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고립감과 우울감이 저장 강박으로
"노인뿐 아니라 청년층에도 폭넓은 지원해야"

지난 9일 온라인 커뮤니티 '아이러브고시원'을 통해 알려진 저장강박 의심 사례. 사진='아이러브고시원' 캡처

지난 9일 온라인 커뮤니티 '아이러브고시원'을 통해 알려진 저장강박 의심 사례. 사진='아이러브고시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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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1년 동안 시켜 먹은 배달음식 쓰레기를 한 번도 버리지 않고 쌓아뒀더라고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진 저장강박증 의심 사례다. 서울에서 고시원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힌 A씨는 지난 9일 고시원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 '아이러브고시원'에 한 20대 입실자가 쓰고 간 방 상태를 공유했다. A씨는 "항상 입실료 밀리고 닦달하면 그때서야 겨우겨우 내던 입실자였는데 여름 되니 그 방 주변에서 너무 냄새가 심했다"며 "문 열어 방을 확인하고 경악해서 입실료고 뭐고 당장 퇴실시켰다"고 전했다.

A씨는 "방에서 대소변을 봤는지 지린내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냄새가 진동하고 초파리와 구더기가 바글바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냄비랑 그릇을 공용 주방에 사다 놓으면 계속 없어졌는데 이 방에 다 있었다"며 "이 방에서 냄비 10개, 밥그릇 20개가 나왔는데 구더기 들끓어서 다 버렸다"고 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입실자에게 저장강박증이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저장강박증은 물건을 버리지 않고 강박적으로 모아두는 것으로 치매·조현병·강박증·우울 장애 등의 질환에서 종종 발생할 수 있다. 증상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집안이 쓰레기로 가득 찰 때까지 물건을 쌓아둘 수도 있다. 사회적 고립감과 우울감 등을 느껴 개인 위생마저 돌보지 못하는 상태가 된 것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강박증만으로는 설명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요즘은 저장증이라고도 부른다"며 "저장증은 굉장히 지저분해 보이는데,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버리지 못하는 불안과 두려움이 숨어있다"고 짚었다. 이어 "저장증을 앓는 이들이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까워서"라며 "5년, 10년 후에 또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다보니 강박이 되고,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장강박 증상은 노인뿐 아니라 청년층에서도 종종 발견된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계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저장강박 증상은 노인뿐 아니라 청년층에서도 종종 발견된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계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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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교수는 최근 청년층에서도 저장강박 사례가 발견되는 것에 대해 "청년층이 경제적 성취를 이루기 위해 직장이나 사회생활 등에 시간을 전념하다 보니 자기 관리할 시간이나 에너지가 부족해진 것"이라며 "물건이 점점 쌓이면서 청소를 계속 미루게 되고, 일정 한계를 넘어버리면 아예 이사를 하거나 집 밖에서 잔다거나 하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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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저장강박증에 대한 사회의 폭넓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현재 각 지자체가 운영 중인 저장강박증 지원사업은 주로 노인 홀몸가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임 교수는 "노인 홀몸가구가 사회적 약자이고, 노인들의 경우 (거동이 어려워) 자기관리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노인 혹은 1인 가구가 아니더라도 저장증을 앓는 경우가 꽤 있어 지원사업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집에 물건이 많이 쌓여있다 보니까 사소한 것에 의해서도 불이 날 가능성이 높아 화재가 나기도 한다"며 "다른 사람들도 피해를 볼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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