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세정 고려대 미디어학부·대학원 교수
지난해 12월 온라인에 공개된 후 한 달 내에 누적 13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동영상이 있다. 송중기를 비롯해 조민수, 정웅인, 유재명, 박호산, 장영남, 엄혜란 등 명품 배우들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와 영상미를 보여주는 8분 남짓의 이 영상은 방송사의 드라마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오리지널이 아닌 패스트푸드 브랜드의 광고다. 드라마 형식을 차용하지만 기존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클리셰를 역이용하고 화려한 캐스팅의 진지한 연기와는 상반되는 소위 B급 유머를 선보여 반전의 재미를 제공한다. MZ(밀레니얼+Z세대)세대가 찬사를 보내고 찾아보는 이 광고의 비결은 뭘까. 그건 광고 같지 않은 광고다.
브랜디드 콘텐츠(branded content)는 '소비자에게 엔터테인먼트 혹은 교육적인 부가가치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브랜드에 의해 제작 또는 큐레이션되며, 제품, 서비스의 판매가 아닌 브랜드에 대한 고려와 선호도의 증가를 목적으로 디자인된 콘텐츠'를 말한다. 물론 최근엔 커머스까지 결합해 판매의 목적까지 담기도 하지만 브랜드와 관련된 정보나 가치를 알리고 관심과 선호도를 제고하는 효과를 의도한 브랜디드 콘텐츠는 콘텐츠의 형식과 가치를 가진 광고로 이해할 수 있다. 예전부터 활용돼 온 영화나 방송의 간접광고(PPL)와 유사하지만 단순히 제품을 노출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목적에 맞게 콘텐츠적인 형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가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예를 들어, 최근 많이 등장하는 애드버콘텐츠(advercontent)는 브랜드의 제품이나 서비스의 홍보를 목적으로 제작된 웹예능 콘텐츠다. 달라스튜디오의 '네고왕'을 비롯해 탁재훈이 종합 홍보 대행사의 사장으로 출연하는 '탁사장'과 '만년 2위'의 아이콘인 홍진호가 이끄는 '홍보22팀' 등이 레거시 미디어에서는 보기 힘든 소재를 다루며 자유로운 형식과 재미를 선보인다. 광고와 게임이 결합한 애드버게임(Advergame)도 브랜드와 연계한 게임을 통해 소비자에게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광고의 대안으로서 브랜디드 콘텐츠의 성장은 크게 세 가지에 기인한다. 첫째, 미디어 환경의 변화다. 온라인 미디어 중심의 소비는 콘텐츠의 다양화를 가져왔고 브랜디드 콘텐츠도 기존 미디어의 제약에서 벗어나 웹드라마, 웹예능, 웹소설, 웹툰 등 다양한 콘텐츠의 형식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둘째, 광고는 회피의 대상이다. 특히 구독형 콘텐츠 서비스의 성장과 광고 차단 프로그램의 이용 증가는 광고가 소비자에게 노출될 기회를 박탈한다. 하지만 정보와 재미의 가치를 제공하는 콘텐츠는 회피의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브랜디드 콘텐츠는 브랜드를 담은 콘텐츠로서 가치를 제공해 회피가 아니라 추구의 대상이 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개인 정보 보호가 강화돼 개인화 광고의 효과가 감소한 디지털 환경에서 소비자의 자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소비자는 능동적으로 원하지 않는 콘텐츠는 거르고 원하는 콘텐츠는 찾아서 소비하기 조회, 공유, 댓글 등 가시적인 성과를 얻고 확인할 수 있다. 콘텐츠를 소재로 소통하고 즐기는 MZ세대에게 더욱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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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콘텐츠를 소비한다. 텍스트, 이미지, 영상, 오디오 등 형식은 다르지만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 혹은 서비스를 이용해 정보 혹은 오락을 얻는 행위는 일상의 필수적인 부분이며, 브랜디드 콘텐츠는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려는 시도다. 광고의 성격을 띠지만 투명성과 진정성을 가진 브랜디드 콘텐츠는 일시적인 주목뿐 아니라 브랜드와의 친밀감과 충성도를 가져올 수 있다. 브랜드를 매개로 공감과 소통을 끌어내는 브랜디드 콘텐츠의 진화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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