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상생' 상실의 시대
AD
원본보기 아이콘


지난 9일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 파업이 16일 만에 끝이 났다. 정부는 이번 파업으로 인해 시멘트, 정유, 철강 등 산업계가 입은 피해가 약 4조14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올해 6월에 진행됐던 화물연대 파업 피해액(약 2조원)의 2배 규모다.


갈등상황 속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서울 지하철 노조 파업때도 마찬가지였다. 서둘러 집을 나서도 지하철 연착으로 약속시간에 늦거나, 퇴근시간에는 지하철 환승 승객들이 한꺼번에 밀려들어 위험천만한 상황이 연출된 바 있다.

건설산업 현장에서의 갈등 상황도 예외는 아니다. 출퇴근 길에 공사가 한창이던 아파트 현장. 요즘 들어 근로자들이 통 보이지 않는다. 며칠 후 공사장 인근에 커다란 현수막이 내걸린다. 길 건너 아파트 입주민 대표 명의로 큼지막한 글씨가 선명하다. '소음 피해 법대로 해라. XX사는 반성하라.'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지하공사 시 예상치 못한 극경암 파쇄 작업에 의한 민원인 피해 보상 합의에 실패한 결과라고 한다. 민원인의 과도한 보상 요구로 건설사는 고민 끝에 환경부 산하 소음분쟁조정 위원회에 합의 조정을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갈등 상황은 누그러지기보다는 오히려 더 악화됐다. 제2, 제3의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현장은 점정 휴업상태에 접어들었다.

이같은 갈등 상황이 지속하게 되면 양측의 피해는 차치하고 입주예정자를 포함해 선량한 피해자가 생기기 마련이다. 준공 기일을 앞당기고자 공사를 서두르는 과정에서 사고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 공사가 지연되면 될수록 적절한 보상에 대한 합의를 이루어 내기가 더욱 힘들어 진다.


우리 사회는 인내하는 미덕보다는 목소리 큰 주장이 대우 받는 풍토가 만연해 있다. ‘떼법’이라는 황당한 단어가 등장할 정도이다. ‘떼를 쓰고 상대를 괴롭게 하면 이익을 볼수 있다‘는 식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상대의 사정이나 형편을 도외시 한 채 자신의 입장만을 고수한다면 결국 양쪽 모두 손해를 입기 마련이다.


현장과 인근 주민 사이의 갈등상황을 지켜 보면서 모 건설사 CS(고객만족) 담당 임원과의 대화가 떠올랐다. 최근 들어 입주자들이 건설사에 제기하는 민원 중 억지에 가까운 요구가 너무 많다면서 늘어놓던 하소연이었다. 대화가 어려운 막말 언행과 억지 주장을 늘어놓는 민원인을 상대하다 보면 정신적으로 너무 괴롭다고 한다. 정신질환자 절반은 병원에, 절반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것 같다면서.


화물연대는 이번 파업에서 별다른 성과물을 얻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섰다. 민주노총의 총파업도 맥없이 막을 내렸다. 이번 사태의 일등 공신은 경제적 손실에도 불구하고 법과 원칙을 고수한 정부와 이를 지지하고 인내한 국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에 파업과정에서 국민 상당수는 정부가 법과 원칙을 지켜 다시는 노조나 민원인들이 떼법을 쓰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았다. 그런데도 과거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지 못하고 요구를 들어주는 경우가 많았다. 앞으로는 이번 화물연대 파업때처럼 정부가 법과 원칙을 지키는 사례가 계속 누적되면서 ‘떼법’이라는 말이 없어지길 바란다.


노사 분규이건, 민원 제기이건 간에 본인은 선이고 상대는 악으로 규정하는 이상, 상생은 불가능하다. 우리 모두가 상대를 배려하고 화합하는 상생 사회로 탈바꿈하길 기대한다.

AD

차희성 아주대 건축학과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