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 옆에서 노래 틀고 “홍대 가서 마저 마시자” … 이태원의 또 다른 참극
“사망자 사진 찍는 사람도 너무 많았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추가 유포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아시아경제 김정완 기자] 지난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당시 현장에서 심폐소생술(CPR)을 도운 의료진들의 경험담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31일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따르면 전날 올라온 '이태원 현장에서 끔찍했던 것'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국립암센터 소속이라는 글쓴이 A씨는 당일 밤 이태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가 사고 소식을 듣고 이태원으로 향했다.
A씨는 현장에 도착하자 "구급차 소리에 울음소리에 아수라장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A씨는 경찰 통제 속에서 의료진이라고 밝힌 후 현장에 진입할 수 있었다. 이어 "이미 바닥에 눕혀진 사람들은 얼굴이 질리다 못해 청색증이 와 있는 수준이었고, 응급구조사가 눕힌 사람 1명에게 CPR을 하는데 코에서 피가 나고 입에서도 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A씨는 "가장 끔찍했던 건 가지 않고 구경하는 구경꾼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환자가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되고 잠시 쉬고 있을 때 지나가는 20대가 '홍대 가서 마저 마실까'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며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에 몸서리가 쳐졌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타인의 죽음 앞에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다음 술자리를 찾던 그들을 평생 못 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밤새 이뤄진 구조작업 속에서 방관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구급대원들이 도착해 심정지 환자들에게 CPR을 시행 중임에도, 구급차를 옆에 두고 노래 '섹스온더비치(Sex On The Beach)'에 맞춰 이른바 '떼창'하며 춤을 추는 일부 시민들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지면서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사고 다음 날 한 클럽으로 추정되는 곳에서는 '압사 ㄴㄴ(노노) 즐겁게 놀자'라는 문구를 내건 화면이 찍혀 논란이 이어졌다.
다른 누리꾼은 "현장에 있다가 바로 (구급 활동에) 참여했는데 시신 사진 찍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고 전했다. 실제 사고가 발생하고 인파가 몰린 장면, 구조 현장은 물론 시신의 모습까지 담긴 각종 사진·영상이 급속도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퍼졌다.
이 같은 상황과 관련 30일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재난정신건강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인명피해가 큰 사고로 국민들은 또 하나의 커다란 심리적 트라우마를 경험하게 됐다"면서 "이번 참사로 추가적인 트라우마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여과 없이 사고 당시의 현장 영상과 사진을 퍼뜨리는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삼전·닉스, 공부 못한 애가 갔는데"…현대차 직...
학회는 "사고 당시의 참혹한 영상과 사진이 SNS 등을 통해 일부에서 여과 없이 공유되고 있다"며 "이런 행위는 고인과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2·3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수 국민에게 심리적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만큼, 모두가 시민의식을 발휘해 추가적인 유포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