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모금] 날카롭게 진단한 ‘인문학의 미래’
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 편집자주
1970년대 당시 미국 대학의 현실과 인문학 교육을 날카롭게 진단한다. 인문학자는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하는가부터 인문학을 어떻게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가까지 종합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철학자, 교수, 번역가, 서평가, 편집자, 시인 등 다양한 이력으로 활동한 저자는 단순히 추상적인 논의에 그치지 않는, 대단히 구체적이고 실제 학술, 출판, 교육 영역에 밀착한 논의를 전개한다.
또 한 가지 문제는 1970년대에야 대두했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위협적이다. 인문학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젊은이들이 교사로서 일자리를 찾기가 갑자기 거의 불가능해진 것이다. 여기에는 주로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1940년대의 출생률 급증이(즉 베이비 붐이) 지속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1960년대 내내 이루어진 단과 대학과 종합 대학의 급속한 성장이 갑작스레 중단되고 말았다. 한때는 교사가 부족했기 때문에 훌륭한 대학원생이라면 박사 학위 과정을 다 마치지도 않은 상태에서 높은 봉급을 주겠다는 초빙 제안을 받았지만, 그 시기가 지나자 새로운 기회가 생기지 않았다. 둘째로 지난 사반세기 동안 워낙 많은 자리가 (종신 재직권을 부여하는 교수 직위도 포함해서) 젊은 사람들로 채워졌기 때문에, 은퇴로 생기는 빈자리가 드물어졌기 때문이다. <11쪽>
이른바 지식이란 그 자체로 보상이라는 둥, 그리고 진리가 이끄는 곳 어디든지 따라간다는 둥 상투적 표현은 자칫 우선순위라는 중대한 질문을 무시해버리고 만다. 지식이라고 해서 항상 동등한 보상을 내놓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미국 부통령 후보로 나섰다가 낙선한 사람의 비서의 아버지에 관한 진실을 추구하기 위해 몇 년을 허비하라며 학생과 교수를 독려하지 않는다.(이제는 일부 학자가 실제로 연구하고 있지 않을 법한 주제의 사례를 생각해내는 것도 더 이상 쉽지 않은 지경이다. <16쪽>
선견자는 외톨이다. 자기 시대의 상식으로부터 소외된 상태에서 이들은 세계를 다르게 바라보고, 자신의 선견을 상술하려고 지속적으로 시도한다. 이들은 대개 기존 언어가 부적절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종종 심각한 의사소통의 문제를 직면한다.
반면 현학자는 여러 학교를 돌아다니고, 자기네 엄밀성과 전문가주의에 자부심을 가지며, 자기네 합의나 공통적인 ‘요령’에 크게 의존한다. 이들은 보통 동시대의 선견자에게 적대적이며, 특히 자기 분야의 선견자를 그렇게 대하는 반면 과거의 일부 선견자를 오히려 신봉한다.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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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150만원 견디느니, 美 가서 5억 벌죠" 서울대...
인문학의 미래 | 월터 카우프만 지음 | 박중서 옮김 | 반비 | 372쪽 |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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