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WTO 제소' 美 반도체 규제, 日·네덜란드 동참할 듯(종합)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통제에 반도체 제조 장비 강국인 일본과 네덜란드가 동참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이 조치를 정식으로 문제 삼아 세계무역기구(WTO)에 분쟁 해결 소송을 제기했지만,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이 수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돼 중국은 더욱 궁지에 몰릴 것으로 보인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일본과 네덜란드가 미국의 수출 통제에 원칙적으로 동참하기로 했다면서 수주 내에 관련 내용을 발표한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조치 전부를 받아들이는 건 아니지만 일부를 채택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일본과 네덜란드가 14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상의 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를 중국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본과 네덜란드의 제재 동참으로 세계 5대 반도체 장비업체인 미국의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램리서치·KLM과 일본의 도쿄일렉트론, 세계 1위의 반도체 노광장비 생산업체인 네덜란드의 ASML이 통제 조치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문사 스탠퍼드 C 번스타인의 스테이시 라스곤은 "중국이 스스로 첨단 산업을 구축할 방법도, 기회도 없어졌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지난 10월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안을 발표했다. 일정 수준 이상의 고성능 반도체 제조 장비와 인공지능(AI) 관련 반도체,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특정 반도체를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그동안 이 조치가 공평한 경쟁의 원칙에 위배되고 국제 경제·무역 규칙을 위반한다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미국은 일본, 네덜란드 등 주요 반도체 제조 장비 업체가 있는 국가들에 미국과 같이 중국을 대상으로 한 수출 통제에 나서줄 것을 압박해왔다. 중국이 반도체 제조 장비를 대부분 해외에서 조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장비 확보 자체가 막히면 반도체 생산에도 차질을 빚는다. 반도체 생태계를 감안할 때 중국에 제조 장비 반입을 막기 위해서는 이들 국가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 상무부는 이날 성명으로 WTO에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대상 소송 제기 소식을 전하면서 "중국의 WTO 제소는 합법적인 방식으로 중국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며 중국의 합법적인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수단"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이 안보 개념을 확대해 수출 규제를 남용하고 있다"며 "미국은 반도체의 정상적인 국제 무역을 저해해 세계 공급망의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전형적인 보호주의 수법"이라고 비난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이 WTO에 공식 제소하면서 미국은 향후 60일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의를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중국은 WTO에 분쟁 해결을 위한 패널 설치를 요청할 수 있다. 블룸버그는 "WTO 분쟁 해결 절차를 거치는 데만 수년이 걸릴 수 있다"면서 "중국이 이 절차에서 승리하더라도 미국이 또다시 항소해 결국 사실상의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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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최근 WTO 분쟁 처리 소위원회가 미국이 2018년 자국 철강업계 보호를 위해 중국과 유럽연합(EU) 등에서 생산된 철강과 알루미늄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것을 두고 WTO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정했다. 이에 중국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단"이라며 환영했지만, 미국은 "잘못된 해석과 결정을 강력히 거부한다"면서 관세 유지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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