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모금] 불안과 우울의 시대에 필요한 멘토 ‘나의 덴마크 선생님’
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 편집자주
지리산의 대안학교에서 학생들과 밭을 일구며 교사로 일하던 저자는 어느 날 ‘나에게도 선생님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먼 북유럽으로 떠난다. 행복의 나라라고 불리는 덴마크로. 그리고 덴마크 세계시민학교에 입학한다. 다만 영어수업은 따라가기 버겁고, 밤마다 열리는 유럽 학생들의 파티는 서먹하다. 절실한 마음으로 찾았는데, 잘못 왔나, 하는 걱정을 하던 중 덴마크 선생님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 “너무 걱정하지 마.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큰 긴장 속에서 살고 있는지 알거든. 여기에서는 긴장을 좀 풀고 살아 봐.” 그렇게 변화를 꾀한 후 삶의 새로운 경로가 열리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나는 느린 학생이다. 선생님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며, 물어도 대답을 잘 못하는 학생. 내 나름의 생각과 경험이 있고 마음속에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표현하는 일에 애를 먹는 학생. 이렇게 내가 교사일 때 만났던 느린 학생들의 마음이 된다. 어쩌면 이것이 내가 IPC로 온 이유일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학생으로 살았던 16년 동안에는 그리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선생님들이 하는 말을 곧잘 알아들을 수 있었고, 내 생각을 표현하는 데에도 거리낌 없었다. 평생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것만 같아 세상에서 학생이 가장 행복하다는 나라에 왔는데, 통렬한 첫 번째 배움은 내가 느린 학생이 되었다는 것이다. <47~48쪽>
“이제 대안학교는 치유의 공간이 되어야 할 거예요. 일본은 이미 그런 추세라고 해요. 한국도 곧 그렇게 되지 않을까요?”
치유의 공간에서는 상처가 터져 나올 수 있다. 상처가 드러나지 않는 치유는 불가능하다. 학생들의 상처가 터져 나올 때마다 나의 상처 또한 움찔했다. 학생들과 내 상처는 서로 만나 깊은 가을 뱀사골 단풍처럼 활활 불타오르며 지리산을 홀라당 태워 버릴 듯했다. 내게 치유자가 될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나는 치유받아야 하는 사람이라는 대꾸에 친구가 대답했다.
“이 세상의 모든 치유자들은 단 한 명의 예외 없이 자기 자신이 치유되어야 했던 사람들이야.” <164~165쪽>
유럽에서 곱게 자란 어린 여자아이가 혼자서 낯선 나라를 여행하기란 어려울 것이라고들 했지만, 캐트린은 인도와 파키스탄까지 혼자 여행했다. 여행이 끝나고 보니 12년이 지나 있었다고 한다. 오랜 여행을 통해 캐트린은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는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고, 자신 몫의 고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언젠가 미술실에서 나무를 그리다가 온갖 공을 들였지만 어떻게 그려야 할지 모르겠다 싶은 순간이 왔다. 그때 나는 길을 잃은 것 같다고 캐트린에게 말했다. 그러자 캐트린은 나에게 질문했다.
“길을 잃는 것을 싫어하니?”
그 질문의 울림은 오랫동안 나의 가슴에 남아 있다. <3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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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덴마크 선생님 | 정혜선 지음 | 민음사 | 320쪽 |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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