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손태승 DLF 2심 판결문 살펴보니
금감원, 1심에서 인정받은 주장도 뒤집혀 '완패'
쟁점이던 '상품선정위원회 내부통제 규정' 논란
재판부 "일탈 사례, 규정과 직접적인 관련 없어"

금융은 어렵습니다. 알쏭달쏭한 용어와 복잡한 뒷이야기들이 마구 얽혀있습니다. 하나의 단어를 알기 위해 수십 개의 개념을 익혀야 할 때도 있죠. 그런데도 금융은 중요합니다. 자금 운용의 철학을 이해하고, 돈의 흐름을 꾸준히 따라가려면 금융 상식이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합니다. 이에 아시아경제가 매주 하나씩 금융용어를 선정해 아주 쉬운 말로 풀어 전달합니다. 금융을 전혀 몰라도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로 금융에 환한 ‘불’을 켜드립니다.


[송승섭의 금융라이트]DLF 2심 판결문 보니 …금감원, 손태승에 완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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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 금융감독원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벌이던 소송전의 2라운드가 지난 22일 끝났습니다. 재판은 손태승 회장이 금감원의 징계가 부당하다며 이를 취소해달라고 행정소송을 내며 시작됐는데요. 결과는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손 회장이 승소했습니다. 심지어 1심에서 일부 인정됐던 금감원의 주장도 모두 뒤집혔습니다. 어떤 이유에서일까요?

소송이 시작된 배경에는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상품이 있습니다. DLF란 위험성이 아주 높은 사모펀드 상품입니다. 당시 원금손실이 거의 없다는 식으로 홍보됐지만 수많은 금융소비자들의 피해를 낳았죠. 금감원은 우리은행에서 DLF 상품을 출시하고 판매할 때 불완전판매 과정이 있었다며 당시 은행장인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 징계를 내렸습니다. 이에 손 회장은 2020년 3월 징계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낸 것이죠.


금감원은 1심에서부터 징계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이를 위해 내세운 근거는 총 5가지입니다. ①상품선정절차 생략기준 미비 ②판매 후 위험관리, 소비자보호 업무 관련 기준 미비 ③상품선정위원회 운영관련 기준 미비 ④적합성보고 시스템 관련 기준 미비 ⑤내부통제기준 준수 여부 점검체계 미비.

어려운 말로 쓰여 있지만 쉽게 요약하면 ‘내부통제 기준 마련’과 이를 ‘점검할 체계 마련’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내부통제는 회사의 모든 구성원이 지켜야 할 절차와 규범을 말합니다. 은행은 돈이 오고 가는 만큼 더 까다로운 내부통제를 요구받습니다. 내부통제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으니 DLF와 같은 고위험 상품이 불완전판매에 휘말렸고, 큰 소비자 피해를 낳았다는 겁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금감원의 5가지 근거 중에서 4개를 ‘법리를 잘못 해석했다’며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금융사 지배구조법’은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라는 의무가 부과돼 있지만, 이를 따르지 않았다고 해서 제재를 가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봤습니다. 내부통제 기준을 따르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들인데, 금감원에서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놓지 않았다’고 잘못 해석했다는 겁니다.


주목해야 할 건 1심에서도 금감원이 내세운 근거를 일부 인정했다는 겁니다. ③에 해당하는 ‘상품선정위원회 운영관련 기준 미비’인데요. 은행은 고위험 상품을 출시하기 전 반드시 ‘상품선정위원회’를 거쳐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은행에서는 상품선정위원회를 만들었을 뿐 의사결정 절차의 핵심인 심의·의결 규정을 대부분 빠뜨렸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은행 상품선정위원회에서 이뤄졌던 각종 조작·위조 사태가 드러나지 못했다고 지적했죠.


1심에서 인정받은 금감원의 주장, 2심에서는 "인정 안돼"

그런데 2심에서는 ③번 근거 역시 잘못됐다며 1심의 판결을 뒤집었습니다. 조작·위조 문제로 DLF 상품이 출시된 것은 내부통제 과정에서 발생한 일탈로 봐야 한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조작이나 위조 등으로 부결됐어야 할 상품이 출시되는 결과가 발생한 것은 내부통제 기준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일탈 사례”라면서 “규정과 직접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우리은행의 펀드지침에 대해서도 “준수해야 할 업무절차에 대한 사항을 포함한 것으로 봐야한다”고 했고요.


특히 양측이 팽팽히 맞붙었던 ‘상품선정위원회 결과통지 방법’에 대해서도 손 회장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우리은행 상품선정위원회 규정에는 ‘최종결과를 위원들에게 통지하는 규정’이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금감원은 상품선정위원회 위원들이 조작과 위조를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밝혔고요.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최종결과가 가결이라면 상품출시에 반대하는 위원에게 통지했더라도 투표결과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며 규정이 있고 없고의 문제는 아니라고 봤죠.


나머지 문제들에 대해서는 1심과 같은 입장을 취했습니다. 내부통제 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문제가 발생하긴 했어도,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지 않아 생긴 문제는 아니라는 거죠. 그럼에도 금감원이 법리를 잘못 해석해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것과 같다며 제재를 한 것은 잘못된 해석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의 소결론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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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본 바와 같이 우리은행은 각종 규정에 여러 법정사항을 포함시켰다. 금감원이 지적하는 위반사실 ①~⑤는 지엽적이고 세부적인 것이다. 손 회장으로서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할 때 (위반사실이) DLF 금융사고에 영향을 끼칠 거라고 쉽게 예견할 수 없었다. 이러한 내부통제기준의 미비점만으로 법적사항이 실질적으로 흠결됐고, 실효성있는 내부통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 내부통제 기준의 준수 위반이나 운영상의 잘못이 있었고 이로 인해 피해가 확대된 측면은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내부통제 기준 자체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사유로 제재할 수 없다. 결국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


1심에서 인정됐던 ③근거까지 반박당한 금감원은 항소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금감원 측은 “2심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판결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금융위 등과 협의해 향후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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