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주식 가치… 계약당사자가 스스로 판단해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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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주식 장외거래에선 매매자가 매수자에게 정당한 시세를 밝힐 의무가 없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매수 가격을 정하는 데 기초가되는 사실을 허위로 고지받은 경우가 아니라면, 가격 평가의 책임은 계약당사자 본인에게 있다는 것이다.


2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6부(재판장 허명산 부장판사)는 이모씨가 주식회사 A사를 상대로 낸 11억6000여만원 규모의 주식매매계약 무효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앞서 이씨는 2019년 4월 갖고 있던 A사 주식 1만2000주를 주당 2만원씩 총 2억4000만원에 매도하기로 하고 A사로부터 약속한 돈을 지급받았다. 주식은 1개월가량 시차를 두고 A사에 넘기기로 했다.


그런데 A사 측은 "주식을 3000주씩 쪼개 다른 4명에게 매도하고, 그 대금을 받으면 회사에 돌려달라"는 취지로 요청했다. 이씨는 그해 8월 이 4명에게서 각각 6000만원을 받고 주식을 넘긴 뒤, A사에 2억4000만원을 줬다.

이후 A사 대표이던 B씨는 이씨가 주식을 양도한 사람들을 포함한 주주들로부터 주식을 사들여 2020년 1월31일 총 12만5460주를 합계 223억원에 팔았다.


이에 이씨 측은 계약이 무효이므로 주식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계약 당시 A사가 발행한 주식의 시세는 1주당 17~18만원이었는데, 그 대금이 너무 낮게 정해져 공정성을 잃었다"며 "B씨는 저가임을 알면서 매수한 뒤 다시 거액에 매도해 폭리를 얻었고, A사는 알면서 방관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B씨는 그 시세를 고지하지 않았고, 시세대로 주식을 매수하는 것처럼 속여 폭리를 취했으므로, 그가 대표로 있던 A사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주장도 예비적으로 펼쳤다.


1심은 "계약 당시 원고가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의 상태에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A사 측에 폭리행위의 악의가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이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예비적 청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증권회사의 창구를 통하지 않고 매매당사자 사이에 직접 거래가 이뤄지는 장외시장에서 매도인은 증권회사 임직원의 고객 보호의무 같은 매수인 보호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며 "신의성실 원칙에 비춰 비난받을 정도로 허위를 고지해 속이는 등 위법행위가 있지 않은 경우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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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비상장주식의 가치는 명확한 시세가 존재한다고 단정할 수 없어서 감사보고서, 재무상태표 등 여러 자료를 기초로 계약당사자가 스스로 판단해야"한다며 "설령 B씨의 감정 결과가 계약 당시 시세라고 해도, 원고는 전자공시시스템으로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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