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인력난 해소 위해
올해 E-9 쿼터 1만명 늘렸지만
내년 만료 인력 빠져나가면
일시적 대규모 공백 불가피

단기 아닌 근본적 대책 필요
내국인 채용 비례 제한 없애고
체류자격 전환제도 개선해야

내년 외국인 노동자 10만명 부족한데…쿼터 늘리기만 급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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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경기 이천시 소재 반도체 부품 제조업체 A사는 직원 104명 중 39명이 외국인 노동자다. 제조업인 A사는 내국인 피보험자가 51~100명 사이라 고용허가제를 통해 방문취업(H-2)과 비전문취업(E-9) 비자로 각각 15명씩 30명의 외국인력을 충당할 수 있다. 그 외 인력은 재외동포비자(F-4)나 영주권자(F-5) 등으로 채용한다. 외국인력 충당을 위해서라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일손 구하기는 여전히 하늘의 별따기다. IT산업이 급성장하던 최근 몇년간 A사는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가 추가로 필요했으나 채용에 애를 먹었다. 코로나19로 외국인 입국자가 급감한 탓이다. 특히 E-9 비자를 통해서는 원하는 일손을 거의 구하지 못했다. 4년10개월의 체류기간이 거의 만료된 노동자가 많았고 지정알선도 허용되지 않아서다.


국내 중소기업이 외국인 인력 충원에 애를 먹고있다.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2004년 도입된 고용허가제가 현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지만 정부는 일부 업종에만 국한된 쿼터 늘리기에만 치중하고 있어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제34차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열고 ‘2022년 외국인력 쿼터 확대 방안’을 의결했다. 이를 통해 E-9 외국인력 신규입국 쿼터를 기존 5만9000명에서 6만9000명으로 늘렸다. 중소기업계가 잇따라 인력난 해소 대책을 요구하자 최근 5년간 매년 5만명대에 그쳤던 E-9 쿼터를 처음으로 6만명대까지 확대한 것이다.


하지만 E-9 쿼터를 1만명 늘린 것만으로는 중소기업의 외국인 노동자 부족 현상을 감당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당장 내년에만 10만명 가량이 부족할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 3월 정부는 올해 4월13일부터 12월31일까지 국내 체류·취업활동 기간이 만료되는 외국인 노동자(E-9, H-2)의 체류·취업활동 기간을 1년 연장했다. 당시 정부가 추산한 체류기간 연장 대상자는 13만2000명이다. 이들과 함께 내년에 체류기간이 정상 만료되는 외국인 노동자가 한꺼번에 빠져나가면 일시적으로 대규모 인력 공백이 생길 우려가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올해와 내년에 들어오는 인력과 나가는 인력 등을 따져봤을 때 내년에 약 10만여명의 외국인 노동자 수요가 생기는 것으로 추산됐다"면서 "최근 정부가 발표한 외국인 노동자 수급대책이 단기적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내년까지 비상체제를 이어갈 수 있도록 고용부 측에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만약 내년도 E-9 비자 쿼터가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가정하면 올해부터 내년까지 약 13만8000명의 외국인이 E-9로 입국해 취업할 기회가 생긴다. 하지만 이들이 전부 한국에 들어올 수 있는 건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발생한 2020년엔 5만6000명의 E-9 쿼터 중 11.9%에 불과한 6688명만 입국했다. 2021년엔 5만2000명 중 1만501명(20.1%)이 들어오는 데 그쳤다. 코로나19 입국 절차가 간소화된 올해는 지난달 26일 기준 6만9000명 중 4만2344명(61.3%)으로 여전히 쿼터를 온전히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항공편이 아직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되지 않은 데다 E-9을 발급받고도 입국 대기중인 인원 등 5만여명이 입국하지 못한 상태다. 고용부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E-9를 발급하고도 입국 대기중인 인원이 적지 않은데 이들을 이달부터 월 1만명씩 입국 가능하도록 절차를 간소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외국인 인력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년도 E-9 쿼터를 오는 10월에 조기 확정하고 이들이 내년 1월부터 즉시 입국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또 외국인력 입국절차를 84일에서 39일로 단축해 신속한 입국을 돕고 제조업과 농축산업의 E-9 쿼터를 6600명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중소기업계에서는 단순 E-9 쿼터 확대보다는 고용허가제에서 규정하는 여러 제약 조건들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표적인 게 기업의 내국인 노동자 채용 규모에 비례해 외국인 노동자 채용을 제한하는 규제다. 이는 업종마다 다른데 광업·제조업의 경우 내국인 피보험자수가 101명 이상 150명 이하일 경우 외국인 고용허용인원은 20명이 최대치다. 최근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진입한 조선업계는 내국인 대비 50% 수준까지 외국인 채용이 가능해야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고있다.


'숙련기능인력 체류자격 전환제도'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제도는 E-9나 H-2 등의 자격으로 입국한 외국인 노동자가 숙련도와 근속 기준(5년 이상) 등을 충족하면 특정활동취업비자(E-7)로 전환해 체류기간 제한 없이 한국에 머물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정부는 지난달 8일 열린 제4차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조선업에 한정해 내년 중 'E-9→E-7' 전환 쿼터를 별도로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울산 소재 B부품업체의 한 임원은 "특정 업종을 정해 쿼터만 늘릴 게 아니라 전환 요건에 해당하는 근속 기준을 낮춰 많은 업종에서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면서 "제도가 있어도 요건이 까다로워 거의 사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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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9에 지정알선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현재 중소기업이 E-9를 통해 외국인을 고용하려면 고용부에 관련 서류를 제출한 뒤 고용센터가 추천하는 인력 중에서만 채용이 가능하다. 회사가 원하는 인력을 직접 지정해 채용할 수 없다. 원하는 노동자가 있으면 알선이 될 때까지 재알선요청을 하는 수밖에 없다. 전남 소재 C조선업체 임원은 "사내 직원이 우리에게 필요한 기술을 보유한 외국인 노동자를 추천해줘도 지정알선이 안되니 데려올 방법이 없다"면서 "필요 인력을 적재적소에 채용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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