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본, '보고서 삭제' 前서울청 정보부장 등 3명 검찰 송치
용산서 전 정보과장·직원 포함
증거인멸 및 교사 혐의 적용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제외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과 정보보고서 삭제 의혹으로 영장이 청구된 경찰 간부 4명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5일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이 서울서부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13일 박성민 전 서울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과 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경정)을 검찰에 넘겼다. 특수본 출범 이후 첫 송치 사례다.
특수본은 이날 오전 박 경무관과 김 경정에 대해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또 용산서 정보과 직원 A씨에 대해 증거인멸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앞서 특수본은 지난달 1일 출범 이후 박 경무관 등을 포함해 피의자 22명을 입건해 수사를 해왔다. 박 경무관 등은 이들 가운데 처음으로 검찰에 넘어가는 피의자들이다.
특수본에 따르면, 박 경무관은 핼러윈 기간 작성된 위험분석 정보보고서를 참사 뒤 서울 일선 경찰서 정보과장들이 모인 대화방에서 삭제토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태원 핼러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이라는 제목의 해당 보고서에는 '많은 인파로 인한 보행자들의 도로 난입, 교통불편 신고, 교통사고 발생 우려' 등 문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은 김 경정이 박 경무관 지시에 따라 보고서를 삭제토록 직원을 회유한 것으로 결론냈다. A씨는 보고서 삭제에 가담한 혐의다.
특수본은 다만 박 경무관과 김 경정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는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는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 직권을 남용해 부당한 지시를 한 경우 성립하는 범죄다. 이러한 판단에는 사법농단 사건에서 법원의 직권남용죄에 대한 해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법원은 2020년 2월 임성근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서울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를 맡은 2015~2016년 일선 재판부의 재판 과정이나 판결문 작성 등에 관여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직권남용죄를 물을 수 없다고 봤다. 형사수석부장판사는 재판 업무와 관련해서 '남용할 직권'이 없어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는 논리다. 해당 판결은 향후 항소심과 항고심에서도 유지돼 임 전 부장판사 등 상당수 법관들은 무죄가 확정됐다.
특수본 역시 이 같은 판례를 근거로 박 경무관이나 김 경정의 삭제 지시가 권한 밖 일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 관계자는 "규정에 의한 삭제 지시라면 직무권한 범위 내 속한다고 볼 수 있으나 박 경무관 등의 행위는 보고서에 대한 언론 보도 이후 증거인멸에 가까웠다"며 "직무 권한 밖에 있으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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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본은 지난 1일 박 경무관과 김 경정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바 있다. A씨의 경우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데다 상관 지시를 거부하기 힘든 사정이 있다고 보고 신병확보 대상에서 제외했다. 나흘 뒤 박 경무관 등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특수본은 이후 일주일 가량 구속수사를 벌여 이날 '정보보고서 삭제 의혹' 사건에 대한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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