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싸움에 손가락 물린 고교생, 상대 측 반려인 고소 [서초동 법썰]
[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2020년 7월22일 오후 6시. 50대 남성 A씨가 서울 관악구의 한 공원에서 자신의 중형견종인 반려견과 산책을 하다가 잠시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반려견은 2m 길이의 목줄을 채워 벤치에 묶어뒀다.
그때 고등학생 B군(당시 17세)이 자신의 반려견을 데리고 A씨 근처를 지나쳤다. 평소 마주칠 때마다 으르렁거렸던 양측 반려견은 이날도 서로를 향해 짖기 시작했다. 급기야 반려견끼리 달라붙어 싸움이 시작됐다. 이를 말리는 과정에서 B군이 손가락을 물려 다치고 말았다. B군 측은 "A씨의 반려견에 물렸다"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B군은 수사기관에서 "저희 반려견에 목줄을 채워 끌고 갔지만, A씨의 반려견이 달려와 저의 손과 저희 반려견 목을 물었습니다"라고 진술했다. 반면 A씨는 "B군의 반려견이 목줄을 안 했고, 빠른 속도로 달려와 제 반려견을 물었습니다. 저는 목줄을 당겨 싸움을 말렸습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목줄을 느슨하게 하는 등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했다며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A씨를 형사 재판에 넘겼다. 당시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12조는 '등록대상물을 동반하고 외출할 때 목줄 또는 가슴 줄을 하거나 이동장치를 사용해야 한다'며 '이는 해당 동물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주지 않는 범위의 길이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1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면서 "목줄을 했으나 적정하게 관리하지 않은 행위가 '목줄을 하지 않았다'는 구성요건에 포섭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사건에서 동물보호법상 안전조치 의무 위반 조항을 적용해 처벌하는 것은 이를 지나치게 확대하는 해석하는 것으로서 타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입법자의 의도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또한 "개정된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은 목줄 길이를 2m 이내의 길이라고 정하고 있는 등 종전의 안전조치 의무 내용을 명확하게 하고 장소에 따른 안전조치 의무 내용을 신설한 것으로 이처럼 형벌 규정의 정비는 원칙적으로 입법의 문제"라고도 덧붙였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여기에 '과실치상 혐의'로 A씨를 처벌해달라는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했다. A씨는 강한 유감을 표했다. 그는 "2년 가까이 재판에 불려 다녔다. 검사가 중언부언하는 피해자의 일방적인 이야기만으로 기소하고 공소를 유지하는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 제 어떤 행위가 잘못됐는지 (검사가)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항변했다.
19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 1-2부(재판장 맹현무 부장판사)는 A씨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최근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당시 피고인이 착용한 목줄은 2m 길이로, 통상적 길이 범위 내에 해당했고, 정자 내 벤치에 묶어둬 목줄을 느슨하게 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피해자의 이동 경로와 반려견의 정확한 행동반경 등에 대해 정확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이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정자 내 벤치에 묶어둔 반려견의 목줄을 더 짧게 묶거나 격리하는 등 적극적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며 검사의 예비적 공소사실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B군이 공원에 들어서며 A씨의 반려견을 볼 수 있었으므로, 충분히 그들을 피해 지나갈 수 있었을 것이란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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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피해자의 손가락을 문 개가 어느 개인지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항소심 재판부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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