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소재 네온가스·크립톤
우크라·러시아가 주요산지
지난해보다 가격 확 올라

차업계 수급난도 간접 영향
차량용 반도체 생산 증가에
다른 산업 공급 비중 작아져

전쟁·車업계 사이에 낀 中企 "반도체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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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곽민재 기자] #대구에 위치한 농기계 제조업체 A사는 트랙터 생산과정에서 곤란을 겪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로 반도체 수급난이 계속된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트랙터 등 농기계 엔진에 필요한 반도체 부품 수급이 더욱 어려워진 탓이다. 매달 생산계획에 맞게 3000개의 반도체를 공급받아야 하지만 현재는 필요한 수량의 70~80%만 조달할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통상 국내 반도체 생산 업체와 5년 단위로 계약하고 3개월분을 비축하지만 재고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웃돈을 주고라도 반도체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농민의 생업과 직결된 농기계 특성상 제품 가격을 올리기 쉽지 않아 제품을 판매해도 마진이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리스크로 중소기업의 반도체 수급은 더욱 곤궁에 빠졌다. 두 나라는 반도체의 핵심 재료로 꼽히는 네온가스, 크립톤 등을 공급하는 주요국이라 반도체 생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차랑용 반도체 공급난 장기화로 반도체 업체들이 재고관리에 들어서면서 시장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중견·중소기업 영역에서는 공급 부족 여파가 더 크다. 수급 우선 순위에서 자동차산업 등에 밀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희귀가스별 한국의 수입액 중 우크라이나, 러시아의 비중은 네온 28%(우크라이나 23%·러시아 5%), 크립톤 47.7%(30.7%·17%), 제논 49.1%(17.8%·31.3%)다. 관세청이 고시한 네온가스 수입가격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시작된 2월 t당 15만909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평균치(5만8747달러)의 2.5배를 웃돌았다. 제논과 크립톤 수입 가격도 각각 62.6%, 61.5% 급등했다.


경기도 오산시의 산업용 프린터 제조업체 B사는 지난해에 이어 최근 또 한 차례 조업 중단 위기에 처했다. B사는 지난해 3분기 반도체와 원자재 수급 차질로 3개월간 조업에 어려움을 겪다가 4분기부터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두 나라의 전쟁으로 중앙처리장치(CPU)에 쓰일 반도체 수급이 다시 어려워질까 걱정이다. B사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반도체 수급 문제가 완화돼 회복을 기대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반도체 대란이 2~3년은 더 갈 수 있다는 말이 업계에서 나온다"며 "반도체가 들어가는 제품이 전체 모델 중 30~40%를 차지해 타격이 작지 않을 전망"이라고 했다.

자동차 업계의 반도체 수급난이 장기화하면서 다른 산업의 중소기업 반도체 수급에도 여파가 미치고 있다. 평년보다 차량용 반도체 생산 비중이 늘어난 탓에 다른 산업에 쓰이는 반도체 공급 비중이 작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둔화된 것과 달리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고공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성장률(21.1%)이 올해는 4.2%로 크게 떨어질 것으로 봤지만,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은 올해 17.8% 성장해 5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른 자동차용 반도체 매출은 지난해 500억달러(약 59조9000억원)에서 2025년 840억달러(약 100조6400억원)로 전망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이슈가 장기화하고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차량용 반도체 가격이 급등했다”며 “업체들이 반도체 재고관리에 들어서자 시장 규모가 작은 중견·중소기업들은 반도체를 공급받기가 더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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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중소기업의 반도체 수급난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부의 기술 지원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동철 한남대 교수는 "정부의 지원 없이는 중소기업이 반도체를 수급하기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과거 요소수 사태처럼 관련 자원을 국산화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현실적으로 반도체 공급을 갑자기 늘릴 수는 없지만 반도체 플레이어들의 재고관리와 수요자들의 과잉 주문이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는 만큼 정부가 협상력을 발휘해 반도체 수급 문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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