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스터 팝업 스토어에서 직원들이 캐릭터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포켓몬스터 팝업 스토어에서 직원들이 캐릭터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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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지우는 왜 안 늙어요?"


일본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 열풍에 뒤늦게 합류한 유치원생 딸아이가 주인공 지우의 나이가 궁금하다며 물었다. 포켓몬스터는 관동지방에 사는 지우가 오박사로부터 피카츄와 몬스터볼 등을 받아 포켓몬 마스터가 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줄거리의 일본 최장수 애니메이션 가운데 하나다. "엄마가 학창 시절일 때 피카츄가 큰 인기였다"고 말해주니 실감이 되지 않는 듯 눈을 똥그랗게 뜨며 되물어본 것이다. 포켓몬스터의 첫 방영이 일본에서는 1997년, 한국에서는 1999년 시작했으니 20년을 훌쩍 넘은 셈인데, 어린아이 입장에서는 늙지 않는 지우가 아무래도 신기했나 보다.

초등학생들의 포켓몬 사랑이 식지 않고 있다. 주말 방문한 대형 마트 입구에는 포켓몬스터 아케이드 게임 ‘포켓몬가오레’ 기기가 설치돼 있었는데 5살 아이부터 청소년, 어른들이 한데 모여 모니터에 집중하면서 게임 버튼을 마구 누르고 있었다. 증강현실을 이용해 현실에 나타난 포켓몬을 잡는 모바일 게임인 ‘포켓몬고(GO)’의 인기도 여전하다.


포켓몬 캐릭터는 각종 컬래버(협업)를 거치며 일상 곳곳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포켓몬빵’에 들어 있는 띠부실(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스티커) 앨범과 포켓몬 카드가 초등생들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저작권을 갖고 있는 일본 기업 ‘더 포켓몬 컴퍼니’는 남몰래 웃고 있다.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그룹 스마일게이트에 따르면 포켓몬스터 지식재산권(IP)이 일으킨 매출은 1050억달러(약 151조원)가량에 달한다고 한다. 포켓몬코리아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이 100억원을 첫 돌파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일본의 포켓몬 사례가 오징어게임 등 K-콘텐츠로 신열풍을 일으키는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적지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지재권 무역수지 흑자는 3억7000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방탄소년단(BTS)·블랙핑크 등 K-팝은 물론 국내 제작사에서 만든 K-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면서 만년 적자였던 지재권 무역수지가 최대 흑자를 달성한 것이다. 한은은 "한국 제작사가 만든 드라마가 넷플릭스 등 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팔리면서 흑자가 발생했다"면서 "콘텐츠 산업이 질적으로 성장해 이익배분 비율이 높아진다면 지재권 수지가 가파르게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포켓몬의 인기 비결 가운데 하나는 바로 ‘추억의 소환’이다. 학창시절 피카츄를 봤던 부모가 수십년이 흘러 자신의 추억을 꺼내고 아이와 공유하면서 인기는 더해졌다. 일본 인기 캐릭터 ‘도라에몽’의 원작 만화는 1970년 연재를 시작했는데 50년이 지난 지금도 인기리에 상영 중이다. 최장수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줄줄이 갖고 있는 일본 콘텐츠의 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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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K-콘텐츠 수출 1억달러당 소비재 수출을 포함한 생산유발효과는 5억1000만달러(약 72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의 올해 1인당 GDP 전망치(달러 기준)는 3만3591달러로 일본(3만4357달러)과의 차이가 역대 최소로 좁혀졌다. 과거 일본과의 경제력 격차를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K-콘텐츠 위상도 과거와 몰라보게 달라졌지만 일본과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전성기를 맞고 있는 한류 열풍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일회성이 아닌 지속가능한 콘텐츠가 필요하다. 포켓몬이 장수하며 세대를 아우르듯 ‘늙지 않는 캐릭터, 진화하는 콘텐츠’가 한국에서도 나와야 한다. 수십년이 지나 손주와 함께 추억을 꺼내볼 수 있는 K-콘텐츠가 나오기를 진심으로 응원해본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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