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한지우役 김동휘

[라임라이트]의기소침한 외톨이에서 당당한 '사배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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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배려 대상자(사배자) 취지는 교육의 평등 실현이다. ‘귀족학교’라고 비판받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특수목적고(특목고) 등이 사교육을 받을 형편이 되지 않는 학생에게 동일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려고 전형을 운영한다. 배려할 목적으로 가난한 학생들을 선발했다면 이에 걸맞은 세심한 관리도 필요하다. 무작정 뽑고 나 몰라라 하면 귀족학교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서 사배자 전형으로 자사고에 입학한 한지우는 따돌림을 당한다. 친구들이 유별나게 못되고 나빠서가 아니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스스로 외톨이가 된다. 무엇보다 학업 성적을 따라가는 데 애를 먹는다. 과외 같은 사교육을 기대할 수 없어 등수가 계속 떨어진다. 친구들을 멀리한 그에게 담임 선생(박병은)은 전학을 권한다. "용 꼬리보다는 닭 대가리가 더 낫지 않겠니?"

사실에 기초한 허구다. 사배자 전형으로 자사고에 입학했다 포기한 학생 상당수가 원인으로 ‘부적응’을 꼽는다. 한지우를 그린 김동휘는 "연기를 준비하며 사배자 전형에 대해 많이 알아봤다"며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취지에 어긋나는 경우가 꽤 많았다"고 말했다.


"자사고를 나온 건 아니지만 제가 다닌 일반고에서도 학원을 안 다니는 친구는 없었다. 모두가 지극히 당연한 과정으로 받아들였다. 그 안에서 또 다른 차이를 경험했고. 그런 무리에 합류할 수조차 없는 한지우의 심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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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휘는 반항기나 분풀이보다 의기소침으로 표현했다. 애초 냉소적인 모습을 상상했으나 박동훈 감독이 수동적인 인물로 나타나길 바랐다고 한다. 실제로 집안 형편이 어려운 사배자 학생들은 학습 격차가 벌어질수록 방어 기제를 취한다고 알려졌다.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비의지적 행동을 하는 것이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그런 한지우가 처음으로 의지적 행동을 하면서 본론에 들어간다. 차갑고 무뚝뚝한 표정 때문에 학생들이 피하는 학교 경비원 이학성(최민식)에게 수학을 가르쳐달라고 조른다. 이학성은 학문의 자유를 갈망하며 탈북한 천재 수학자다. 신분과 사연을 숨긴 채 조용히 살아가다 한지우에게 정체를 들킨다.


김동휘는 "지우의 절박함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며 "홀어머니의 유일한 희망이란 생각으로 버텨오다 마지막 동아줄을 잡았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나리오 속 대사를 즉흥적으로 바꾸면서까지 답답한 마음을 표현했다.


"네가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거 같디? 자기연민, 그거이 아주 몹쓸 병이야. 행복이 다가와도 불행만 파고들지. 그거이 아주 편하니까."


"화가 나서 그래요. 다른 애들 다 학원 다닐 때 나만…. 안 다녀도 괜찮다 그러면서 버텼거든요. 근데 진짜 아무리 노력을 해도 소용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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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의 마음을 잘 헤아린 건 그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김동휘는 재수 끝에 서울예술대학 연극과에 입학했다. 입시학원에서 그만두는 편이 낫겠다는 말까지 들었으나 부단히 연습해 꿈에 한 발짝 다가갔다. 그러나 졸업 뒤 무대에 오를 기회를 얻지 못해 연기를 그만두려고 했다. 그는 "학교 울타리 밖으로 나와 보니 연기 잘하고 매력 넘치는 친구들이 너무 많았다"고 말했다.


"독백 영상을 촬영하고 프로필 사진을 찍어 오디션과 기획사에 보내도 연락이 오지를 않았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았다. 다른 일을 해볼까 생각했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할 수 있는 게 연기뿐이었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정답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영화다. 극심한 경쟁으로 포기까지 종용하는 한국 사회를 ‘이상한 나라’로 규정하고, 틀린 문제에서 옳은 답은 나올 수 없다고 위로한다. 2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한지우를 연기한 김동휘는 그 증거가 되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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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에는 정답이 없다. 각자 생각하는 바가 다르므로 표현하는 방식도 천차만별이다. 결국 감독 등 많은 관계자의 의견을 경청하며 배역을 풍성하게 만드는 과정이 중요한 것 같다. 그렇게 오답을 피하다 보면 언젠가 정답에 다가가 있지 않을까?"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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