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안철수만 믿었는데 이럴 수 있나?" 과학기술·ICT계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윤석열 20대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대통령실 직제에서 과학·ICT를 담당할 수석비서관을 두지 않기로 잠정안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일각에서 거론된 교육과학수석비서관 설치도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는 다만 과학기술 분야와 ICT 분야를 묶어 과학·ICT비서관을 신설하는 방안을 잠정 결정했다고 전해졌다. 대신 비공식 직제인 과학기술 특보가 새로 생긴다고 한다. 과학기술 분야를 소외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와 사실상 비슷한 조직 체계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과학기술계 현장에선 "당선되더니 말이 달라진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과학기술 중심 국가’ 건설을 약속했었다. 그는 지난 2월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주최 정책토론회 등에 참석해 ‘과학기술 인사 중용’ 원칙을 밝히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당시 "정부의 과학기술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과학기술 전문가들을 정부부처 고위직에 최대한 중용해 국정의 주요 의사결정에 있어 과학이 중심이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의사·IT기업 창업자 출신인 안철수 인수위원장도 과학기술계의 기대를 부풀렸다. 안 위원장은 대선 후보 시절 ‘과학기술대통령’이 되겠다고 자임하면서 과학기술수석비서관 설치, 과학기술부총리제 도입 등 과학기술 인재의 적극적인 등용을 공약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등 주요 과학기술 단체들은 지난 23일 ‘과학기술계가 드리는 호소문’을 통해 "윤 당선인이 강조한 과학기술 추격국가에서 원천기술 선도국가 전환에 모두가 기대감이 크다"면서 "과학기술계 컨트롤타워를 위해 과학기술교육수석 설치가 꼭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뒤늦게 안 위원장이 지난 24일 "윤 당선인에게 건의해 ‘생각해보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지만 과학계의 불만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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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윤 당선인의 내각 인선과 국정 구상, 주요 정책은 이명박 정부 시절과 비슷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었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를 폐지하고 교육과학기술부와 지식경제부 체제로 가면서 과학기술을 홀대하고 국가 연구개발 사업의 종합 조정 능력을 저하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당시 정부는 부총리급 과기부와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폐지했고,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역할을 민간 자문으로 한정시켜 불만이 컸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대변혁의 시기라고 부른다. 그만큼 과학기술을 국정 주요 축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문이다. 지금이라도 인수위의 대통령실 직제 개편안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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