만 경기둔화 국면에서 시중은행의 대출태도가 더욱 보수적으로 강화될 것으로 보여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벤처기업에 대한 무담보 대출을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SGI는 이러한 상황에선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보고서는 정책금융기관과 벤처캐피탈이 전략적 제휴를 통해 성장성 있는 벤처기업을 발굴하고 이들에게 창업 초기 단계에서부터 무담보 대출을 제공하면서 장기 자본을 공급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CVC 규제 완화로 중장기 투자 활성화해야= SGI는 벤처기업의 안정적인 중장기 투자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으로 CVC의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했다. CVC는 비금융 법인이 설립한 벤처캐피탈로서 주로 모기업이 사업진출을 계획하는 부문의 벤처기업에 전략적 투자자 관점에서 장기 투자를 수행한다.
CVC는 단기적인 경기 영향을 덜 받고 장기적인 투자가 가능하여 경기둔화 국면에서 벤처투자 시장의 주요 투자 자금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의 경우 2021년 12월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일반지주회사도 CVC를 설립할 수 있게 되었으며, 최근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본업의 경쟁력 강화, 신성장 동력 확보 등을 위한 목적으로 CVC 설립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SGI는 CVC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펀드 조성 시 외부자금 출자 비중이 40%로 제한됨에 따라 펀드 규모를 확대하는 데에 제약이 있어, 이를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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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SGI 김경훈 연구위원은 “최근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등 경제환경 악화로 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책금융을 확대하고, 다양한 형태의 벤처 투자자금을 활성화해 벤처기업의 자금난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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