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의 보험사기④]"노안교정 하세요" 멀쩡한 수정체 도려내는 병원들
백내장 초기라 수술 불필요한데 생내장 수술 권하는 일부 안과 병의원들
과잉진료 늘면서 시력저하 등 부작용 증가, 실손보험료 올라가 일반인 피해도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 김진석씨(58·남·가명)는 평소 책을 보거나 스마트폰을 볼 때 글씨가 잘 안 보여서 돋보기를 착용하는 것 외에는 시야가 뿌옇게 보이거나 좁아지는 백내장 증상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안과에 내원한 김씨는 노년성 백내장 진단 및 수술을 권유 받았고, 이틀 뒤에 다초점렌즈삽입술을 받았다. 수술 직후 돋보기도 버릴 정도로 잘 보여 평생 돋보기를 안 쓰고 살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졌으나, 3개월 뒤 부작용(망막열공)이 발견되면서 시야가 좁아 보이고 물체가 울렁거리는 증상이 발생했다. 돋보기를 안 쓰려고 노안 백내장 수술을 선택했지만 지금은 수술 전 상태보다 시력이 더 나빠졌다.
# 박경자씨(50·여·가명)는 노안으로 책을 보거나 서류를 볼 때마다 돋보기를 착용하는 것이 귀찮아 작년에 서울시 강남 소재 유명안과를 찾았다. 의사는 초기 백내장이라고 설명하며 초기 백내장과 노안을 동시에 교정할 수 있는 다초점렌즈삽입술을 권유했다. 박씨는 백내장 수술 6개월 뒤 난시와 어지럼증이 점점 심해져 책을 볼 수도, 일상생활을 할 수도 없었다. 병원에 방문해 렌즈를 교체해달라고 요청했는데 병원에서는 단순한 렌즈가 아니라 눈의 수정체를 적출하고 인공수정체를 넣은 것이며, 수술 후 상당한 시간이 경과했기 때문에 재수술이 가능은 하지만 상당히 위험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백내장 과잉진료가 급증하면서 멀쩡한 수정체를 제거하는 일명 ‘생내장’ 수술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 백내장 증상이 거의 없는 상태인데도 병원이 백내장 수술을 권하고 이후 시각장애와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다.
백내장은 눈에서 빛을 모아주는 역할을 하는 수정체가 뿌옇게 혼탁되는 것으로 안개가 낀 것처럼 시야가 흐릿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초기에는 복용약이나 점안약을 통해 진행속도를 지연시킬 수 있어 수술이 불필요하지만 일부 병의원들이 과도하게 수술을 권하면서 최근 몇 년 사이 문제가 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백내장 수술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우리나라 국민이 받은 33개 주요 수술 중 건수 및 증가율 1위다. 연 평균 증가율은 7.9%로 백내장을 제외한 32개 주요수술 증가율이 -0.5%인 것에 비해 과도하게 빠르다.
백내장 수술은 통상 60~70대가 받는 수술이지만 최근 5년 동안 40~50대의 백내장 수술 인원, 건수가 빠른 속도로 급증하며 전체 수술건수 증가를 주도 중이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40대의 수술건수는 61.7%, 50대는 107.8% 늘었다. 같은 기간 수술 인원의 경우 40대는 36.0%, 50대는 61.7% 각각 증가하며 전연령 백내장 수술인원 증가율인 22%를 크게 상회했다.
백내장 수술이 급증하면서 실손보험 지급액도 크게 늘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백내장 수술로 지급된 국내 보험사들의 실손보험금이 올해 1분기 중에만 약 4570억원(잠정)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3월 한 달 동안 지급 보험금이 약 2053억원에 달해 전체 실손보험금 대비 차지하는 비중이 약 17%까지 치솟았다.
보험업계에서는 일부 안과에서 백내장 증상이 없거나 수술이 불필요한 환자에게 단순 시력교정 목적의 다초점렌즈 수술을 권유하거나, 브로커 조직과 연계한 수술 유도 및 거짓청구 권유 등 과잉수술이 확산되며 백내장 환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서울 강남에 위치한 일부 대형 안과들의 백내장 수술 보험금 청구가 집중되면서 과잉진료 의심을 사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주요 4개 손해보험사에서 백내장 수술 보험금을 받은 상위 10개 안과의 평균 지급보험금은 49억원으로 나머지 안과의 평균 1억7000만원에 비해 29배 많았다. 이들 대부분이 서울 강남권에 위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내장 과잉진료가 늘면서 부작용도 커졌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접수된 안과 관련 피해구제 신청 총 84건 중 백내장이 47.6%(40건)였다. 그중에서도 95%(38건)가 수술 부작용이었다.
연령별로는 60대가 32.5%(13건)으로 가장 많았으나, 50대(20%, 8건)와 40대(12.5%, 5건)에서도 70대 이상(32.5%, 13건)처럼 피해사례 접수건이 높게 나타났다. 부작용 피해사례 38건 중 42.1%(16건)는 수술 전 시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시각장애까지 이어질 정도로 피해가 컸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내 투자금 손실 나도 정부가 막아준다"…개미들 ...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최근 많이 시행되는 백내장 수술인 다초점렌즈삽입술은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검사비와 수술비가 상대적으로 고가인 데다 초점이 잘 맞지 않아 난시, 빛번짐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는 사례도 있다"며 "피해 예방을 위해 정확한 눈 상태 진단 및 수술 효과, 부작용 등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요구하고 수술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