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34년 미뤄온 숙제…'개 식용' 문화, 이번엔 정말 종식될까
개 식용 문제 또 다시 '도마 위'
동물보호단체 "개 식용은 '동물학대 백화점'…서둘러 종식돼야"
육견업계 "당장 개 식용 종식되면 몇십년 생업 끊겨…대안 달라"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 이달까지 활동기간 2개월 연장
[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요즘 사철탕 먹는 사람 잘 없지 않나요?", "복날되면 여전히 사철탕 찾는 손님들 있죠."
14일 점심시간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한 사철탕 집은 한산했다. 인근 식당은 직장인들로 붐볐지만 사철탕 집에는 중장년층으로 보이는 대여섯명의 손님만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중구에서 사철탕집을 운영하는 업주 A씨는 "보신탕은 복날 한철 장사라 지금은 많이 안 나간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찾는 손님이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기자가 만난 20·30세대 직장인들은 상대적으로 사철탕에 대한 거부감이 커 보였다. 20대 직장인 이모씨는 "집에 개를 키우고 있어서 사철탕을 먹지 않는다"고 답했고,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보신탕을 먹어본 적이 없어서 먹을 생각도 안 해봤다"고 했다.
◆ 복날마다 '도마 위' 오르는 '개 식용' 문제…개 식용 금지 찬성 36.3% vs 반대 27.5%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처음 언급된 개 식용 문제는 매년 복날마다 뜨거운 화두가 돼 왔다. 그러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개 식용 문제를 언급하면서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관련 위원회를 만들어 개 식용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를 진행해왔으나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다.
김 여사는 13일 서울신문과 동물권 보호를 주제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경제 규모가 있는 나라 중 개를 먹는 곳은 우리나라와 중국뿐"이라며 "(윤석열 정부에서) 동물학대와 유기견 방치, 개 식용 문제 등에서 구체적 성과가 나오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김 여사는 이어 "개고기는 사실 건강에도 좋지 않다. 식용 목적으로 키우는 개들은 좁은 뜰장에서 먹고 자고 배변까지 한다. 항생제를 먹이며 키우는 사례도 있다"며 "궁극적으로 개 식용을 안 한다는 건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친구에 대한 존중의 표현이자 생명에 대한 존중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 식용 종식 방안에 대해선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며 "영세한 식용업체들에 업종 전환을 위한 정책 지원을 해 주는 방식도 있을 것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간 동물보호단체들은 지속적으로 개 식용 금지 문화 조성을 촉구해왔다. 최근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고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것이 개 식용 금지 문화 확산의 길을 텄다. 이들은 개 사육·도축 과정에서의 잔인함을 강조하며 개 식용 문화 종식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회장은 "개 식용 문화는 '동물학대 백화점'"이라며 개 사육 ·도축 과정에서의 잔인함을 강조했다. 그는 "개를 사육하고 도축하는 과정이 너무나 잔인하고 열악하다. 뜬장이라고 하는 철장에서 평생을 살아가는데 겨울에는 눈바람을 다 맞고, 밥도 짬밥을 먹이며 물도 따로 주지 않는다. 혹한에 개를 방치하는 것은 엄연한 동물보호법 위반"이라며 "개를 도축하는 과정도 굉장히 잔인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강아지 4마리를 키우는 애견인이라는 점에서 동물보호단체들의 기대가 모아졌다. 이 회장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애견·애묘인으로 알려져 있고 또 동물 학대 문제, 개 식용 문제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이번 정부에서 (동물권 관련 문제들이) 차근차근 해결되고 성과가 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들 사이에선 여전히 찬반이 엇갈린다. 지난해 9월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가 전국 만 18세 이상 1132명을 대상으로 개 식용 전면 금지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찬성은 36.3%, 반대는 27.5%로 찬성이 약 8%차로 앞섰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36.1%로 조사됐다.
◆ 육견업계 "대안 없이 개 식용 종식만 강행하면 생업 끊겨"
개 식용 종식의 가장 큰 관건은 사실상 육견업계의 수용에 달렸다. 육견업계는 시대 흐름에 따라 개 식용 문화가 종식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관련 업계에 몇십년 종사해온 이들의 생업을 대책없이 끊어서는 안 된다며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 개 식용이 종식되면 당장 이들의 생업이 끊기기 때문이다.
30여년간 육견업계에 종사해온 조환로 전국육견인연합 사무총장은 "저희도 동물을 보호하고, 사육을 잘 해야 한다, 학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에 백번 공감한다"면서도 위원회 및 정부가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개 식용 종식을 강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사무총장은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해 만들어진) 사회적 합의기구에서는 오는 2031년 12월31일까지 (개고기 식용 종식) 기한을 먼저 정해놓고 있는데, 사실 저희는 몇십년 동안 이 일만 해온 사람들이다. 다른 일을 하려고 해도 기술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라며 "육견농가들은 이게 생업인데, 다른 가축을 사육할 수 있도록 해주든지 아니면 폐업 이후에 일정 기간 동안의 소득을 보상해주든지 이런 대안을 내놓고 (육견업계를) 없애야 할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사육·도축 과정에서의 학대 논란에 대해서도 "동물보호단체에서 주장하는 것은 과거의 사례일 뿐이며 과장됐다"고 부인했다. 조 사무총장은 "과거에 개를 학대하고 잔인하게 도살했던 것은 맞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식용견을 길러서 맛있는 고기를 팔아 수익을 내야 하는데 먹이나 사육 환경이 좋지 않으면 개가 잘 클 수 없지 않겠냐. 소, 돼지 등 다른 가축을 사육·도축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부연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월 150만원 견디느니, 美 가서 5억 벌죠" 서울대...
한편 지난해 말 출범한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는 활동 기간을 2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본래 지난 4월에 개 시용에 대한 공식적 종식 방안이 나올 예정이었으나 2개월 후인 이달로 연기된 셈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6일 "그동안 활발한 논의를 통해 개 식용 종식이 시대적 흐름이라는 인식에 공감대를 이루는 성과가 있었으나, 아직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면서 "추가적인 논의를 위해 위원회 운영을 2개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