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지식재산권의 빛과 그림자
국제특허 출원 2만개 돌파
중·미·일 뒤이어 특허강국
산업재산권은 2.8조 적자
카피캣 몸살…특허침해 대응 필요
IP 수익화 전략 등 구축해야

세계 4위 '특허민국'…IP무역수지는 만년적자[테크전쟁, 선진국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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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에는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글귀가 나온다. 이는 글로벌 경제산업 패러다임에도 적용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은 보이지 않는 기술력을 무기 삼아 전쟁을 벌이고 있다. 기업 성장을 위해 연구개발(R&D), 소프트웨어 등 무형자산에 대한 투입을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는 것이다. 혁신을 위한 무형자산 중심 경제로 전환되는 만큼 지식재산권(IP)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특허 분쟁을 여러 차례 치러본 민경화 LG화학 전무는 "기술과 법적인 권리는 별개"라며 "기술을 권리로서 확보하려면 개발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특허를 출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놓고 경쟁하는 만큼 IP로 기술을 보호하고, 이를 전략적 경영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허 강국이지만, IP무역수지는 적자= 우리나라는 명실공히 ‘특허 강국’이다. 한국은 지난해 세계지식재산기구(WIPO)를 통한 국제특허(PCT) 출원을 2만개 이상 달성했다. 중국,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4위 수준이다. PCT 출원은 하나의 출원서를 제출하면 복수의 지정국에 특허를 출원한 효과를 부여하는 제도다.

이러한 통계가 무색하게 한국의 IP 무역수지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IP 무역수지는 3000만달러(한화 약 38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2019년 5억3000만달러(6600억원), 2020년 20억2000만달러(2조5000억원)에 비하면 적자 규모가 크게 줄어든 것이지만 ‘만년 적자’ 신세를 면치는 못하고 있다. 기업 경영과 직결되는 산업재산권 분야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더 심각하다. 산업재산권에는 △특허 및 실용신안권 △디자인권 △상표 및 프랜차이즈권이 포함되는데 지난해 22억1000만달러(2조8000억원) 적자를 냈다.


IP 적자는 대부분 기업의 전기·전자제품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연우 특허청 산업재산정책국장은 "글로벌 표준특허 선도기업인 퀄컴, 노키아, 에릭슨에 지불하는 기술 로열티가 전체의 3분의 1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들 기업들이 휴대전화 관련 원천 기술을 많이 갖고 있기에 국내 대기업들이 스마트폰 등 IT기기를 제조해서 잘 팔면 팔수록 해외기업에 지불해야 하는 로열티가 늘어나는 구조라는 것이다. 정 국장은 "우리나라의 국가 R&D 투자가 100조원 규모로 높은 점을 감안하면 4, 5년 후에는 IP 무역수지도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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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글로벌 산업 경쟁에 필수 요소= 최근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려면 적극적인 IP 확보는 필수적이다. 실제로 수출기업 중 IP 분쟁 경험이 있는 기업의 비율은 2010~2014년 동안 1.7%에서 2014~2018년 동안 17.3%로 약 10배 증가했다(지식재산연구원). 가까스로 기술개발에 성공했지만 이미 선행기술이 있어 사업이 물거품이 되거나 외국 기업의 특허 공세에 밀려 해외시장에서 철수하는 중소기업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스타트업들은 아마존, 쿠팡 등 국내외 e커머스 플랫폼에 상품을 내놓자마자 쏟아지는 카피캣들로 애를 먹고 있다.


배동석 인텔렉추얼디스커버리(ID) 부사장은 "우리나라는 기술로 먹고 사는 나라인데, 특허 침해 소송에 대한 대응전략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국가적인 IP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텔렉추얼디스커버리는 2010년 정부와 민간이 합동으로 출자·설립한 국내 최초 지식재산 전문기업이다. 국내 기업, 대학 등의 발명 특허를 매입해 해외 ‘특허공룡’에 대응하고 IP 수익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회사는 조동호 카이스트(KAIST) 교수의 와이파이콜링 특허를 인용한 미국의 대형 이동통신회사와 소송을 진행했고 협상을 통해 합의금 550억원을 따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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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수백억 원의 가치를 지닌 벌크핀펫, 와이파이콜링 기술 특허 사례를 본 교수와 대학생들이 본인의 R&D 과정에서 나온 특허권의 시장 가치에 대해 많은 문의를 해왔다"며 "시장의 반응이 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발명 고취 의식이 자연스럽게 생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IP에 대한 정당한 교환가치가 인정받는 시장 분위기를 조성하고, IP를 존중해야 기술 역시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민 전무는 "지금도 수많은 IP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경제적 가치 출구는 막혀 있다"면서 "우리나라의 특허 가치가 올라가려면 구제절차에 효용성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특허권이 침해됐을 때 법원의 절차를 통해서 얼마나 제대로 된 손해배상을 받아낼 수 있는가가 중요한데 디스커버리 제도(본안 재판 전 증거조사 절차로 미국과 영국 등에서 시행되고 있는 제도) 등의 도입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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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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