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두환 경제금융부문 매니징에디터] 드라마틱한 성공 스토리다. 현 정부가 임명한 검찰총장이 야당 후보로 나서 0.73%포인트, 24만여표라는 역대 최소 차이로 대선에서 승리했으니. 1전1승. 대한민국 헌장 사상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처럼 단 한 번의 대결을 통해 대권을 거머쥔 정치인은 없었다. 승리가 확정된 대선 이튿날 새벽, 그의 머릿속에는 검찰총장 사퇴 이후 1년여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났으리라.
역설적으로 윤 당선인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리더다. 대선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듯 그의 승리는 자신을 향한 지지 못지 않게 여당 후보에 대한 반감, 문재인 정부 5년간 국정운영에 대한 실망감이 크게 작용한 결과다. 여전히 절반에 가까운 유권자들이 그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그의 승리 이면에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그의 승리는 미완이다.
안타깝게 그가 걸어야 할 5년의 임기는 가시밭길이다. 당장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72석을 장악한 여소야대의 정치 지형만도 만만치 않은 산이다. 하지만 정작 더 큰 시험대는 당장 그가 맞닥뜨려야 할 경제적 상황이다.
경제 여건은 그리 낙관적이지 못하다. 코로나19로 촉발된 공급망 위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가 더해지면서 물가는 거침없이 치솟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겨우 회복세를 보이던 성장률을 갉아먹을 태세다. 이미 한국은행 안팎에서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대에서 2%대로 낮추는 것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반면 최근 공급망 위기와 유가 급등으로 올해 물가상승률은 4%대로 치솟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아직 스태그플레이션까지는 아니더라도 인플레이션이 실질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슬로플레이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요시 셰피 미국 MIT 교수는 최근 그의 저서에서 코로나19가 촉발한 변화를 ‘뉴 애브노멀(New Abnormal)’로 규정하며 "미국, 중국, 유럽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의 나라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능력을 지니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막대한 경기 부양책을 시행할 자금 여력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50.1%로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그래서 5월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 경제 참모들의 인선은 어느 때보다 신중해야 한다. 자칫 선거 과정에서의 공(功)만 따져서는 안된다. 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정(失政)으로 꼽히는 부동산 정책은 새 정부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경제적 문제를 정치적으로 풀려다 집값만 천정부지로 올려놓은 것은 문외한에 가까운 정치인 장관을 부동산 정책의 수장으로 발탁한 인사 참사의 결과다.
중국 오대십국 시대 다섯 왕조, 열한 명의 왕을 섬긴 재상 풍도는 그에 대한 후세의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인물이다. 사마광은 주군을 수없이 갈아치운 그를 "절조도 없고 부끄러움도 모르는 간신의 표상"이라고 혹평했다. 반면 ‘임금보다는 백성과 나라를 먼저 생각한 뛰어난 재상’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풍도 스스로도 "임금이 아니라 나라에 충성한다"는 신념을 지녔다. 결국 누구를 향한 충(忠)인가에 따라 평가가 갈리는 셈이다. 어쩌면 그가 잇따른 정권 교체 때마다 재상의 자리에 머물 수 있었던 것은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당선인 입장에서 선거의 승리를 도운 이른바 공신들을 애써 외면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 경제가 논공행상을 할 만큼 그리 한가롭지는 않다.
다행인 것은 윤 당선인 역시 "각 분야 최고의 경륜과 실력이 있는 사람으로 모시겠다"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사 원칙을 밝혔다. 그의 약속처럼 누가 내 사람인지를 따지기보다는 누가 가장 적임자인지 따질 때다. 그리고 이는 새 정부 내각 구성에서도 철저히 지켜져야 할 원칙이다. 정치적 이해에 휘둘리지 않고 우리 경제가 높은 파고를 견뎌낼 혜안을 갖춘 경제 참모들을 등용하는 일. 윤석열 정부가 5년의 성공을 위해 공을 들여야 할 첫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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