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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버팀목]①1997년, 2008년…이번엔 은행이 달라졌다

최종수정 2022.11.23 07:29 기사입력 2022.11.21 07:30

불안한 자금시장에 은행이 소방수 역할
"역마진 나도 채권 발행해 자금 조달해왔다"

4대 은행 1~10월 채권 발행액 작년 한해 수준 육박
외화채권은 작년 발행액 뛰어넘어

4대 은행 LCR 모두 100% 훌쩍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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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송승섭 기자] 레고랜드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채무불이행 선언과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 결정 여파로 채권시장에 빨간불이 켜졌지만, 은행들이 소방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전 위기 때와 달리 3대 지표인 건전성, 수익성, 유동성이 모두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덕분이다. 기업들의 과잉투자와 도산, 부실화로 인해 은행까지 부실화됐던 1997년 외환위기와 미국의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외화 유동성 문제를 겪었던 2008년 금융위기 때와는 비교도 안 되게 현재 은행들의 체력은 강해졌다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관련기사] '은행이 버팀목'


한 시중은행장은 "올해 상반기부터 부동산 위기를 예상하고, 리스크에 노출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비용은 상관하지 않고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놨다"며 "부실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가 무너져도 그 PF에 참여한 증권사 정도만 위험해질 뿐 은행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로 위험이 전이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역(逆)마진 나더라도 채권 발행…자금 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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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은행의 올해 1~10월까지 원화·외화 채권발행액(53조3347억원)은 이미 작년 한 해 수준(54조6853억원)에 육박했다. 작년에는 코로나19 금융 지원과 밀려드는 가계 대출 수요 때문에 은행들이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지만, 올해는 부동산 리스크 방어와 금융 규제가 이유였다.


A은행 자금부 관계자는 "(금리가 높은) 5년짜리 장기 은행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서 (금리가 낮은) 3개월짜리 국·공채에 투자하는 식으로 운영하며 역마진을 내면서도 이를 무릅쓰고 자금을 조달해놨다"며 "은행이 올해 상반기에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5억불짜리, 3억불짜리 외화 채권까지 발행했던 건 유동성 버퍼(buffer·완충)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실제로 올해 1~10월까지 4대 은행의 외화표시채권(6666억달러·약 8조8000억원)을 통한 자금조달액은 작년 전체(6045억달러·약 8조원)보다 10%가량 증가했다. 국내 채권발행 금리가 높아지면서 조금이라도 자금을 저렴하게 확보하려고 해외 투자자들을 공략한 결과다.

올해 1~10월까지 4대 은행의 원화·외화 채권발행액을 종합해보면 KB국민은행(16조1772억원), 신한은행(15조9672억원), 하나은행(11조192억원), 우리은행(10조1711억원) 순이었다.


10월 말 LCR 비중 4대 은행 모두 100% 넘겨…여유자금 늘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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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사이 은행들의 여유자금은 더 늘어났다. 10월 들어 4대 은행의 핵심 지표인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이 전달에 비해 크게 상승한 것이다. LCR이란 30일간 순 현금유출액 대비 예금과 국공채 등 고유동성 자산의 비율을 뜻하는 유동성 규제다. 수치가 높을수록 은행의 여유자금이 풍부하다는 의미다.


9월 말까지만 해도 90%대였던 4대 은행의 LCR은 10월 말 기준(잠정치)으로 모두 100%를 넘겼다. 국민은행 101.9%, 신한은행 102.5%, 하나은행 104.4%, 우리은행 100.8%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이 정한 LCR 규제 수준(92.5%)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은행마다 규제선보다 LCR이 약 8~11%포인트(p) 높고 LCR 1%p에 해당하는 금액이 6300억~8400억원 수준인 걸 고려하면, 현재 4대 은행의 자금 여력은 29조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시중은행들은 자금시장 경색을 풀기 위해 특수은행채·여신전문금융회사채·회사채·기업어음(CP)과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에 나서고, 머니마켓펀드(MMF) 운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도 매일 각 금융지주가 각 채권을 시장에서 얼마나 매입했는지 점검 중이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은행들이 앞장서준 덕에 CP 금리를 제외하고 회사채와 국고채 금리는 비교적 안정됐다"며 "채권 시장 안정을 위해 은행들에 채권 발행 자제를 요구한 만큼, 은행들이 다른 루트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안을 곧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흑자 부도 막는데 은행이 역할 해야…부실 PF로 지금 흘러가선 안 돼

은행들은 무엇보다 자금이 투입될 때부터 옥석 가리기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재무 상태는 건전하지만 당장 유동성이 부족한 곳을 위주로 자금이 투입돼야지, 고위험 자산에까지 자금이 흘러가선 안 된다는 의미다.


B 은행 자금부 관계자는 "그동안 채권 발행과 예·적금으로 유입된 자금에 더해 정부에서 LCR 규제 강화를 유예(내년 6월 말까지 LCR 비율 92.5% 유지)해주면서 은행 입장에선 실탄이 추가로 생겼다"며 "은행들은 이 돈을 RP·MMF·ABCP·전자단기사채(전단채) 매입과 기업 대출 중심으로 선별적으로 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를 들어 한 달 뒤에 만기가 돌아오는 자산이 있는데 당장 돈이 없어 흑자 부도가 날 만한 증권사들을 찾아 지원해주는 것이 은행이 해야 할 역할"이라며 "증권사들은 미분양 가능성이 높아 구조조정 돼야 할 PF 사업장까지 돈을 흘려보내선 안 된다"고 했다.


결국 채권시장 경색이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에서 비롯된 만큼 내년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게 은행권 입장이다. C 은행 자금부 관계자는 "일단 은행들이 조기 진화에 나서면서 올해 연말은 넘길 테지만 내년에 PF 사업장이 제대로 돌아갈지가 최대 관건"이라며 "채무 불이행이 하나 둘 씩 발생하면 중소형 증권사들이 그때도 버틸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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