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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회사 대표 '회식자리 갑질' 고발성 게시글… "명예훼손 아냐"(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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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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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자신이 근무했던 회사 대표가 회식 자리에서 직원들에게 술을 강요하는 등 '갑질'을 했다는 내용의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전 직원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 유죄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비록 일부 세부적인 내용이 사실과 다르더라도 중요한 부분이 사실과 일치하고, 공익적 목적으로 올린 글로 볼 수 있다면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대법원 제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영상 콘텐츠 제작업체 '셀레브' 전 직원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정보통신망법 제70조 2항에서 정한 '거짓의 사실', '비방할 목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A씨는 퇴사한 지 11개월이 지난 2018년 4월 19일 자신이 근무했던 회사의 당시 대표 B씨의 회식 자리에서의 '갑질'을 폭로하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B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씨는 '무슨 지병이 있어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모두 소주 3병은 기본으로 마시고 돌아가야 했다. 어떤 날은 단체로 룸살롱에 몰려가 여직원도 여자를 초이스 해 옆에 앉아야 했다'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검찰은 A씨의 전 직장 동료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실제 B씨가 술자리에서 직원들에게 소주 3병 정도로 많은 양의 술을 강요하지 않았고, 룸살롱에서 여직원에게 초이스를 강요한 적도 없기 때문에 A씨가 올린 글의 내용은 허위사실이라고 판단했다.


1심 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재판부는 A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2가지 사실, 즉 B씨가 '소주 3병 이상의 술을 강요했다'는 내용과 '룸살롱에 직원들을 데려간 뒤 여직원들이 여자를 초이스 해 앉히게 했다'는 것이 모두 허위라고 판단,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B씨가 술을 마시지 못하는 직원들에게는 음료수를 마시게 했을 뿐 소주 3병 이상의 술을 마시도록 강요한 사실이 없고, 직원들을 가라오케 주점에 데리고 가서 도우미를 동석하게 한 적은 있지만 룸살롱에 데려가 여직원들로 하여금 유흥접객원을 선택해 동석하도록 한 사실은 없는 만큼 A씨가 올린 글의 내용은 허위라고 봤다.


재판에서 A씨는 게시글에 적힌 내용은 자신이 직접 경험하거나 제3자로부터 전해들은 내용이기 때문에 허위가 아니고, B씨의 소위 '갑질'을 세상에 드러냄으로써 스타트업 업계의 비민주적이고 폭력적인 노동 환경과 직장 문화를 고발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에서 한 것일 뿐 비방의 목적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B씨가 회식 자리에서 속칭 '파도타기'를 하거나 게임을 하면서 벌주를 마시게 하는 등 다소 강제성을 띠는 음주방식으로 술을 마신 적이 있었던 것 같기는 하지만 피고인(A씨)의 주장처럼 '모두 소주 3병은 기본으로 마셔야 했다'는 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이며, B씨가 직원들을 데리고 가라오케 주점에 가서 여성 도우미를 동석시킨 것은 사실이지만 룸살롱에 가서 여직원이 유흥접객원을 선택하도록 한 사실은 없기 때문에 피고인의 이 부분 글도 사실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룸살롱에 가서 여직원도 여자를 초이스 해 옆에 앉도록 해야 했다는 내용은 피고인이 경험한 사실이 아니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들은 내용인 점, 여직원도 여자를 초이스하도록 하는 것은 경험칙상 상식적이지 못한 행동으로 보이는데 피고인이 다른 사람의 말만 믿고 이를 그대로 글로 옮긴 점 등에 비춰 피고인은 미필적으로나마 자신의 글이 허위일 수 있음을 인식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2심 재판부는 A씨가 게시한 글 중 B씨가 직원들에게 술을 강요했다는 내용은 허위이지만 룸살롱과 관련된 부분은 중요한 부분이 사실이라고 판단, 무죄를 선고하고 벌금을 100만원으로 낮췄다.


재판부는 "직원 C씨의 진술에 의하면 가라오케 주점 내 밀폐된 방에서 회사 회식이 진행된 적이 있고 여성 직원이 회식 자리에 참석했음에도 여러명의 여성 접대부가 방에 들어왔다가 그 중 한명만 선택돼 회식 자리에 함께 있었던 점에서 피해자(B씨)의 처사는 사전에 그런 상황을 만드는데 동의하지 않은 여성 직원에 대해 상당히 부적절한 태도라 할 수 있고, 피고인의 게시글 중 룸살롱 부분 내용은 위와 같은 피해자의 처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이상 그 세부에 있어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을 수는 있어도 대체로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룸살롱 부분 내용이 허위이거나 피고인에게 허위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할 수 없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B씨가 술을 강요했다는 부분 역시 다소 과장된 표현은 있었지만, 주요부분이 사실과 합치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글을 올린 동기가 공공의 이익과 관련돼 있어 비방의 목적을 인정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2018년 4월경 기자들이 작성한 인터넷 콘텐츠에서 피해자(B씨)가 디지털 시대를 선도하는 새로운 인재 8명 가운데 한 명으로 소개된 것을 보고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게시했고, 이 사건 게시글 외에도 당시 대형항공사 오너 일가의 이른바 '갑질' 논란이 연일 뉴스에 보도되는 사정을 언급하면서, 위와 같이 부당한 처사가 대기업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소규모 스타트업 기업에서도 벌어지지만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도 대기업에 비해 사회적 관심을 얻지 못해 파급력이 작다는 자조적 현실을 지적하면서, 피해자의 행위를 위와 같이 언론에 보도돼 전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대기업 오너 일가의 행위에 투영해 작성한 것이었다"고 전제했다.


또 재판부는 "개인의 육체적·정신적 건강 상태, 종교나 신념, 성장 배경과 가족 관계 등을 둘러싼 환경에 따라 음주에 대한 선호도나 거부감의 정도는 사람마다 크게 다를 수 있고, 직장의 규모, 업무의 내용과 방식, 구성원 간의 친소 관계와 조직 내 위계질서를 포함한 직장 문화 등 근로 환경에 따라서 회식 자리에서의 음주와 관련해 근로자 개인이 느끼는 압박감의 정도 또한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 게시글의 주된 취지는 '피해자가 회식 자리에서 직원들에게 상당한 양의 술을 마시도록 강권했다'는 것으로 일부 직원들의 진술을 통해 엿볼 수 있는 회식 자리에서의 음주 방식을 감안하면 회식 참석자들이 스스로 음주 여부, 음주의 양과 속도를 조절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고, 여기에 피해자의 지위, 일부 직원들의 진술을 통해 드러나는 술자리에서 보인 피해자의 행동과 그로 인해 직원들이 느낀 압박감 등에 비춰 보면, 이 사건 게시글은 주요부분에 있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재판부는 "피고인이 '지병이 있어도 소주 3병은 기본으로 마셔야 했다'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는 했으나, 이는 피고인의 건강상태 및 회사 대표인 피해자가 주도하는 술자리에 참석한 근로자의 입장에서 음주의 양과 속도를 조절하기 어려웠던 상황과 당시 느꼈던 압박감에 대한 다소 과장된 표현이나 묘사로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A씨가 게시글을 올린 이유에 공공의 목적이 있기 때문에 B씨를 비방할 목적으로 글을 올렸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스타트업 기업의 바람직한 사내 문화 등은 스타트업 기업에 종사하거나 종사할 사람들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사항으로서 사회구성원 다수의 공통의 이익과 관련된다고 볼 수 있고, 피고인이 이 사건 게시글이 포함된 전체 글을 게시한 주요한 목적이나 동기가 당시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던 소위 '직장 갑질'이 소규모 스타트업 기업에도 존재하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피고인이 회사에서 퇴사한 지 1년가량 지나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사건 게시글을 게시했고, 거기에 다소 단정적이고 과장된 표현을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게시글의 주요한 목적이나 동기가 피해자를 비방하려는 데에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은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 중 하나인 '비방의 목적'과 관련 "'사람을 비방할 목적'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과는 행위자의 주관적 의도라는 방향에서 상반되므로,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경우 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할 목적은 부정된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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