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한국은행의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에도 증시가 반등하자, 빚을 내서 투자하는 '빚투'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25일 기준 19조305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달 10일부터 줄곧 19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잔고는 6월 15일까지 21조원대였다가 급락장을 거치며 가파르게 줄어 6월 28일에 17조원대에 진입했다. 이후 7월 7일에는 17조4946억원으로 올해 들어 가장 적은 수준을 나타냈다.
하지만 7월 초를 기점으로 증시가 반등하자 '빚투' 잔고도 덩달아 증가해 지난 22일에는 19조50450억원까지 늘었다. 한 달 반 만에 2조원가량 증가한 셈이다. 코스피 3000 돌파 직전이던 지난 2020년 12월과 비슷한 수준이다. 잔고는 코로나 19 랠리가 이어지던 지난해 8~9월의 경우 25조원 수준을 나타낸 바 있다.
최근 금리 인상에 따라 이자 부담이 커졌음에도 '빚투'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증시 반등에 따른 수익을 노리려는 투자자들이 많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미래에셋증권은 오는 29일 자로 일부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융자 기간에 따라 0.4∼0.5%포인트(p) 인상한다. 지난 4월 18일 이자율을 0.9%∼1.7%포인트씩 올린 지 넉 달여 만이다.
KB증권은 9월 1일부터 신용거래융자(일반형) 이자율을 전 구간에 걸쳐 현재 4.6%(1∼7일)∼9.0%(91일 이상)에서 4.9%∼9.5%로 0.3∼0.5%포인트 올린다. KB증권도 지난 7월 1일 일부 구간 이자율을 0.3%포인트 올린 데 이어 두 달 만에 다시 인상에 나섰다.
NH투자증권은 이자율을 이달 5일에 0.2∼0.3%포인트씩 올렸으며, 다음 달 13일 매수 체결분부터 재차 인상한다. 융자 기간 8일 이상의 금리를 0.2∼1.0%포인트씩 올린다.
삼성증권도 이달 9일 일부 구간 이자율을 0.4∼0.5%포인트 올렸다. 가장 높은 금리는 지점 및 은행 연계 개설 계좌에서 9.8%(90일 초과), 비대면 계좌에서 9.9%(61∼90일 및 90일 초과)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5일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2.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치솟는 물가와 원/달러 환율 등을 고려해 사상 처음 네 차례 연속 금리를 올렸다. 많은 증권사가 신용거래융자 금리 설정 때 기본금리로 활용하는 CD 91일물 금리 역시 금리 인상 사이클 시작 전인 작년 8월 0.77%에서 현재 2.92%로 뛰었다.
'빚투' 증가에 따라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신용거래는 주가 급락 시 증시에 뇌관으로 작용한다. '빚투' 주식이 반대매매로 강제 처분되면 투자자 개인이 손실을 본다. 또 매물 증가에 따른 증시 추가 하락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 시장 급락 때도 '빚투' 청산이 지수 낙폭 확대에 상당히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주가 급등 과정에서 크게 늘었던 신용과 미수거래가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고 봐도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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