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우크라이나 점령지서 ‘러시아화’ 작업
우크라이나 정보기관 부역자 색출 등으로 주민 갈등

지난달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북부 하르키우주 이지움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주민들에게 식량과 생필품을 나눠주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지난달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북부 하르키우주 이지움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주민들에게 식량과 생필품을 나눠주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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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에 반년 넘게 점령됐다가 해방된 일부 마을 주민들이 러시아군 부역 여부를 놓고 주민 간 불화를 겪고 있다.


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1개월 전 우크라이나군에 탈환된 헤르손주 셰우첸키우카 마을 등에서는 러시아군에게 협력했는지 여부를 놓고 주민들이 양분돼 갈등을 빚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군이 처음 이 지역을 점령했던 지난 3월경엔 셰우첸키우카 주민들은 서로 끈끈한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인 러시아 병사 대신 우크라이나 동부를 장악한 친러 분리주의 세력에 소속된 병력이 진주해있어 언어와 문화적 차이에 따른 거부감도 크지 않았다.


하지만 점령이 장기화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자국에 편입하기 위한 '러시아화' 작업에 나서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러시아는 식수·식량 배급을 명목으로 신상정보를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러시아 여권 발급을 권고하기도 했는데, 이 때문에 마을 주민들은 친러와 반러로 갈라지게 됐다.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한 40대 여성의 경우 '러시아 여권을 어디서 발급받을 수 있냐'고 묻고 다니는 등 공공연하게 친러 행보를 보였고, 이 여성의 남편은 같은 마을 청년을 러시아군에 밀고했다.


특히 러시아군이 마을 주민들에게 돈을 나눠주면서 주민 분열이 심화됐다. 친러 인사들로 채워진 점령지 행정당국은 지난여름 마을 주민에게 1인당 5000흐리우냐(약 18만원)를 나눠줬는데, 일부 주민은 이를 "피 묻은 돈"이라며 거절했지만 친러 성향 주민들은 "살아남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며 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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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손을 비롯한 러시아군 점령지 행정당국은 몇주 후 주민투표를 통해 러시아로의 영토 편입을 결정했다. 당시 투표는 비밀투표 등 절차적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은 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우크라이나군이 반격에 성공하면서 9월 셰우첸키우카 주민들은 해방됐다. 하지만 주민 간 불화는 이어지고 있는데,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의 부역자 색출이 시작되면서다. WP는 "점령의 그림자는 여전하다"고 전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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