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억 좇는 이야기, 돈의 생애 추적해보고 싶었다"
[인터뷰]드라마 '작은 아씨들' 정서경 작가
베트남전 논란에 "글로벌 시장에서 드라마 집필하며 시청자 반응 더 세심히 살펴야"
가난한 세 자매와 부자들을 통해 돈·가난·현대사 다뤄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부족한 기회, 가난 등 여러 가지와 싸우는 젊은 세대의 싸움을 보여주고 싶었다.”
최근 11%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한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은 세 자매가 악에 맞서 승리하는 결말로 극을 맺었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 ‘박쥐’, ‘아가씨’, 최근작 ‘헤어질 결심’까지 박찬욱 감독과 호흡하며 매력적인 시나리오로 관객을 사로잡은 정서경 작가는 ‘작은 아씨들’을 통해 2018년 tvN 드라마 ‘마더’에 이어 두 번째 드라마에 도전하게 됐다.
원작이 된 동명 소설 ‘작은 아씨들’을 선택한 배경에 대해 정 작가는 “원작 속 작은 아씨들은 착한 자매였지만, 이들이 한국에서 자랐다면 좀 더 삐뚤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했다”며 “그렇다면 이 자매들이 자신이 속한 세계에 좀 더 도전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작품을 구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극 중 세 자매는 가난한 환경에서 자라지만, 각각 가난을 대하는 방식이 다르게 묘사된다. 이에 정 작가는 “가난이 풍요의 반대가 아닌, 세 자매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방해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경에게 가난은 지고 싶지 않은 것, 인주에게는 지키고자 하는 가족과 행복의 반대, 인혜에게는 자신의 재능을 제한하는 한계가 되는 모습을 통해 가난에도 여러 가지 얼굴이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작가가 생각하는 가난은 어떻게 해도 즐거울 수 없으며, ‘작은 아씨들’에서 주인공들에겐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현실적 한계로 그 기능을 충실히 수행한다.
드라마를 끝까지 완주한 팬들 사이에선 이 작품의 아씨들이 아닌 원상아(엄지원)를 진정한 주인공으로 꼽힌다. 이에 대해 작가 역시 “작품 속 세계의 중심은 원상아고, 그의 관점에서 시작했다”고 동의한다.
가난한 세자매의 대척점에 선 부자인 원상아를 악인으로 묘사하기 위해 작가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떠올렸다고 했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서 가장 악한 캐릭터는 초대받지 못한 요정”이라고 설명한 그는 “원상아는 초대받지 못한 요정이고 그 감정이 억눌려있다 폭발하는 느낌을 엄지원 배우가 잘 표현해주셨다”고 덧붙였다.
극 중 원령그룹이 조성한 비자금 700억원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주제로 묘사된다. 그리고 그 돈의 중심에는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군인 원기선 장군이 핵심인물로 등장한다. 하지만 그의 대사 중 “한국 군인은 베트콩 병사 20명을 죽일 수 있다. 어떤 군인은 10명까지 죽였다” 등의 발언이 논란이 되며 베트남 방송전자정보국은 넷플릭스에 ‘작은 아씨들’의 방영 금지를 요청하며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정 작가는 “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작품 속 돈의 기원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그 시작점을 베트남 전쟁으로 설정했다”며 “우리나라가 베트남전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며 경제 부흥이 시작된 맥락에서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전쟁에 대한 현지 관점에 대해서는 이해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베트남전에 대한 사실관계를 왜곡하거나 정의하려는 의도는 아니었기 때문에 베트남 현지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반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드라마를 집필하며 앞으로 시청자 반응을 더욱 세심하게 살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심경을 전했다.
‘작은 아씨들’은 저축은행 사태, 비자금횡령, 부동산 문제 등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주제를 극 중 ‘정란회’를 통해 사실감 있게 묘사한다.
정 작가는 “700억을 좇는 이야기를 통해 돈의 기원부터 돈의 생애를 추적해서 보여주고 싶었고, 우리가 뉴스를 볼 때 하나하나가 개별 사건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보면 하나로 연결되지 않을까 라는 음모론에 기반해 이야기를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를 연결해 가상의 조직 ‘정란회’를 설정했고, 이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전쟁을 통해 부자가 됐다면 지금 젊은 세대는 기회의 부족, 가난 등 여러 가지와 싸우며 보이지 않는 전쟁을 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결국 ‘작은 아씨들’은 그런 기성세대와 젊은세대 간의 싸움이며, 결국 세 자매가 전쟁에서 승리하는 내용을 담은 셈이다.
이번 작업을 통해 댓글에서 “미친 드라마”라는 반응이 가장 기억에 남았고 감사하다는 작가는 캐릭터를 만들 때 우리가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 장면, 인물의 결함에서 작업을 시작한다면서 “이 결함에도 불구하고 캐릭터들이 사랑받길 원했다"고 고백한다.
그런 작가의 바람은 1회 시청률 6.4%(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로 시작해 최종회인 12회에서 11.1%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대중의 뜨거운 관심으로 화답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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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6개월에 걸쳐 ‘작은 아씨들’을 집필한 정 작가는 글을 쓰는 원동력으로 직업 정신을 꼽았다. 데뷔 20년 차에 접어들었음에도 여전히 직업 정신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는 "하루도 일을 하지 않은 적이 없고, 일하지 않으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다"며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직업 정신으로 하루하루를 살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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