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레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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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대규모 감세안 철회 후 사퇴 압박에 부딪힌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재무장관 교체 카드를 꺼내 들고 그야말로 ‘생존을 위한 투쟁(fight for survival)’을 하고 있다. 트러스 총리는 17일(현지시간) 각료 회의를 소집하고 보수당 의원들을 설득하며 신뢰 회복을 통한 분위기 반전을 모색한다.


트러스 호(號)에 탑승한 ‘반대파’ 제레미 헌트 신임 재무부 장관은 이날 예정보다 2주나 앞당겨 중기 재정 계획과 관련한 긴급 성명을 발표, 취임 3일 만에 시장 안정을 위해 전면에 나섰다. 언론 인터뷰에서 트러스 총리가 내놓은 기존 안을 뒤집는 발언과 함께 시장의 신뢰를 되찾겠다고 선언한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다.

◆ 새벽 6시 '이례적' 성명 발표…시장 안정 나선 듯

17일 일간 가디언, BBC방송 등에 따르면 영국 재무부는 이날 헌트 장관이 중기 재정 계획과 관련한 발표를 할 것이라고 긴급 성명을 내놨다. 보도에 따르면 헌트 장관은 이날 오후 하원에서 의원들에게 설명하기 전 재정적자를 해결할 새로운 조치와 관련한 사항을 발표할 계획이다.

당초 영국 정부는 중기 재정 계획 발표를 다음 달 23일에서 오는 31일로 한차례 앞당겼다. 여기에 한 차례 더 2주 앞당긴 것이다. 영국 재무부는 지난달 430억파운드(약 68조원) 규모의 감세안을 담은 미니 예산을 공개하면서 재정 전망을 제시하지 않았다. 영국 정부가 예산을 발표하면서 재정 전망을 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고 이후 시장은 크게 혼란을 겪었다.


재무부는 "이(오늘 발표 사항)는 지난 금요일(14일) 총리의 성명 이후 주말 동안 총리와 신임 재무장관의 대화가 이뤄진 뒤 나온 것으로 경제 성장을 뒷받침할 지속가능한 공공 재정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헌트 장관이 이와 관련한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 총재와 영국 채권관리청(DMO) 국장을 만났다고 덧붙였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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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가 중기 재정 계획을 이처럼 서둘러 발표하는 이유는 시장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감세안을 철회하겠다고 선언한 이후에도 파운드화와 국채 가격이 급락하는 등 영국 금융시장 혼란이 지속되자 트러스 총리와 헌트 장관이 이를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재무부의 발표가 이날 현지시간 오전 6시에 나온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디언은 이를 두고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파운드화 가치는 이날 아시아 시장에서 1% 가까이 상승했으며 영국 재무부 발표 이후에도 이러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날은 BOE가 시장 안정을 위해 나섰던 긴급 국채 매입 조치를 지난 14일 종료한 이후 첫 거래일이기도 하다.

◆ 헌트 "효율성 방안 찾을 것…모든 방안 배제 안 해"

정국을 좌우할 핵심 인사로 떠오른 헌트 장관은 트러스 총리가 기존에 내놓은 발언을 뒤집어 "세금 일부는 인상하고 정부 지출은 삭감할 것"이라면서 긴축 기조로의 전환을 예고한 상태다.


헌트 장관은 전날 BBC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하려는 일은 시장과 세계, 집에서 지켜보고 있을 국민에게 우리가 우리의 세금과 지출 계획에 대해 적절하게 할당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정부 부처에 추가 효율성 방안을 찾도록 요구할 것"이라면서 트러스 내각의 기존 기본소득세율 인하 계획 도입 시기를 1년 연기하는 등 모든 방안을 배제하지 않고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헌트 장관은 인터뷰에서 트러스 총리의 ‘책임론’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감세정책 철회에도 트러스 총리가 여전히 "책임이 있다"고 언급하면서도 "그는 (이야기를) 들었고 변했다. 그는 정치에서 가장 어려운 일, 태도를 바꾸는 일을 기꺼이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악은 또 다른 장기적인 권력 투쟁"이라면서 보수당 하원 의원들을 향해 트러스 총리를 지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헌트 장관의 인터뷰 이후 재무부 발표가 전해지자 외신들은 내년 4월 50억파운드가 투입될 것으로 보이는 기본소득세율 인하 보류 안이 이날 발표에 포함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디언은 또 재무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러스 총리가 국내총생산(GDP)의 3%로 확대하겠다고 했던 국방비와 의료 서비스 관련 항목이 삭감될 것이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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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지 경질하고 반대파 끌어안은 英 트러스, '생존 투쟁'

주요 외신들은 트러스 총리가 ‘정치적 생존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고 표현하고 있다. 트러스 총리는 감세안 철회 후 정치적 난관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난 14일 '동지'였던 콰지 쿼텡 재무장관을 해임하고 헌트 장관을 신임 재무장관에 임명했다. 자신의 경쟁자였던 수낙 전 장관을 지지한 헌트 장관을 끌어안으면서 사태를 해소하기 위한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다우닝가 내에서는 "시간을 벌기 위한 조치였다"면서 "제레미는 좋은 사람이지만 그(트러스 총리)에 대한 신뢰는 ‘제로(0)’ 아래"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미 보수당 내에서는 "게임이 끝났다"며 퇴진 요구가 터져 나왔다. 현재까지 보수당 내에서 공개적으로 트러스 총리의 사퇴를 요구한 의원은 총 3명이다. 타블로이드지 데일리메일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수당 경선을 주관하는 1922 위원회의 그레이엄 브래디 위원장에게 100명이 넘는 보수당 하원의원이 트러스 총리에 대한 불신임투표를 요청하는 서한을 제출하려 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보수당 내에서는 리시 수낙 전 재무장관, 페니 모돈트 하원의장, 벤 월러스 국방장관 등이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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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전날 외신들은 트러스 총리가 내각과 정치권을 상대로 사태 수습을 위해 분주히 움직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러스 총리는 우선 17일 저녁 각료 회의 주재하고 중기 재정 계획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헌트 장관은 이번 주 중 모든 보수당 하원의원을 만나 이와 관련한 의견 수렴에 나설 예정이었다. 트러스 총리는 동시에 사퇴 압박을 키우는 보수당 의원들과 직접 만나 무너져가는 당내 지지기반 회복에 나선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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