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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몰랐어요” 아무도 눈치 채지 못 했던 신촌 모녀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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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들도 “안타까운 사연…왕래는 없었다”
전입신고 안한 탓에 복지 지원도 못 받아

생활고에 시달리던 모녀가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웃 주민들은 물론 정부도 이들의 어려움을 눈치 채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유병돈 기자 tamond@

생활고에 시달리던 모녀가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웃 주민들은 물론 정부도 이들의 어려움을 눈치 채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유병돈 기자 tam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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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오규민 기자] 생활고에 시달리던 모녀가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웃 주민들은 물론 정부도 이들의 어려움을 눈치채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지난 23일 서대문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60대인 어머니와 30대인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장에서 유서를 발견하지 못했으며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25일 본지가 찾은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모녀의 주거지에서 이들의 생활고를 추정할 수 있었다. 현관문에 5개월간 전기료 약 9만원이 연체됐다며 독촉하는 한국전력공사의 9월 자 고지서가 붙어 있었다. 월세가 밀려 퇴거를 요청하는 집주인의 편지도 붙어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모녀가 살던 집 인근은 식당과 술집들이 밀집한 먹자골목으로, 이렇다 할 이웃도 쉽게 찾기 힘들었다. 이들이 지자체는 물론 이웃들의 관심도 받지 못한 이유 중 하나였다. 인근 건물 1층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54)는 "같이 가게 하는 사람들끼리야 얼굴을 트고 지내지만, 이 동네에 사는 사람들까지는 잘 알지 못한다"면서 "자주 보는 얼굴은 기억할 수도 있으나 어디 사는지 알 정도로 가깝진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 정모씨(48)도 "아침에 문을 열면서 그런 일이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잘 모르는 사람이긴 하지만, 안타까운 사연"이라고 거들었다.

모녀가 살던 집 인근은 식당과 술집들이 밀집한 먹자골목으로, 이렇다 할 이웃도 쉽게 찾기 힘들었다./사진=오규민 기자 moh011@

모녀가 살던 집 인근은 식당과 술집들이 밀집한 먹자골목으로, 이렇다 할 이웃도 쉽게 찾기 힘들었다./사진=오규민 기자 moh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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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는 지난해 11월 서대문구로 이사 온 후 10개월 동안 월세를 내지 못해 보증금이 모두 공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건강보험료를 14개월간 약 96만원, 통신비를 5개월간 약 15만원 미납했으며 금융 채무 상환 역시 7개월째 연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모녀는 주소지가 이전 거주지로 등록돼있던 탓에 정부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모녀는 기초생활수급자는 아니었지만 지난 8월 보건복지부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을 통해 위기가구 발굴 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주민등록상 거주지였던 광진구에선 복지담당 직원들이 찾아갔으나 이미 이사를 한 탓에 모녀의 행방을 몰랐으며, 기존 연락처로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서대문구는 모녀가 이사 후 전입신고를 하지 않았다며 보건복지부 등 기관으로부터 어떠한 통보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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