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획원 / 재무부' 구도에서 '기획예산처 / 재정경제부' 구도로
예산 편성 권한 '예산처', 국회의원 정치인들과 가까울 수밖에
정치적 네트워크와 정치력에서 타 경제부처 출신들보다 뛰어나

[아시아경제 정재형 경제금융 에디터] 진보와 보수의 색채가 뚜렷해진 노무현 정부부터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제수석은 교수 출신이 아니라면 거의 기획재정부의 전신인 경제기획원(EPB)과 재무부(MOF) 출신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경제기획원 출신이냐, 재무부 출신이냐는 것이다.


경제기획원과 재무부는 1993년 김영삼 정부에서 재정경제원으로 통합되기 전까지 최고의 경제부처로 쌍벽을 이뤄왔다. 경제기획원은 장관이 부총리급인데다 예산권까지 갖고 있었지만 관료적인 '힘'에서는 세제와 금융을 쥐고 있었던 재무부가 앞섰다.

경제기획원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예산권을 통해 각 부처를 진두지휘했다. 미래 비전과 계획 수립에 익숙한 조직으로 '우리나라가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는 식으로 개혁적 성향이 강했다.


재무부는 세금을 걷고 국내 금융과 국제 금융(외환)을 관할하는 등 국가의 돈줄을 쥐고 있어 민간에 대한 영향력이 컸다. '관치금융', '모피아'라는 말은 모두 재무부에 대한 것이다. 현실에서 권력이 컸으며, 상대적으로 보수적이었다.

이런 성향 차이로 노무현 정부에서는 주로 경제기획원 출신이 발탁됐으며, 이명박 정부에서는 재무부 출신들이 요직을 차지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으로는 박봉흠 권오규 변양균 등이, 청와대 경제수석으로는 김영주 권오규 윤대희 김대유 등이 경제기획원 출신이었다. 경제부총리로는 카리스마 있는 세제통이었던 김진표, 외환위기 해결사였던 이헌재가 재무부 출신이었으나 예외적이었고, 이후 경제기획원 출신인 한덕수 권오규가 자리를 이어받았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청와대 경제수석과 정책실장을 역임한 김대기와 경제수석 박병원을 제외하고는 청와대 정책실장 윤진식, 경제수석 윤진식 최중경, 경제부총리 강만수 윤증현 박재완이 재무부 출신이었다.


박근혜 정부부터는 보수 정권과 재무부 출신의 연결고리가 약해졌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정책실장 자리가 없어졌으며 경제수석 자리에는 경제기획원 출신 조원동이 1년 남짓 있었을 뿐 교수 출신 안종범 강석훈 등 박 대통령 측근의 영향력이 컸다. 초대 경제부총리 현오석은 경제기획원 출신으로 경제정책국장을 역임했지만 세무대학장으로 공직을 마감했을 정도로 중량감이 없었다. 최경환은 경제기획원 출신이지만 일찌감치 정치권에 뛰어들었고, 유일호도 정치권 출신이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관료들이 기를 펴지 못했지만 역시 경제기획원 출신들이 요직을 맡았다. 진보 진영에서는 노무현 정부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신자유주의 정책이 추진됐으며,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기억이 있다. 경제를 잘 모르니 관료들에게 맡겼는데 "결국 관료들에게 포획당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서는 장하성 김수현 김상조 등 진보 경제학자들이 정책실장을 맡아 정책을 주도했고, 관료들의 영향력이 약했다. 마지막 정책실장은 경제기획원 출신 이호승이었지만 임기말 1년 남짓 기간에 역할은 미미했다.


초대 청와대 경제수석은 진보 경제학자인 홍장표가 맡은 이후 관료 출신인 윤종원 이호승 안일환 등 경제기획원 출신들과 상공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출신인 박원주로 이어졌다. 경제부총리 김동연 홍남기 역시 경제기획원 출신이었지만 경제정책을 청와대가 주도하는 상황에서 일부 정책에 반기를 드는 데 그쳤다.

경제관료 변천사...尹정부서 예산처 출신 득세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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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에서는 경제기획원과 재무부 구도보다는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 구도로 상황이 바뀌었다는 평가가 많다. 재정경제부는 부총리 부처로 경제기획원의 경제정책 총괄 기능과 재무부의 모든 기능을 가졌다. 기획예산처는 예산과 공공부문 개혁 기능을 갖고 있었다. 기획예산처가 존속한 기간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이지만 이후 기획재정부가 출범한 후에도 예산실에는 주로 기획예산처 출신들이 많았다.


예산 편성 권한이 있는 예산실 관료들은 국회의원들과 밀접한 관계일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들은 자기 지역구에 많은 예산을 받아내 집행할수록 지역 주민들에게 능력 있는 정치인으로 인정받는다. 차기 선거에서도 유리해진다. 기획예산처 관료들이 재정경제부 관료들보다 정치적 네트워크가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특히 2000년대 이후 국회의 힘이 세지면서 관료 사회에서도 정치권과의 네트워크가 중요해졌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과 정책실장을 역임한 김대기 비서실장이 기획예산처 출신이다. 윤석열 정부처럼 정책실장이 없었던 박근혜 정부에서는 허태열 김기춘 이병기 등 비경제 출신들이 비서실장을 맡았던 것과 대비돼, 윤석열 정부에서 막강한 비서실장 자리에 기획예산처 출신이 중용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김대기 실장의 영향일지 몰라도 현재 대통령실의 인사, 총무, 국정과제, 국정상황실, 비서실 등 부서의 행정관 자리에 기획예산처 출신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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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경제수석은 재무부 재정경제부 출신이지만, 김대기 실장과 일한 인연이 있어 당초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될 예정이었던 그를 김 실장이 경제수석으로 불러들였다고 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재정경제부 출신이긴 하지만, 국무조정실장에는 역시 기획예산처 출신인 방문규 수출입은행장이 임명됐다.


정재형 경제금융 매니징에디터 jj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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