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가업승계 쉽도록 상속세 등 현실성 있게 바꿔야
AD
원본보기 아이콘

김민진 중기벤처부장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은 세계적으로 높기로 유명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명목 최고세율로는 일본(55%) 다음으로 높은 50%다. 미국은 40%, 독일은 30%, 네덜란드는 20%다. 거기다 최대주주가 기업 지분을 물려주면 최대주주 할증평가 과세를 적용해 10%포인트 늘어난 60%의 상속세율을 적용한다. 1000억원어치 기업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가 지분을 물려주면 600억원은 세금으로 내야 하는 것이다(공제는 감안하지 않았다). 산술적으로 기업의 지분 50%를 가진 최대주주가 상속 단계를 거치면 지분은 20%로 줄어든다. 다시 한 번 상속 과정을 거치면 지분은 8~10%로 쪼그라든다.

중소제조업 경영자들의 가업승계와 관련된 걱정을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하면 이렇다. 전문직이나 다른 직종으로 자리를 잡은 자녀가 사업을 물려받을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물려주려 하다 보니 내야 하는 세금 부담이 너무 커 그 세금을 다 내고 나면 회사가 온전할까 염려된다고 한다. 세율이 너무 높으니 결국 편법, 탈법, 묘수, 꼼수 등 갖가지 방법을 찾지 않는 사람들이 오히려 손해다. 물론 가업승계에 대한 공제제도가 있긴 하다. 가업상속공제와 가업승계 주식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 제도가 있는데 이 제도는 일정한 요건이 되면 세금을 깎아줘서 가업을 물려받아 경영할 수 있게 한다. 그런데 ‘일정한 요건’에 대해 당사자들은 물론 전문가들도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을 오래전부터 해왔다.


공제를 받으려면 사전요건과 사후요건을 모두 준수해야 한다. 가령 가업승계 후 7년간 정규직 근로자 고용인력을 100% 유지하거나 임금총액의 100%를 유지하는 고용유지 요건을 지켜야 한다. 너무 까다로워서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가장 지키기 어려운 사후관리 요건으로 꼽힌다. 기업 자산의 20% 이상을 7년간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요건도 사업재편이나 신사업 진출에 걸림돌이 된다.

가업승계 주식 증여세 과세특례는 증여세 과세가액이 크게 낮아져 창업자가 생전에 안정적으로 기업을 물려주려고 할 때 활용할 수 있다. 기업인들은 살아생전 안정적인 가업승계 기반을 마련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증여세 과세특례를 선호한다. 하지만 이 역시 사전·사후요건이 까다롭고 특례 한도도 낮다. 중분류 범위를 벗어난 업종 변경 제한, 7년간 대표이사직 유지, 자산처분 제한 등 마찬가지로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이 쉽지 않다.


현실에 맞지 않는 법을 뜯어고치자는 여야 의원들의 법안 발의도 꾸준히 있어왔지만 개선은 더디다. 본격적인 산업화 시기와 고령화 추세를 감안할 때 은퇴를 앞둔 중견·중소기업인들의 숫자는 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체 코스닥 기업의 60세 이상 경영자 비율은 3분의 1이 넘는다. 특히 가족기업 형태가 많은 중소기업의 현실을 볼 때 가업승계 문제는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중소기업계가 주52시간 근로제, 납품단가 연동제 등과 같은 현안과 함께 가업승계를 필수 해결 과제로 앞단에 세운 것도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AD

가업승계를 부의 이전, 부의 대물림으로만 보는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 이러한 인식은 기업인과 기업가 정신에 대한 존중에서 출발해야 한다. 물론 그러려면 그와 동시에 부정한 방법 등을 동원한 탈법적인 부의 대물림에 대한 엄단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법은 마땅히 준수해야 하지만 지킬 수 있도록 만들고, 또 특례 요건도 취지에 맞아야 한다. 그 취지가 징벌적 세금을 매기는 것도, 기업인들을 봐주기 위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