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라이트·우영우③]"고양이를 향한 짝사랑 같았죠"
이준호 役 강태오
대사에 아이디어 많이 반영돼 "고양이는 자유로운 영혼 가까워"
비현실적 외피 아쉬움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길 바라지 않아"
우영우(박은빈)는 낯선 사람들과 소통하며 성장한다.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인물은 송무팀 직원 이준호(강태오). 첫 만남부터 심상치 않다. 우영우가 자각하는 특별한 이름에 흥미를 보인다. 사건의 증거물인 다리미를 보고 향고래도 떠올린다. 연인으로 이어진다는 암시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사랑은 쉽게 흘러가지 않는다. 우영우는 데이트하면서 담당 사건에 정신이 팔려있다. 갈등을 원만히 해결하지도 못한다. 주위의 시선에 두려움까지 느껴 헤어짐을 고한다. 이준호는 그런 그를 끝까지 붙잡는다.
"변호사님을 향한 제 마음은요. 꼭 고양이를 향한 짝사랑 같아요." "고, 고양이를 향한 짝사랑이요?" "고양이는 가끔씩 집사를 외롭게 만들지만, 그만큼이나 자주 행복하게 만들어요. (…) 그러니까 우리 헤어지지 말아요."
고양이는 개처럼 일상적으로 복종 의사를 표현하지 않는다. 권력 싸움에서 패배한 측이 더는 무리에 끼지 못하고 쫓겨나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자신을 낮추고 복종을 표시할 이유가 없다. 과학 저술가 스티븐 부디안스키는 저서 ‘고양이에 대하여’에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주인의 무릎에 앉아 귀여움을 받는 고양이는 어쩌면 주인이 쓰다듬어 주는 기분 좋은 느낌과 자기 공간이 침범당하고 있다는 불쾌한 느낌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지도 모른다."
고양이의 특성이 담긴 대사에는 배우 강태오의 아이디어가 반영됐다. 문지원 작가와의 첫 미팅에서 "우영우를 향한 이준호의 마음이 고양이를 산책시키는 사람 같다"고 말했다. 개와 만행하는 보호자는 줄을 능동적으로 끌고 다닌다. 고양이의 경우에는 한 발짝 떨어져 걸으며 위험에 대비한다. 강태오는 "‘나나’와 ‘타타’라는 아비시니안을 키우며 습득한 교훈"이라고 말했다.
"개는 훈련으로 길들일 수 있지만 고양이는 힘들어요. 예컨대 위험한 물건 근처에 오지 말라고 얘기하면 개는 말을 잘 들어요. 고양이는 그렇지 않고요. 자유로운 영혼에 가까워서 먼저 치워주는 편이 낫죠. 이준호가 우영우를 사랑하는 방식도 비슷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동물과 의사소통하려면 대개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고 시선을 교환해야 한다. 고양이는 이런 교육이 되지 않는다. 어떤 소통에서도 사람보다 고양이 자신의 마음이 더 중요하다. 보호자를 애태울 듯하지만, 건강에는 오히려 도움을 준다. 심리학 박사 세르주 치코티와 니콜라 게갱이 쓴 '인간과 개, 고양이의 관계 심리학'에 따르면 고양이와 사는 사람이 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보다 건강하다는 연구 결과는 꽤 많이 발표됐다. 최근에는 고양이와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면 혈압이 낮아진다는 사실도 입증됐다. 고양이도 정신적으로 많이 의지해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강태오는 이런 이유로 이준호와 우영우의 사랑을 판타지로 생각하지 않았다. 전작에서 그린 로맨스와 다르지 않게 준비했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사랑으로 접근하지 않았어요. 비현실적으로 나타났을 수도 있어요. 이준호만 해도 상냥하고 친절한 모습으로 가득하니까요. 하지만 복잡한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면도 적잖게 있어요. 서로 다름을 인정함으로써 상대를 받아들일 자세를 만들어 나가는 거죠. 감정적으로 많은 공감이 갔어요."
매회 새로운 사건이 펼쳐지고 해결되는 구조에서 부수적으로 밀려도 이들의 사랑이 도드라진 이유다. 강태오는 리액션에 맞춰진 조건에서도 서운함, 아쉬움 등을 진심을 담아 표현했다. 우영우가 "사귀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하자 보이는 반응이 대표적인 예다. "지금 장난해요? 사귀지 말자는 말 내뱉어 놓고 이렇게 가버리는 게 어디 있어요. 내가 그렇게, 내가 그렇게 우스워요?" 자칫 공격적으로 느껴질 법한 대사는 사랑의 크기가 너무 커졌음을 전제해 짙은 호소로 나타난다. 그렇게 우영우의 마음은 다시 동요한다.
이들의 사랑은 아무리 현실성이 가미돼도 판타지적 틀을 벗어날 수 없다. 우영우에게 인간 승리 등의 코드가 부여된 까닭이다. 시청자는 자폐성 장애인의 감정을 공감하거나 이입해 환호하지 않았다. 온갖 역경을 이겨내는 과정을 관찰하며 자신을 힐링했다. 강태오는 연기에 드리운 비현실적 외피를 못내 아쉬워했다. 고양이처럼 세상을 바라볼 준비가 돼 있었기에 아직 미련이 남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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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성 장애인을 사랑하는 과정이 조금 더 드러나길 바랐어요. 압축해서 표현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현실적으로 전달하려고 애쓰다 보니 한동안 이준호의 감정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죠. 우영우가 한 번도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길 바라지 않았어요. 그렇게 되길 바랐다면 그녀는 더 이상 우영우가 아닐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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