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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우먼톡] 젠더 갈등, 이젠 구체적 정책으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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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 갈등이 전혀 없는 진공상태의 사회는 없다. 민주주의가 심화할수록 다양한 영역과 주제의 갈등이 빈발한다. 문제는 갈등이 집단 간 심리적 장벽을 높이 쌓지 않고 대화와 숙의를 통해 풀리는가 하는 점이다. 이런 관점에서 ‘젠더 갈등’ 해결은 진전이 없는 듯하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 사회에 작지 않은 물음을 던지고 있음에도 한발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그 여진은 정치권에서부터 회사생활, 일상의 관계와 심지어 참담한 마음으로 애도하는 상황까지 번지고 있다.


‘젠더 갈등’ 은 낯설면서도 자주 만나는 용어가 돼 버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젠더 갈등’ 과 관련된 얘기는 1990년대도 있었지만 2016년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시점 이후로 급증했다. ‘젠더 갈등’에 대해 혹자는 남녀의 대립으로 얘기하기도 하고, ‘젠더 갈등’ 이란 용어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또 다른 이들은 여성정책에 대한 공격으로 보기도 한다. ‘젠더 갈등’ 현상의 배경이나 원인에 대해 다양한 글과 책, 연구보고서가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비싼 주거 문제와 일자리 경쟁을 그 근본 원인으로 보기도 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디지털 기반, 노동시장의 변화와 양극화, 계층 및 세대 갈등과 연결해 설명하기도 하며, 청년 여성과 남성의 젠더 이슈를 둘러싼 인식 차이가 거론되기도 한다. ‘젠더 갈등’은 언론과 정치권이 대립 구도를 과장하고 추동했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작금의 ‘젠더 갈등’ 현상은 이 모든 요인이 결합된 매우 복잡한 문제임에는 틀림없다.


‘젠더 갈등’ 해결 방안을 고민할 때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현재가 젠더 관계의 전환기라는 점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젠더 체제(레짐·regime)가 본격적으로 전환되는 시간대를 통과하고 있다. 세대 관계와 성별 관계를 관통하는 가부장적 위계 중심으로 교직됐던 사회가 약화되고 세대 간·성별 간 평등한 관계로 나아가기를, 개인에 대한 존중이 지배 규범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이 현상은 점점 뚜렷해져서 홍찬숙이 지적하듯이 과거의 지배적 규범이 진공 상태가 되고 신·구 규범이 갈등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듯하다. 이렇게 젠더 관계가 변화하고 있는데, 성별 대립 구도에만 관심을 갖거나 또 반대로 ‘시끄러워질까봐’ 침묵하는 태도는 둘 다 문제를 지속시키는 것이나 다름없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채용 성차별과 조직문화, 성범죄와 병역의무 등을 둘러싼 ‘젠더 갈등’ 현상이 진행됐음에도 정책적으로 의견수렴의 장을 펼쳐 놓고 청년 여성·남성들의 ‘젠더 갈등’ 이슈를 총체적으로 살피고, 정책의 요구를 정리해 정책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은 많이 미흡했다. 시대 변화를 배경으로 발생하고 있는 청년들의 공통 요구와 성별 특수 요구를 더 집중적으로 들여다봐야 했다.


‘젠더 갈등’은 청년 남성과 여성 서로의 문제가 아니다. 정책이 시대변화를 이끌기는커녕 뒤처진 정책 지체의 결과다.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젠더 갈등’ 현상과 원인을 종합 정리하고, 다양성과 형평성 그리고 포용의 관점에서 입법정책적 대안을 찾고 집중적으로 실천해 나가야 한다. 진영과 이념을 넘어선 대화와 숙의 과정을 통해서 성별 간 갈등의 장벽을 낮추고 공감의 물꼬를 터야 한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 사회의 중추가 될 청년들을 더 이상 ‘젠더 갈등’의 늪에 갇히게 두어서는 안된다. 진실로 지혜와 중지를 모으는 행동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기를 바란다.


차인순 국회의정연수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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